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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위험 인식 조사 결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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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스페셜 리포트|디지털 위험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를 ‘위험사회’(risk society)라 정의했다. 과학기술과 전문가 시스템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감을 체계적으로 재생산하는 사회란 것이다. 사회가 디지털화하면서 위험은 다른 양상으로 진화하고 잠재적으로 한층 강력해지고 있다. 우리는 분명 20년 전과는 다른 위험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느끼는 디지털 위험은 어느 정도이고 해법은 무얼까?
‘디지털 위험’ 인식조사 결과 분석
한겨레경제연구소는 9개의 대표적인 디지털 위험을 골라 일반인들이 느끼는 심각성의 정도를 물어봤다. 제시된 위험은 △개인정보 유출 △해킹 및 사이버 테러 △도박·자살·음란 사이트에 노출 △스팸 문자 및 스팸 메일 △인터넷 사기 △바이러스 유포 △사이버 폭력 △잘못된 정보 유포 및 확산 △디지털 중독 등이었다.
77% 이상이 ‘모든 분야 위험’ 응답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위험의 정도를 상당히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시된 모든 디지털 위험에 대해서 77% 이상이 ‘다소 위험한 수준’이거나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특히 ‘매우 위험한 수준’이란 응답이 높았던 항목은 ‘스팸 문자 및 메일’(50.2%), ‘개인정보 유출’(47.6%), ‘사이버 폭력’(41.8%), ‘도박·자살·음란 사이트 노출’(38.8%), ‘디지털 중독’(34.6%) 등이었다. 심각성을 느끼는 강도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량이 많을수록 높아져 ‘과사용자’의 경우 ‘다소’ 또는 ‘매우 위험’이란 응답의 비율이 80%가 넘었다.
이런 위험들을 평소 얼마나 경험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도박·자살·음란 사이트에 노출’을 제외한 모든 디지털 위험에서 본인이나 지인이 경험했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90%를 넘었다. ‘개인정보 유출’은 36.8%가 직접 당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스팸 문자 및 메일은 87.8%, 인터넷 사기는 15.4%가 직접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개인정보 유출’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36.8%가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으나 ‘과사용자’ 그룹은 51.5%로 2명 중 1명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누가 이런 위험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정부, 사업자, 개인을 예로 들어 질문했다. 그 결과 ‘스팸 문자 및 메일’(73.2%), ‘개인정보 유출’(69.8%), ‘인터넷 사기’(55.6%), ‘바이러스 유포’(41.0%), ‘도박·자살·음란 사이트 노출’(40.2%) 등 5개 영역에서 다수의 응답자가 사업자의 책임이 크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사업자 가운데서도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책임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포털 사이트로 대표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규모가 크고 다루는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함에 따라 여러 디지털 위험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중독 원인은 개인에 비중 이와는 달리, ‘디지털 중독’(62.4%), ‘사이버 폭력’(51.2%), ‘잘못된 정보 유포 및 확산’(42.2%)에 대해서는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디지털 미디어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 미디어와 달리 쌍방향성의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이용자가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이다.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플랫폼 안에서 허위 정보를 퍼뜨리거나 위협적인 집단행동을 할 역량을 갖게 된 반면 이를 일률적으로 제어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이용 주체로서 개인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디지털 위험이 발생하는 셈이다. 책임에 대한 응답과 달리, 디지털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기여한 주체를 묻는 질문에서는 대체로 사업자보다는 정부나 개인을 꼽는 응답자가 많았다. ‘개인정보 유출’, ‘해킹 및 사이버 테러’, ‘도박·자살·음란 사이트에 노출’, ‘사이버 폭력’을 해소하기 위해서 기여한 주체로는 정부를 꼽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으며, ‘스팸 문자 및 메일’, ‘인터넷 사기’, ‘잘못된 정보 유포 및 확산’, ‘디지털 중독’을 해소하기 위해 기여한 주체로는 개인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바이러스 유포’ 해소를 위해 기여한 주체에 대해서만 근소한 차이로 사업자가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 이런 결과를 볼 때, 소비자는 디지털 위험의 책임 소재가 대체로 사업자에게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자들의 해소 노력 낮게 평가 이러한 디지털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 ‘해킹 및 사이버 테러’, ‘바이러스 유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개인정보 유출’, ‘스팸 문자 및 메일’, ‘사이버 폭력’, ‘도박·자살·음란 사이트에 노출’, ‘잘못된 정보 유포 및 확산’ 문제는 제도적 정비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터넷 사기’는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인식 때문인지 제도적 정비와 함께 사후대응 강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디지털 중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활용(media literacy)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디지털 위험 해소를 위해 기업은 어떤 활동을 수행해야 할까?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미디어 활용 교육 및 지원’, ‘서비스 자체 모니터링 강화’, ‘저위험 기술 프로그램 개발’, ‘소비자 옴부즈맨 운영’, ‘기타 사회공헌 활동’ 등을 꼽았다. 김지예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minnings@hani.co.kr
어떻게 연구했나 네티즌 설문조사와 전문가 간담회 병행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수행한 디지털 위험 사회와 미디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연구는 2011년 1~2월 두달 동안 진행되었다. 연구 주제를 정하고 가설을 확정한 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설문조사와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먼저 연구 주제를 정하기 위해 문헌 조사, 내부 토론, 미디어 기업에 대한 기초자료 분석 등을 수행했다. 그 결과,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채널들이 생겨나고 디지털 사회의 양적 성장을 이끌고 있으나 그와 함께 부정적인 현상인 디지털 위험도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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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위험 인식 조사 결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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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과제’ 물어봤더니 ‘고객 정보·프라이버시 보호’ 압도적 국제적인 사회적 책임 지침인 ISO-26000은 기업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조직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기업에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명제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명제처럼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미디어 기업에서 사회적 책임 이행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신네트워크 업체는 85.6%,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88.2%, 게임업체는 65.6%의 응답자가 이 산업에서 사회적 책임의 이행이 중요한 것이라고 답했다. 비교를 위해 함께 조사한 다른 업종(전기전자 66.4%, 철강 49.0%, 자동차 58.2%, 유통 67.2%)에 견줘 매우 높은 수치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디지털 미디어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행 정도에 대한 평가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 30% 이상으로 다른 사업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특히 게임업체의 경우 49%로 나타났다. 절반의 응답자가 부정적으로 답한 셈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미디어 기업이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회책임경영의 이슈는 무엇일까? 응답자의 40% 이상이 ‘소비자의 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꼽았다. 총 12개의 사회적 책임 이슈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결과, 나머지 이슈에서는 10% 안팎의 결과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연 두드러진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통신네트워크 업체와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사실에 기반한 정보 제공’ 이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각각 14%, 16%나 되고, ‘부패와 뇌물 없는 윤리적 경영’ 이슈는 게임업체까지도 10%가 넘는 응답률을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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