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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31 19:57 수정 : 2010.08.31 20:00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헤리리뷰] 흔들리는 국책연구소

1999년 시작된 정부출연 연구기관(국책연구소)의 ‘연구회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3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관계 부처들은 국무총리실 산하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해체하고, 연구원 일부를 각 부처로 이관하며, 나머지는 별도 법인으로 존속시키기로 결정했다. 윤두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미래전략팀장은 “당장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잇단 연구회 체제 개편 시도

사실 부처 환원을 골자로 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구조개편 논의는 훨씬 일찍 구체화됐다. 2008년 3월부터 공공기관 선진화의 일환으로 연구회 체제 구조개편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국무총리실이 발주한 한반도선진화재단 보고서가 그해 10월 발표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보고서는 연구회 체제 폐지, 정부 부처로의 환원, (가칭)미래정책연구원으로의 통합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고, 국무총리실은 이를 밀어붙이려 하였다. 노조의 반발과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2009년 초 구조개편 논의는 일단 중단됐다. 하지만 올 2월 통일연구원법 제정안 입법예고 등 연구회 체제를 흔드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1971년 경제기획원 산하 한국개발연구원 설립을 필두로 1998년까지 23개 연구소들이 관련 부처에 의해 설립됐다. 현재의 연구회 체제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각 부처로부터 독립시켜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1999년에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 부처들은 출연금과 연구용역을 매개로 국책연구소를 실질적으로 통제해 왔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책연구소 박사급 연구자들이 중앙 부처 사무관들의 일을 대신 하느라, 정작 국정운영에 필요한 연구와 기초 조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역할 평가 엇갈려

2008년 10월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제회의실에서 국책연구기관 노동조합원들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과천/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현 정부에서는 정권 수준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연구기관장 일괄 사표, 대통령 ‘코드’에 맞춘 논공행상식 기관장 임명, 통일연구원·노동연구원·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파행, 행정연구원의 세종시 이전 비용 추계 논란, 4대강 사업의 실체를 폭로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연구원 사건 등 국책연구소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연구기관과 연구자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침해받는 상황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윤두섭 팀장은 “연구회가 정부 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의 가교, 국정 어젠다의 개발, 협동연구 강화 등을 통해 설립 목적에 맞는 활동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원호 직업능력개발원 박사는 “연구회가 공공기관 선진화를 내세우며 기관과 기관장, 연구자 개인에 대한 ‘평가 및 통제 강화’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권과 부처의 압력을 막아내는 ‘바람막이’가 되지 못하고, ‘이진아웃제’ ‘누적연봉제’ 도입을 통해 연구자 신분 불안, 연구공동체 붕괴, 무의미한 줄세우기 같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리실 산하 연구회가 주도적으로 이러한 압력들을 막아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기획 및 조정 역량을 강화하면서 연구회 체제의 필요성을 옹호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평가를 매개로 한 통제’만 강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국무총리실-연구회-정부 부처-소속 연구회’ 차원의 관계조정 차원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연구결과 공개·공유 강화를

우선 ‘위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부처 환원보다는 연구회 체제가 낫겠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정책 소비자인 정부 자신의 태도 변화다. 개별 부처의 관점이 아니라, 정부 전체 시각에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결국 똑똑한 정책소비자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청와대 정책실장 수준에서 연구의 독립성을 지켜주기 위한 바람막이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종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 이사장도 “한국의 정책연구 및 연구자 집단은 학계와 관료 모두로부터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정책연구의 독자적 권위가 충분히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책연구소의 변화는 학술 연구와 정책 연구의 균형 정립, 그리고 정부, 대학, 민간 싱크탱크들까지 포괄하는 정책지식 생태계 전반의 발전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아울러 ‘아래로부터의 변화’ ‘스스로의 구체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국민 모두가 정책수요자이자 이해관계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장영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노조지부장은 “연구예산의 일정 비율을 시민들의 요구에 답하는 데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또한 연구 결과의 사후 공개와 공유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 부처가 정책 발표 때 인용하는 연구보고서는 반드시 공개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맏형 대접 앞서 제구실부터

현재도 정부출연 연구기관 지식정보 검색시스템(IKIS)과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프리즘(PRISM) 사이트를 통해 국책연구소 연구물과 정부용역 보고서들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료들은 전부가 아니며, 목록조차 비공개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한 해 수천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1천명이 넘는 박사들이 모인 국책연구소가 정보와 자원, 영향력을 독점하려 할 뿐 정책지식 생태계 전체를 키우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국책연구소는 한국 싱크탱크 집안의 맏형이다. 맏형 ‘대우’받기만을 기다려선 안 되고, 맏형 ‘노릇’을 해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연구회 체제는 ‘부처로의 환원’이 아니라 ‘국민으로 환원’되는 구조개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소속 연구소 현황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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