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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31 20:08 수정 : 2010.08.31 20:10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이 기업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면서 고객의 영혼과 교감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헤리리뷰] HERI가 만난 사람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

유한킴벌리. 한국에서 가장 사회책임경영을 잘 하는 것으로 꼽히는 기업이다. 또 기업브랜드 선호도 역시 가장 높게 나오는 기업 중 하나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2009년 한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9.7%가 ‘유한킴벌리는 사회책임경영을 잘 한다’고 응답해 조사대상 기업 중 가장 높았다. 포스코(53.3%), 삼성(52.4%), 안철수연구소(51.9%)가 그 뒤를 따랐다.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서도 유한킴벌리는 긍정적인 응답이 74.4%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삼성(63.3%)이 따랐다. 이런 면에서는 유한킴벌리가 삼성과 경쟁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업, 가장 사회책임경영을 잘 한다고 인식되어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와의 대화의 첫 화제는 유한킴벌리와 삼성의 경쟁이었다. 최규복(53) 유한킴벌리 사장이 입을 뗐다.

“그렇습니다. 사회책임경영이나 기업이미지라는 면에서는 삼성과 경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제품도 다르고 기업 규모도 매우 차이가 나지만 소비자 머릿속에서는 경쟁 관계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27년 동안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펼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활동 같은 사회책임경영활동이 높게 평가받은 것 같습니다.

다른 재벌기업이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피하는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책임경영활동을 시작한 것과 달리, 유한킴벌리는 진정성을 갖고 자발적으로 시작했고 끌고 왔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만 사회책임경영활동을 펼친다고 하지만, 사실 유한킴벌리 사회책임경영은 ‘저비용 고효율’이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2009년 주요 기업 사회공헌비 지출액과 기업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등이 ‘고비용 저효율’로 평가된 것과 대조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재벌기업과 달리 자발적으로 시작

“외부에 많이 보이는 사회공헌활동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책임도 충실히 지고 있다는 게 큰 차이일 것입니다. 기업 성과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품경쟁력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경쟁력 있는 제품은 생산 현장에서 나옵니다. 유한킴벌리는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10년이 훨씬 넘습니다.

기술을 가르칠 뿐 아니라 풍부한 교양을 가르치다 보니 직원들이 긍정적이고 자발적인 사고를 갖게 됩니다. 봉사활동 역시 교육시간에 들어갑니다. 기능직 출신 사내 교수를 두고 서로 교육하게 하기도 하고요. 관리직의 경우 유연근무시간제도 도입하지요.


그러다 보니 자발적으로 품질개선 노력을 하게 됩니다. 유연근무시간제 등으로 학원을 다니는 등 스스로 자기계발의 수준을 높여 결과적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기도 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최근 기업 경영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다. 임직원에게 충분한 휴식과 자기계발의 기회를 주는 것은 장기적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논의도 많다. 유한킴벌리는 아예 이런 균형을 넘어서서, 더 ‘삶’으로 다가간다.

자기계발로 ‘저비용 고효율’ 실현

“이제 ‘일 중심’에서 ‘삶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가자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생산 현장에서 4조2교대제를 실행합니다. 그러면 12시간씩 쉬게 되니까, 부부가 모두 이 제도 안에 있을 경우 어린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키울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예로, 유연근무시간제를 실시하니 임신부가 러시아워를 피해 출근할 수 있습니다. 만원 버스, 만원 지하철을 피해 출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좀 덜 부담스럽게 아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삶 중심 패러다임으로 저출산 대응

그런데 이런 직원의 ‘삶’의 향상은 기업 경영과 어떤 연관을 맺을까?

“단기적으로는 직원이 신나게 일해서 효율이 올라갑니다. 자기계발을 해서 업무능력이 신장되어 회사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더욱 큰 그림에서 도움이 됩니다. 유한킴벌리는 소비재 기업입니다. 우리 사회 인구가 늘어야 함께 성장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저출산 고령화가 눈앞에 닥쳤습니다. 이건 우리 회사에 큰 도전입니다.

가족친화경영은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09명일 때, 유한킴벌리 내의 합계출산율은 1.8명입니다. 이런 경영이 전국에 확산되면 저출산 문제는 훨씬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어린이를 포함한 인구가 늘어나고 유한킴벌리의 소비자가 늘어납니다. 회사와 직원과 사회는 이렇게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환경 문제에서 유한킴벌리는 이미 이런 과정을 겪어 성공을 경험했습니다. 한국에서 환경캠페인을 가장 선도적으로 실시해서, 환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사회가 좋아지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제 가족친화경영, 저출산 분야에서도 이런 성과를 내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유한킴벌리의 해법은 정답이다. 사회 문제 해결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함께 간다.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도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건강한 사회 없이는 건강한 기업도 없다.

최 사장은 최근 세계적인 마케팅 대가 필립 코틀러의 책 <마켓 3.0>을 직원들에게 선물했다. 코틀러는 그 책에서, 제품력이면 되던 1.0시대와 고객 만족이 필요하던 2.0시대를 넘어, 3.0시대의 시장에서는 기업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면서 고객의 영혼과 교감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외국 합작 기업이지만 한국 기업보다도 더욱 강하게 사회책임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시민운동만큼이나 빠르게 한국 사회 이슈를 발굴해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 우리 강산을 푸르게 만드는 데 앞장서던 유한킴벌리가 이제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해 ‘가족친화경영’이라는 해법을 내밀고 있다. 그 경영의 끝에는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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