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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세희, 김영주, 구본권, 최희원, 김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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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스페셜 리포트|디지털 위험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디지털 기술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전 앞뒷면처럼 밀접히 연관된 경우가 많다. 또 정부의 규제만으로 디지털 사회의 역기능과 위험을 관리하기도 힘들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정부, 기업, 개인이 변화된 환경을 어떻게 보고 대응할지를 전문가 토론을 통해 짚어봤다. 좌담은 구본권 한겨레 경제부 기자, 김갑수 문화평론가,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최희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책임연구원, 한세희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 연구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사회로 2월16일 오전 한겨레경제연구소 회의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편집자)
전문가 좌담 / 디지털 시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사회 우리 생활은 이제 디지털 미디어를 떠나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디지털 기술은 순기능이 많지만 사회적 역기능도 만만치 않게 낳는다. 디지털 위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 모호
최희원 젊은이들 가운데는 노출증에 걸려 있다 할 만큼 개인정보 노출을 심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최근 조사를 해 보니 아이디만 갖고도 이 사람이 어디서 뭘 샀는지 다 나오더라. 지금은 진료기록, 신용카드·은행 거래내역 등은 심층네트워크에 감춰져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통해서 연결은 다 되어 있다. 구글보다 기술적으로 더 뛰어난 검색회사가 등장한다면 그런 것들이 나올 수도 있다.
김갑수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병행하는 우리 연배에게는 디지털이 철저히 도구다. 아날로그 공간의 연장인 셈이다. 내가 남자인데 여자로 글을 쓰고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인데, 1990년대 이후 출생자는 디지털문명의 아이들이고 이때부터는 다른 종의 아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받아들인 삶의 환경이 전면적으로 디지털인 지금 어린 세대는 우리와 굉장히 다를 것이다.
구본권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사생활 시대의 종말을 말했는데) 사실은 그것이 가능해진 맥락이 만들어졌다. 구글의 최고경영자 에릭 슈밋도 ‘무엇이건 간에 감추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절대로 인터넷에 올리지 마라’고 했다. 빅터 마이어쇤버거가 쓴 <삭제>(Delete)를 보면 디지털 기술로 인해 인류 인지구조의 기본값이 망각에서 기억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기억은 네트워크화해서 모두에게 열려 있다. 공간적, 시간적인 원형감옥(파놉티콘)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것들이 디지털 문명의 근본적인 상황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전혀 변형되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오래된 일도 지금 바로 눈앞에 일어난 것과 다를 것이 없어진 것이다. 편리함과 부작용은 디지털 정보에 대한 이런 통찰과 함께 접근해야 한다. 김영주 아날로그 시대의 물리적 위협은 우리가 위험하다는 것을 바로 느끼고 대처할 수 있지만 디지털 위험은 위험한지 아닌지에 대한 인식과 구분이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어느 순간 내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어느 순간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데 그 경계조차 모호한 것이 디지털 위험의 감춰진 측면이라고 본다. 사회 디지털 위험이나 역기능이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면 이에 대응하는 정부, 기업, 개인의 역할과 대응 방식도 달라야 하지 않는가? 정부의 규제자 역할 한계…기업 책임 중요 김갑수 지금 디지털 사회의 전개과정에 비해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어떻게 하는 것이 활용이고 윤리냐에 대한 교육이 너무 부족하다. 제 아이가 고등학생인데 학교에서 컴퓨터 사용 같은 실무교육은 시키겠지만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것이 있는지 모르겠고, 일반인이 즐겁게 참여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구본권 디지털 시대에는 정부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규제자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 그렇게 하면 산업도 죽고 이용자에게도 불편을 끼치게 된다. 다양한 기술적 우회로가 있고, 이런 것들이 글로벌하게 연결돼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역할은 사후적이고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하는데 결국 기업과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다. ‘디지털 리터러시’ 얘기도 나왔지만 개인에게 맡길 경우에는 사실 아무것도 할 게 없어진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가장 현실적, 경제적인 이득을 보는 집단이 있느냐, 그러면 그 집단이 어떠한 행위를 통해서 긍정적,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느냐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결국 기업에 얼마만큼의 사회적 감시의 수준을 갖다 댈 것인가의 문제라고 본다. 최근 한 게임업체가 프로야구단을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이것이 사회적 압박의 결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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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문가들이 2월16일 한겨레경제연구소에서 디지털 위험과 미디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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