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11.02 10:06 수정 : 2010.11.02 10:06

[헤리리뷰] 2010 아시아미래포럼/
기업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경영자는 괴롭다. 어려운 의사결정을 매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의사결정의 기준은 늘 모호하기 짝이 없다. 최근 10년여 동안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영자의 고뇌는 더욱 깊어진다. 의사결정 기준이 자주 흔들리기 때문이다.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계속 바뀐다. 그러다 보니 기업과 경영자에 대한 기대도 바뀐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는 평생고용, 평생직장이 관행과 미덕이던 사회였다. 직원을 존중하는 경영자가 존경받던 시대였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영을 하라는 지상 과제가 떨어졌다. 벤처기업가나 대기업 계열사 경영자나, 경영실적을 주가로 평가받기까지 했다. 당기순이익과 주가를 높이는 경영자가 존경받던 시대였다. 몇 년 전부터는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경영을 하라는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경영자는 자꾸만 규칙이 바뀌는 게임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의 감독인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뒤, 이 모든 기대는 혼란스럽게 엉켜 있다. 여러 기대 사이에 상충점도 자꾸 생겨난다. 이익을 더 내자면 과감하게 정리해고를 해야 한다. 사람을 자산으로 여긴다면 과감하게 고용을 보장하고 교육에 대폭 투자해야 한다. 사회공헌활동 예산을 늘리자니 성과급과의 상충이 걱정되고, 성과급을 과감하게 주자면 주주 배당금 수준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시대 따라 변하는 경영 우선순위

지금, 기업 경영의 우선순위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주주가 먼저인가? 직원이 먼저인가? 고객이 먼저인가? 사회적 책임이 먼저인가?

혼돈의 시대다.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지지 않아서 그렇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2010 아시아미래포럼: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에서 세계적 경제학자 아오키 마사히코(스탠퍼드대 교수)는 바로 이 질문을 전세계 경영자, 투자자, 정책결정권자에게 던진다.

물론 주류경제학은 정답을 알려준다. 기업이란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결성되어서, 경영자가 주주의 대리인 구실을 하면서, 노동자를 고용해 주주에게 가져다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존재조직이다. 경영자는 능동적 행위자가 아니라, 주주의 이해관계를 실현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노동자는 기업의 구성원이 아니라 피고용인일 뿐이다. 이 답은,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뒤 한국에서도 주류로 자리잡은 가치관이다.

2001년 ‘기업 역사의 종말’을 고하는 이론가가 나오기까지 한다. 헨리 한스만 예일대 교수는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끝났으며, 최고의 모형은 주주가치를 최상의 가치로 보는 주식회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을 조금만 둘러봐도, 주주가치 극대화를 절대적 목적으로 삼는 주식회사는 기업의 여러 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주가 정점에 있는 미국식 주식회사는 영미에서조차도 최근 몇 십 년 동안만 주류였다. 전통적으로 일본이나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영향 아래 기업이 있는, 국가 중심 모델이 주류였다. 독일에서는 노동자가 이사회까지 참여하는 노동자 중심 모델이 주류였다. 각 모델에 맞춰 투자자의 기대, 소비자의 기대, 노동자의 기대, 그리고 경영자의 의사결정 기준도 달랐다.

가치관의 혼란은 경영자의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식 주주 중심 경영이 쇠퇴하면서 기업 경영은 더 다양화하고 있다. 주주가치 중시 경영을 앞장서 외치던 투자은행들은 파산한 뒤 스스로 국가의 투자를 대거 유치해 간신히 살아남았다. 제너럴일렉트릭 전 회장 잭 웰치처럼 주주가치 창출을 위한 경영을 소리 높여 외치던 이가 ‘단기적 주주가치를 위해서만 경영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서만 돌진하던 경영자라면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될 법하다.

경영자의 의사결정 기준이 흔들릴 때, 기업은 흔들린다. 기업이 흔들리면, 경제도 흔들린다. 지금 세계경제는 금융거품 때문에 처음 위기에 봉착했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근본을 파고들면 의사결정 기준의 위기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도 예외 없이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한국 경영자의 위기다. 지금 여기서 경영자는 어떤 기준으로 행동해야 하나? 어떤 조직구조와 지배구조가 미래의 경제에 적합할까?

이해관계자들의 호혜관계 주목

‘기업은 주주가치, 즉 단기적 이익을 내는 일만 고려해 경영해야 한다’는 주류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일까? 이 관점에 따르면 직원은 비용이며 자산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이게 아니라면 대안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아시아미래포럼’은 아시아 기업의 경영에서 미래 기업 경영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아오키 마사히코 교수는 그가 평생 몰두해온 일본 대기업과 서구 대기업의 경영 방식 비교 연구를 토대로 미래 기업의 경영 방식을 ‘2010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연설 ‘아시아시대 기업의 새 프레임’에서 제시한다.

미국식 주주중심 경영의 폐해와, 자칫 내부자만의 폐쇄적 경영으로 흐를 수 있는 일본식 경영을 넘어선, 이해관계자 사이의 호혜적 관계에 기반한 미래 경영 방식을 내놓는다. 동아시아 경제가 세계 경제의 주류로 떠오르는 지금이야말로, 이 지역이 주도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내놓을 때라는 관점이다.

부동산과 기계만 자산이 아니다. 지식의 시대, 사람은 더욱 큰 자산이다. 단순히 주주의 대리인이 아니라 능동적 창조자인 경영자라면, 지식과 사람을 앞세워 경영을 하고 싶어할 법하다. 그런 경영자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관과 조직구조와 지배구조가 필요할까?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