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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8 22:55 수정 : 2010.06.28 22:58

울산 소호마을에 산촌유학 온 아이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

[헤리리뷰] 농촌에서 다시 희망찾기
울산 소호마을 과감한 교육실험…사람 늘자 경제도 활기

김수환(49)씨는 5년 전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소호마을로 돌아왔다. 하지만 고향 마을은 어릴 적 마음속의 고향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없어 학교가 문 닫을 지경에 처했고 더불어 이야기를 나눌 동년배도 없었다.

김씨 주위에는 시골로 내려와 살겠다는 몇몇 후배들이 있었다. 그들이 살 만한 곳으로 마을을 만들어볼 요량으로, 우선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찾아보았다. 마침 마을사업으로 구입한 러닝머신을 방치해 놓은 곳이 있었다. 김씨는 그곳에서 아이들의 방과후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지역 노인 돌봄 서비스를 진행했다.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후배들은 노인과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을 하는 동안 주민들과도 쉽게 동화돼 갔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낼 학교가 문제였다.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학교와 마을 사람들과 의논해 농촌유학을 시작했다. 농촌유학은 아이들이 한 학기나 일년 동안 시골로 유학 가는 프로그램이다. 진짜 부모를 대신해 시골의 부모가 아이들의 생활을 챙겨준다. 도시에서 온 아이들은 시골의 자연을 체험하고 농촌 문화를 익히며, 시골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생활하게 된다.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학교 쪽에서도 착실하게 준비해,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했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에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방과후 생활 및 학습 지도를 맡았다. 마을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과 잘 지낼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친구가 많아지고 함께할 거리가 많아지면서 마을에 활기가 살아났다. 일부러 아이들 인사를 받으려는 마을 어른들의 바깥 출입도 잦아졌다.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니, 마을 사업들도 생겨나고 연결돼 갔다. 소호마을과 도시의 직거래 유통 등도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2007년 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55%는 시골에 살고 싶어 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은 40~50대 귀농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 ‘젊은이들’은 농촌의 중요한 자원이고 희망이다. 2015년까지 3천개의 농어촌 공동체 회사를 육성하겠다는 농림수산식품부의 방침도, 이들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소호마을 사례는 농촌 마을을 살려낼 수 있는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먼저, 농촌유학을 비롯해 지역 학교와 교육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교육 여건이 받쳐줘야 상대적으로 젊은 자원이 시골에 정착할 수 있다. 동시에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지역 단위의 다양한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지원돼야 한다. 그리고 지역민들과의 융합을 위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글·사진 박근덕/ 생태산촌만들기모임(sanchon21.or.kr) 사무국장 haanmau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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