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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04 14:15 수정 : 2010.05.04 14:15

일자리 창출이 지역 살리기 첫걸음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지역산업 희망프로젝트 지역 악순환 구조 어떻게 끊을까

에너지, 교통 혼잡, 범죄,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질환 등 참으로 많은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 수많은 비용을 치르느니 사람들이 살 만한 농촌을 가꾸어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가라고 되물으면 답하기가 쉽지 않다. 농촌 생활환경의 열악함은 일반인이 도시에 살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피하는 대가로 감수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부가 나서서 농촌 생활환경에 투자하면 될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농촌 인구가 크게 줄고 있는 판국에 생활편의시설이나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인구감소·고령화로 매듭 꼬여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악순환 구조가 문제다. 농촌 인구가 줄고 고령화하면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업 서비스 공급도 줄었다. 2000년부터 2008년 사이에 농촌 지역에서 고용이 가장 많이 감소한 업종은 종합소매업, 음식료품 및 담배 소매업, 주점 및 비알코올음료점업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지역 내수경제가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줄고 농촌 주민의 삶의 질도 저하되었다. 일자리도 부족하고 살기에 편하지도 않은 농촌의 모습은 다시 인구 유출을 부채질하고 유입을 가로막는다. 꼬인 매듭을 어디부터 풀 것인가?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일자리가 있어야 그곳에서 먹고살 수 있는 것 아닌가?

2·3차산업 종사자 증가 주목

2000년부터 2008년 사이에 농어촌 지역의 농림어업 종사자와 2·3차 산업 부문 사업체 종사자 수는 약 475만명에서 463만명으로 2.5% 줄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농림어업 종사자는 무려 55만7000명이 줄었는데 2·3차 산업 부문 종사자는 44만1138명이 늘었다. 농촌 일자리 문제를 생각할 때 염두에 둬야 할 지점이다. 일정 수준의 농림어업 활동과 그 밖의 다양한 경제활동이 공존하면서 지역경제의 생태학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농촌 지역경제 다각화 전략’을 모색할 때이다.

그동안 고용이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자동차부품 제조업, 전자부품 제조업 등이다. 농촌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다. 많은 농촌 지역이 기업을 유치하려 애쓰는 이유다. 그러나 제조업체의 입지는 광역적 수준에서 형성된 산업부문 간의 연관관계나 물류 여건 등 거시 수준의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농촌 지방자치단체의 통제 범위 밖에 있다. 그러면 어디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겠는가?


전반적인 고용 감소 추세 속에서도 보건·의료·복지 등의 사회 서비스 분야 일자리가 농촌에서 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서비스 수요 증가,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복지정책 확대 등이 그 원인이다. 이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응해 농촌 지역사회의 자족 기능을 확충하는 과정에서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최근 조금씩 늘고 있는 귀촌가구 구성원 중에는 농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보육센터, 여성상담실,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재가노인 복지단체 등에서 일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 유입, 일자리 창출, 복지수요 충족이라는 여러 과제를 동시에 풀어가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농특산물 특화 전략도 유효

농촌 지방자치단체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지역 농특산물의 특화’ 전략도 유효한 일자리 창출 전략이다. 전통 고추장을 내세워 많은 노력을 기울인 순창군에서는 2000년부터 8년 사이에 장류 제조업 부문 종사자가 278명 늘었다. 굴비로 유명한 영광군에서는 수산동물 건조 및 염장품 제조업 부문 종사자가 무려 1486명이나 늘었다. 보성에서는 녹차가공업 분야에서 105명, 기타 관광숙박시설 운영업 분야에서 113명이 늘었다. 마늘 주산지인 의성군에서 마늘가공상품 개발이 시작된 이후 건강기능식품 제조업 분야 신규 창업자가 99명이었다. 지역특화 산업을 꾸준히 육성함으로써 지역 이미지를 제고하고 소득을 올릴 뿐만 아니라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농촌에 사람이 살게 하려면 생활환경을 잘 가꾸어야 한다. 좋은 학교, 문화·여가시설, 의료시설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에 일자리가 충분히 마련되고 일정 수준을 넘는 경제적 활력이 있어야 그 생활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농촌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 바로 농촌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일이다. 우선, 농촌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회 서비스 분야를 잘 조직하고 지역특화 산업을 꾸준히 육성하는 데 정책 의지와 역량을 모으자. 그것이 농촌에 자리 잡은 악순환 구조에 도전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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