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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06 10:18 수정 : 2011.09.06 10:18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박종식 기자

HERI가 만난 사람 /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민연금은 투자자다.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며 금융시장의 큰손 역할을 한다. 그런데 다른 투자자와는 다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장기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사회복지제도이기도 하다. 국민의 노후 생활을 보호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경제’와 ‘복지’라는, 매우 중요하지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열쇳말이 교차하는 지점에 국민연금이 서 있다. 그 꼭짓점에 서 있는 사람,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만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다시 한 번 전세계에 경제위기 우려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시장도 요동을 칩니다. 국민연금기금도 투자자인데, 괜찮은 겁니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0.18%의 손실을 봤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운용 실적이 좋아서, 만회하고도 남은 셈이지요. 2009년과 2010년 연속 1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으니까요.”

지난 2년 연속 10% 이상 수익률 올려

대단한 수익률인데요.


“하지만 저는 이런 수치를 말할 때 조심스럽습니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 1년 실적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노후에 받아야 할 돈이지, 내년에 받아갈 돈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수익률만 실적이 아니라면, 또 무엇이 실적인지요?

“가장 중요한 실적은 국민의 관심과 신뢰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소득신고자가 올해만 58만명 늘었습니다. 가입 의무가 없는 전업주부나 학생 등의 임의가입자도 2009년 말 3만6천명이던 것이, 2011년 8월 13만8천명까지 늘었지요. 한때 ‘국민연금은 돈을 빼앗아가서 까먹는 곳’으로까지 인식하던 국민들이 이제는 믿고 자발적으로 돈을 맡겨 주고 계십니다.”

올해 국민연금이 국민의 마음을 얻은 사건이 있었다. 국민연금이 대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제대로 하고 경영을 감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국민들은 대기업 앞에 당당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국민연금에 박수를 보냈다. 실제 올해 초, 국민연금은 현대자동차 등 몇몇 대기업 주총에서 총수 일가의 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주주권 행사는 기업가치 높이려는 것

연기금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연금이 현재 행사하고 있는 주주권은 초기단계인 의결권 수준입니다. 물론 캘퍼스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연기금은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이런 주주권 행사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기업 이해관계와 맞서는 일이 아닙니다. 장기 투자자이며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일로, 선진국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관치 우려 등을 해소하기 위해 신중히 검토해 진행할 것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한다면, 주주권 행사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영향도 고려해 투자하는 것이 옳다. 즉 사회책임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 재무실적은 돈만 잘 버는 기업이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와 신뢰를 얻은 기업이 더 오래 살아남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환경·사회·지배구조팀 신설

거버넌스, 환경, 사회를 모두 고려해 잘 경영하는 기업이 더 지속가능하다는 사회책임투자(SRI) 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11년 초에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팀을 만들어서 이 부분을 더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6월 말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 펀드는 2조9724억원 규모가 됩니다. 국민연금은 세계 주요 투자자들과 함께 책임투자원칙(PRI)에 서명하고 이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기금 사회책임투자펀드는 설정 이후 연환산 15.39%의 수익률로, 매우 높은 재무성과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7월에 세계연기금회의(IPC)가 국민연금의 주최로 서울에서 열렸는데, 여기서도 공적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가 강조됐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연금기금 스스로도 사회책임경영을 하고 있습니까?

“최근 체계적인 윤리경영 규범을 마련하고 기금운용 준법감시기능을 이사장 직속으로 변경하는 등 경영 전반에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저소득 가입자 연금 보험료 지원 등의 사회공헌활동도 펼치고 있고요. 최근 ISO26000 등 국제 가이드라인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연금 고유의 사회책임경영(CSR) 전략체계를 구축하고 있기도 합니다. 동반성장 사회적기업 지원 등까지 아우르는 사회책임경영을 펼쳐가도록 추진중입니다.”

내년 5월부터 노후 긴급자금 대출

노후설계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국민연금이 사회보험뿐 아니라 종합복지서비스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방침도 밝히셨는데요.

“저는 금융인 출신입니다. 그런데 금융사들을 보면, 보통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국민연금도 그런 관점에서 봤습니다. 재무적 서비스뿐 아니라 비재무적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넓게 생각하면 국민연금의 서비스 대상은 사회 모든 취약계층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금융위원장 때 소액대출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미소금융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슷하게 국민연금에서도 2012년 5월부터 연 300억원 규모로 수급자를 위한 노후 긴급자금 대출사업을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돈뿐 아니라 노후의 여가나 직업에 대한 자문도 해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화제가 복지로 흘러갔다. 사실 전광우 이사장은 경제전문가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현재 사회복지의 주요한 한 축을 맡고 있는 기관이다. 그의 사회복지에 대한 평소 소신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경제논리·복지 화두 함께 갖고 가야

요즘 복지가 사회의 주요 화두인데, 사회복지에 대한 평소 소신은 무엇입니까?

“국민연금은 경제와 복지라는 두 가지 화두를 같이 잡고 가야 하는 조직입니다. 한편에서는 복지프로그램인 연금제도를 운영해 가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논리, 시장원칙에 따라 기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합니다. 최고경영자로서는 아주 도전적이고 보람 있는 미션이지요.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이 이야기한 것처럼, ‘차가운 지성과 따뜻한 감성’이 꼭 필요한 조직인 셈입니다.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또 그 복지가 지속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경제 마인드로 복지를 보는 사람은 바로 이 부분에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등 신흥국 투자비중 늘려갈 것

재무적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재정위기는 얼마나 심각하다고 보십니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위기가 당장 파국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는 금융위기였고, 지금은 재정위기이니 성격이 다릅니다. 그때가 급성질환이었다면, 지금은 만성질환에 걸린 겁니다. 만성질환은 금세 붕괴나 마비로 가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천천히 고통이 옵니다. 이 질환은 단기적 정책으로는 치유되지 않습니다. 국민의 생각을 모으는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오래간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기존의 미국 중심 세계경제가 다원화하면서, 부채 문제로부터 자유롭고 지속적으로 성장중인 아시아 및 신흥국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 봅니다. 이런 관점 아래, 국민연금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투자 비중을 늘려 나갈 생각입니다.”

“재정위기 극복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로만 가능하다”는 전 이사장의 말은, 어찌 보면 국민연금에도 해당된다. 국민연금은 수년 동안 국민의 질타를 받아 왔지만, 이제 자발적 가입자가 늘어날 정도로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 모든 문제는 결국 연금의 주인인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서 풀리지 않을까? 사회책임투자 강화는 그런 면에서 좋은 처방일 것이다.

전광우(62)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미국 인디애나대학 경영학 박사
● 금융위원회 위원장
●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 대한민국 국제금융대사
●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
● 국제금융센터 소장
●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 미국 미시간주립대학 경영학 교수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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