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리뷰] 자치단체장 인식조사
기초단체장들이 생각하는 지역정책
여전히 ‘경제’가 중심이었다. 민선 5기 기초자치단체장(기초단체장)들은 ‘지역경제의 침체’를 가장 심각한 어려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25.6%가 응답한 ‘인구 감소’가 경제 침체와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초단체장의 70%는 ‘지역 경제’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민했다. 주민 복지의 확충이나 재정문제 해결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위상을 갖춘 것이라기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이거나, 그것의 결과로 인식하고 있었다. 경제와 복지, 재정 정책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보다는 경제가 다른 둘에 우선한다는 인식의 불균형이 확인된 것이다. 또한 부족한 자원, 열악한 조건 아래서 외부 지원에 대한 기대가 내부 동력의 발굴보다 선호되고 있다.
외부자본 유치로 일자리 창출 모색
응답 기초단체장의 50.4%는 ‘일자리 창출’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최고 목표로 꼽았다. 23.1%는 ‘주민 실질소득의 증대’, 19.8%는 ‘지역 외부기업 유치’라고 답했다. 이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3.9%가 ‘불충분한 세입 및 국고지원’이라고 답했고 ‘위치, 자원 등 주어진 조건’이라는 대답이 24%, ‘민간 자원 동원의 어려움’이 18.2%로 조사됐다. 압도적 다수의 기초단체장들이 지역이 처한 구조적 조건에 의한 제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으로 응답자의 38.8%가 ‘대기업 등 민간자본 유치’를 꼽았고, ‘국책사업 유치’라는 답변이 24%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외부자원의 동원’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3순위까지 확대할 경우에는 ‘지역 내 산업 육성’ ‘농특산물 가공산업 육성을 통한 부가가치 제고’ ‘테마파크 등 관광개발 거점 조성’ 등 지역 내부자원의 활용 계획도 40% 넘게 나왔다.
‘보편적 복지’보다 취약계층에 초점
6·2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정책과 ‘보편적 복지국가’ 담론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응답 기초단체장의 47.9%는 복지확대의 최우선 목표를 여전히 ‘취약 계층 복지’로 여기고 있었다. 복지확대의 가장 효과적 수단으로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꼽은 단체장이 38.0%로 가장 높았다. ‘토건 예산 감액, 복지 예산 증액’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대답은 5.8%에 불과했다.
복지확충을 가로막는 가장 중요한 요인에 대해 무려 81%의 단체장들이 ‘불충분한 세입 및 국고지원’이라고 답해, 절대적인 재원 부족을 호소했다. 그러나 3순위까지 응답을 확대하면 ‘복지확대에 대한 지역주민 동의 부족’과 ‘건설사업 중심의 지역경제 구조’라는 대답이 50% 전후로 나온다. 지역의 기득권적 질서는, 재원 부족과 더불어 단체장의 복지확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임을 알 수 있다. 부채 줄이기 앞서 재원 확보에 골몰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계기로, 기초단체장의 재정문제 해결 의지와 역량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기초단체장의 62.8%는 ‘지방세수 확대를 통한 재정자립도 증대’를 재정문제 해결의 목표로 제시했다. 28.1%는 ‘지자체 부채 해소를 포함한 재정건전성 확보’라고 답했다. 재정문제 해결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43.8%의 단체장이 ‘지방세수의 증대’를, 이어 32.2%는 ‘국고보조금 감축 대신 지방교부세 증대’를 꼽았다. 안정적인 재원확보 구조가 더욱 절실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불요불급한 사업 정리’ ‘지자체 세출 책임성 강화’ 등에 대한 응답은 비교적 낮게 나왔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자체 부채’가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답한 비율 역시 8.3%에 불과했다. 3순위까지 응답을 확대할 경우엔 ‘개발 및 선심성 예산에 대한 주민 기대’가 57.0%, ‘선심성 예산 배정 및 건설업 중심 재정지출 구조’가 29.8%로 나왔다. ‘부실한 지역재정’은 부채의 규모나 성격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경제 운용에 필요한 절대액 부족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 전문가 외면 담당공무원에 절대의존 기초단체장들이 가장 의존하는 두뇌집단을 묻는 질문에 대해, 52.9%가 해당 자치단체 공무원을 꼽았다. 오직 응답자의 5%만이 지역 대학교수에게서, 1.7%만이 광역시도연구원에게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오히려 16.5%의 단체장은 ‘지역 내 시민단체나 민간 싱크탱크’를, 11.6%는 ‘지역 주민’을 자신의 지역 정책 마련에 도움을 주는 가장 중요한 두뇌 집단이라고 답했다. 구체적 정책 개발에서 정책결정자들의 관료 의존 현상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역 공무원들이 단체장의 ‘손발’과 ‘머리’ 노릇을 모두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 낼 기초단체장의 의지를 뒷받침할 ‘두뇌 집단’의 확대가 절실하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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