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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31 21:37 수정 : 2010.08.31 21:45

경제·복지·재정정책 3각 균형 잡아라.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헤리리뷰] 자치단체장 인식조사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 그러나 때로 사람은 개인의 ‘의지’와 ‘역량’으로, 그를 누르는 온갖 제약과 구속을 넘어서기도 한다. 지도자는 더욱 그렇다. 자신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바꿀 수 있다. 현재의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 정도를 기대한다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유능한 관료가 승진해 되는 게 가장 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체장을 직접 선출한다. 그래서 단체장은 행정 관료 출신일 수도, 사회운동가 출신일 수도, 지역 촌로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그에게서 제약조건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를 위해, 우리와 함께 더 나은 변화를 이뤄낼 것을 바란다.

민선 5기 단체장들 모두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과 더불어 지역을 이끌어 가겠다는 포부를 분명히 밝혔을 터이다. 당선된 이후에는 ‘당연히 될 사람’이 되었다는 자만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한 부담으로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단체장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가?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설문조사를 통해, 민선 5기 광역과 기초단체장(구청장 제외)의 인식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민선 5기 단체장들에 거는 기대만큼 그들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6·2 지방선거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어쩌면 제대로 된 최초의 ‘정책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선거를 앞뒤로 경제, 복지, 재정 이슈가 차례로 제기됐다. 정치공학적 접근과 구별되는 생활정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기도 했다.

우선 자신의 삶에 직결되는 구체적 정책에 대한 관심이 선거를 계기로 분출했다. 무상급식을 중심으로 한 ‘보편적 복지’가 선거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복지 논의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선거가 끝난 뒤엔 ‘재정문제’가 급부상했다. 인수위원회가 꾸려졌고 지방정부의 살림살이와 사업계획들이 낱낱이 검토되었다. 지역정책의 우선순위가 재검토됐고, 단체장과 의회, 시민단체들의 뜨거운 정책공방이 이어졌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은 불에 기름을 부었다.

이렇게 ‘복지’와 ‘재정’은 이제 더는 ‘경제’의 하위범주가 아니라, 그 자체가 지역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부상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오래된 과제와 ‘주민복지 확대’, ‘재정문제 해결’이라는 새로운 숙제가 동시에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 결과 단체장들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붙잡혀 있음이 확인됐다. ‘쓸 돈이 없으니 복지를 늘리지 못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할 뿐, ‘건설예산을 줄여 복지예산을 늘리고, 복지에 대한 투자로 일자리를 늘린다’는 발상의 전환이 드러나지 않았다. 주민복지와 재정문제를 여전히 지역경제의 종속변수로만 여기고 있었다.

‘경제가 모든 것 해결’ 생각 위험

그러나 경제가 좋아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경제, 복지, 재정 정책의 균형과 선순환 구조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 또한 경제가 좋아지기 위해선 국책사업과 대기업 자본을 유치하면 된다는 인식을 많은 단체장이 내보였는데, 이는 안일한 접근이다. 지역은 중앙정부와 대기업의 지원만 기다리는 천수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박상유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사회적 경제를 육성하는 것은 단순히 사회복지나 사회적 목적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것이라는 지자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역시 “기초지자체장들이 우선해야 할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풍요롭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인식 전환은 문제해결의 출발일 뿐이다. 바뀐 인식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계획과 실행이 이어져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 단체장들의 인식 변화는 일부 발견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계획과 의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예를 들어 재정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단체장들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은 여전히 추상적이다.

내부자원 활용한 실행전략 필요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불요불급한 사업의 정리나 재정책임성 강화 등이 후순위로 밀려 있는데, 이는 인식 변화는 있으나 대안은 아직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바뀐 인식과 구체적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영리한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단체장의 ‘의식’을 결정하는 ‘존재’(조건)는 비단 경제사회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균형 잡힌 지역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선 지역사회의 기득권 질서, 주민들의 이해 충돌, 갖가지 관행 등을 넘어서야 한다.

경남의 한 단체장은 가장 우수한 공무원을 기획이나 예산 관련 부서가 아니라 일선 주민자치센터로 보내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해, 자신의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영리한 실행 전략의 좋은 사례다.

그런 점에서 단체장들 상당수가 두뇌집단으로 해당 지역 공무원을 꼽은 설문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공무원집단이 새로운 인식을 가진 단체장의 손발이 될 수는 있겠지만, 머리를 대신할 수도 있을까? 영리한 실행 전략 수립을 돕는, 든든한 지적 자원 건설을 위한 별도의 노력이 요구된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자치단체장 정책 인식조사 연구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 이현숙 연구위원, 홍일표 수석연구원, 박상유 선임연구원, 서재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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