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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각계 지도자 30명으로 구성된 민간회의체 ‘한중일 30인회’가 2009년 4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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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2010 아시아미래포럼 /
한중일 3국의 정책지식 생태계는
한국·중국·일본 3국의 정책 지식 생태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싱크탱크(두뇌집단)가 있다. 체제와 역사를 달리하는 세 나라이지만, ‘국가 주도’ ‘관료 중심’의 정책 생산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전쟁과 혁명이라는 역사의 부침 속에서 ‘정책’ 영역은 관료들의 몫이었다. 이들을 보좌하고 지원하기 위해 정책 연구기관들이 만들어져 운영됐다. 그러나 세 나라 정책 생산 구조와 싱크탱크의 관계를 깊이 살피면 그들 사이에 작지 않은 차이가 발견된다.
한국, 2000년대 기업연구소 급성장
한국의 경우, 국책연구소가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 훼손에 시달리는 동안, 2000년대 이후 기업연구소들의 빠른 성장이 확인된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의 대중적 영향력은 이미 한국개발연구원을 압도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시민운동은 정책공간의 개방과 경쟁을 확대해 왔다. 시민단체들은 ‘준싱크탱크’ 구실을 수행하며, 관료 주도의 정책생산 메커니즘에 변화를 꾀해 왔다. 최근 시민사회 기반의 독립 싱크탱크들이 증가하면서 정책 지식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일본, 관료독점 구조 아직 못벗어
일본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55년 체제’하의 자민당과 관료 독점의 정책 구조가 민주당 집권으로 도전받고 있지만, ‘정치가 주도하는 정책 개발’의 기반은 아직 취약하다. 정당 연계의 싱크탱크가 만들어졌으나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해체되거나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과 달리 국책연구소를 별도로 두지 않고 부처의 조사·기획 능력을 최대화하였다. 1970년대 노무라, 미쓰비시 등의 기업연구소들이 설립되고 현재 400개가 넘는 싱크탱크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하나, 이들의 정책적 영향력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스즈키 다카히로 조사이국제대 교수는 “일본 사회는 본격적 싱크탱크가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이지만, 새로운 전략과 자원 동원을 통해 싱크탱크가 일본 민주주의를 한단계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싱크탱크 가파른 성장세 중국 역시 정, 관, 군을 돕는 대형 국책연구소들이 싱크탱크 생태계를 이끌어 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제임스 맥갠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싱크탱크의 수는 2009년 기준 428개로, 1815개로 조사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다. 세계 50위권 싱크탱크도 둘이나 있으며 40대 아시아 싱크탱크에도 6개나 들어 있을 정도로 중국 싱크탱크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주쉬펑 난카이대 교수는 “중국 싱크탱크 수는 2000개 이상으로 보는 게 맞다. 주로 정부의 외부 브레인 역할을 해 왔지만 대중을 일깨우고 정부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 소외계층의 대변인 구실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 싱크탱크들의 정책적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엔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더욱이 2009년 3월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이라는 ‘반관반민’ 싱크탱크의 설립을 통해 확인되듯 중국은 세계와 소통하는 통로로 ‘미국식 싱크탱크’를 활용하는 영리함을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의 아래로부터 협력 한중일 싱크탱크의 중요성은 비단 각국 내부 정치, 경제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식생태계’ ‘동아시아 지식네트워크’의 변화와 맞물려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비전그룹, 동아시아연구그룹이 결성된 이후, 2003년엔 중국 주도의 동아시아 싱크탱크 네트워크(NEAT)가 설립되었고, 2004년에는 한국 주도의 동아시아포럼(EAF), 일본 주도의 동아시아공동체협의(CEAC)가 만들어졌다. 동아시아 신질서 구축을 위한 ‘위로부터의 협력’에 싱크탱크들이 중요한 매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적 가치와 질서, 비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한중일 싱크탱크의 역할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위로부터의 협력’ 보좌 역할을 넘어, ‘아래로부터의 협력’을 주도하는 모습도 기대해봄 직하다. ‘2010 아시아미래포럼: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싱크탱크 세션에서는 이러한 한중일 3국 싱크탱크의 현황과 변화, 향후 전망에 대한 최신의 정보가 공유될 예정이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겸 아시아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고, 주쉬펑 난카이대 교수, 스즈키 다카히로 조사이국제대 교수 그리고 필자가 한중일 싱크탱크 상황을 발표하고, 상호토론을 진행할 것이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우송대 교수 겸 아시아연구소 소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미국과 아시아 싱크탱크의 비교적 시각과 정보를 함께 제시한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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