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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02 10:00 수정 : 2010.11.02 10:00

[헤리리뷰] 2010 아시아미래포럼 /
동아시아 기업은 왜 점점 강해지는가

빠른 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중일 세 나라 기업은 서구와 차별되는 성장 경로와 혁신 방식을 채택했다. 세 나라 기업이 가진 경쟁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특징은 미래에 어디로 진화할까?

‘2010 아시아미래포럼: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에서는 이틀 동안 두 개의 세션에서 각각 아시아 사회문화적 맥락이 이들의 혁신과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대표적 기업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볼 예정이다. 한 세션은 기업지배구조 분야의 세계적 경제학자인 아오키 마사히코 스탠퍼드대 교수가 직접 사회를 맡고, 또 한 세션은 동아시아 기업의 혁신에 대한 최고 전문가인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다.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소유구조 다르지만 행동은 유사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도권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으며, 특히 그 핵심은 한중일의 동아시아다. 그러나 동아시아는 서구와 대비하는 지역이면서도 아픈 역사에 연유한 정치경제적 이질성을 가지고 있다. 한자를 공유하면서도 한중일 삼국이 만나면 쓰는 공용어는 영어다. 이런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동아시아 기업을 논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특히 삼국의 기업은 이질적이어서, 일본은 전후 재벌 해체에 따라 소유·경영이 분리된 기업체제로 이행하였고, 한국은 가족 중심의 경영, 중국은 사회주의적 소유체제에 기반한 국유기업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다.

그러나 놀랍게도 의미 있는 공통점은 한중일 삼국의 대기업에서는 기업집단형 기업체제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재벌, 일본에서는 게이레쓰(系列), 중국에서는 치예지투안이라고 불리는 기업집단(Business group)이 경제의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각각 가족 소유, 공개분산된 소유, 국가 소유라는 매우 다른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의 공통적 행동과 성과를 보이고 있기에 우리는 동아시아 기업이라는 것을 논할 수 있다.


‘시장 성숙→집단 소멸’ 공식 틀려

경제학에서 특히, 작년에 노벨상을 받은 올리버 윌리엄슨의 거래비용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그 나라 경제가 후진적이어서 선진국과 달리 시장거래에 따른 비용이 크고 시장실패 요인이 크기 때문에, 이런 시장제도 차원의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서(즉 시장거래를 기업집단 내 거래로 내부화하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집단이 출현했다고 본다. 가령 외부 자본시장이 미발달하여 기업들이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도 자금조달이 되지 않기에, 계열사들이 출자를 하여, 즉 내부의 자본시장을 동원함으로써 신규 사업을 한다는 식의 설명이다. 이렇게 보면 전전의 자이바쓰에 기원을 둔 현재 일본의 게이레쓰 및 대만의 가족형 기업집단까지, 나아가서 인도나 남미의 기업집단까지 다 설명이 된다. 실제로 그 많은 후진국들에 존재하는 기업집단을 보면, 이런 기업들이 교과서에서 상정하는 영미식의 소유·경영이 분리된 독립기업보다 세계적으로 더 다수를 점하는 기업 유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영미식 기업이 글로벌 표준이라는 위치를 차지함에 따라 기업집단은 시장경제가 성숙하면 자연히 소멸될 미개한 기업조직이라는 인식이 학계를 지배해 왔다. 그런 인식이 절정에 달한 것은 10년 전 외환위기로 많은 한국 재벌들이 도산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한국 재벌이 위기 이후 찬란히 성과 전환에 성공하고 사회주의 중국에서도 상장기업의 절반 이상이 집단형 기업체제를 취함에 따라, ‘시장 성숙→집단 소멸’이라는 단순 공식과 집단은 미개한 조직이라는 인식은 서구 편향적 사고의 한 예로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세를 더하고 있다.

거래비용 경제학은 기업집단에 대해서 그 기원을 설명하는 데는 유용한 이론이지만, 기업을 그 지역 토양에 기반해 계속 진화해 가는 유기적 실체라는 측면을 간과해 현재의 성과 변화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극단적으로 문화경제학적 설명을 취하면 경제 현상은 거래(transaction)의 네트워크로 볼 수도 있지만 관계(relations)의 네트워크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브랜드·연구개발에서 강점 드러내

그러면 동아시아의 집단형 기업의 성과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최근 필자의 연구는 계열사간 자원과 역량의 공유가 중요한 경쟁우위의 원천임을 시사한다. 그런 공통된 자원과 역량의 예로서 브랜드와 연구개발(R&D) 조직을 들 수 있다. 이런 브랜드나 연구개발 조직은 독립형 기업이 구축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드는 반면, 집단에서는 계열사간의 분담으로 더 작은 비용으로 구축하고 좀더 효율적으로 유지·사용될 수 있는 성격을 지닌다. 이런 점은 외부적 시장제도의 발달과는 무관하게 집단형 기업이 가지는 우위 요소가 될 수 있다. 즉 브랜드나 연구개발 조직은 시장에서 다른 외부 기업으로부터 사서 쓸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상품 시장이 완전경쟁보다는 독과점에 가깝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은 집단형 기업에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집단형 기업이 영구히 지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미 일본은 각 계열사의 자율성이 커진 체제이고 한국 재벌도 그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소유형 기업집단도 국가로부터의 자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향후 동아시아 기업의 변신과 진화를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현재 동아시아 시장이 팽창하는 상황은 동아시아 기업에 유리한 전개임은 틀림없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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