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리뷰] Special Report
자치단체장 인식조사-지역유형별 기초단체장 인식차이
기초자치단체장의 지역정책에 대한 인식은 소속 정당에 따라 달라질까? 아니면 그 지역의 경제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까? 이번 조사 결과로 후자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기초자치단체의 경제사회적 조건(생활권/재정자립도/사회복지 예산 비중/3년 평균 인구증가율/실업률 등)과 단체장의 정치적 조건(소속 정당/초선 여부)을 조사해 본 결과, ‘도시형’, ‘높은 재정자립도’, ‘높은 인구증가율’, ‘높은 사회복지 예산 비율’, ‘높은 실업률’인 지역의 응답이 거의 중첩되고, ‘농산어촌형’, ‘낮은 재정자립도’, ‘낮은 인구증가율’, ‘낮은 사회복지 예산 비율’, ‘낮은 실업률’인 지역이 대체로 겹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인식은 경제사회적 조건을 따라가고 있었다.
도시는 성장형, 농산어촌은 정체형
한겨레경제연구소는 기초 조사를 통해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동시에 ‘인구증가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곳을 ‘성장형’으로, ‘재정자립도’가 낮고, ‘인구증가율’도 평균보다 낮은 경우를 ‘정체형’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161개(2009년 기준)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43개가 성장형, 46개가 정체형으로 분류됐다. 나머지는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기타 유형이다. 그 유형에 따라 단체장의 정책 인식도 차이가 나타났다.
성장형, 경제·재정 문제에 더 민감
성장형 지역의 단체장들은 지자체가 직면한 어려움으로 ‘지역경제 침체’를 꼽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성장형 단체장의 52.7%가 지역경제 침체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꼽았다. 그러나 정체형에서는 24.3%에 지나지 않았다.
직면한 어려움을 세 가지까지 꼽으라는 질문에서는 교육 여건 및 복지 수준이 열악하다는 점을 79.3%가 꼽았다. 성장하는 지역에서는 경제·교육·복지 등의 주민 욕구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조사 결과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 51.7%로 가장 중요하게 꼽혔다. 일자리 창출을 32.4%만 꼽은 정체 지역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결과다. 역시 주민 욕구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 등 민간자본 유치’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응답(55.2%)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 ‘중소기업 및 농업 등 지역 내 산업 육성’이라는 응답(17.2%)도 높게 나타났다. 성장형 지자체의 경우 지역 내외부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의지와 조건을 보여 주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는 ‘상급기관의 간섭과 규제’라는 응답(34.5%)이 높게 나타났다. 재정 문제 해결의 목표에 대해서도, 성장형 지역 단체장들은 ‘지자체 부채 해소를 포함한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응답 비율이 확실히 높았다.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불요불급한 사업 정리’라는 응답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이 많았다는 사실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한편 성장형 지역 단체장들의 경우, 해당 지역 공무원 이외에 상대적으로 ‘지역 시민단체나 민간 싱크탱크’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정체형, 인구감소 어려움 첫손 꼽아 정체형 지역 단체장의 51.4%는 인구 감소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성장형 지역에서는 한 명도 선택하지 않은 응답이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민간자본 유치(32.4%)를 가장 선호했지만, 국책사업 유치(24.3%) 역시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성장형 지역에서는 10.3%만 국책사업 유치를 경제 활성화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았다. 그렇지만 정체형 지역에서는 동시에 ‘민간자원 동원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민간자본 유치와 관련해서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정체형 지역 단체장들은 주민 복지를 취약계층 복지 중심으로 인식(54.1%)하면서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 대책 마련’ 역시 매우 중시(24.3%)하고 있었다. 절대적인 인구 감소,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복지 대상 및 부담의 증가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이다.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국고보조금 감축 대신 지방교부세 증대’라는 응답이 많았다. 10%대 수준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하고 있고, 세수 확보를 위한 지역산업 구조 역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이러한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정체형 지역 단체장들은 ‘지역 주민’을 자신의 ‘두뇌집단’으로 본다는 의견이 비교적 많았다. 정치적 조건 따른 인식 차이는 미미 단체장들의 정치적 조건에 따른 차이는 경제·사회적 조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였지만, 부분적으로 흥미로운 차이가 발견되었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목표로 ‘일자리 창출’과 ‘주민 실질소득 증대’를 많이 꼽은 반면, 한나라당 단체장들은 ‘지역 외부기업 유치’를 더욱 중시하였다. 한나라당에 비해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재선 이상 단체장들에 비해 초선의 단체장들이 ‘지자체 부채 해소를 포함한 재정건전성 확보’를 재정 문제 해결의 목표로 꼽는 비율이 높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지자체 부채’와 ‘건설업 중심의 재정지출구조’를 문제라고 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한나라당 단체장들은 ‘낮은 재정자립도와 지자체 자율성’이 문제라는 답변이 많았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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