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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06 10:26 수정 : 2011.09.06 10:26

주요국 원자력발전소 현황과 전망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해외칼럼 / ‘원자력 르네상스’는 없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참사는 원자력의 위험을 인간이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사고 발생 뒤 원전을 반대하던 사람들은 원자력 시대를 즉시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원자력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변함없이 원자력이 인류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전세계 원전 숫자는 줄어드는 중

원자력의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주장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10월9일치 <뉴욕 타임스>에 ‘대통령, 원자력의 부활 계획을 발표하다’(President offers plans for revival of nuclear power)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가 원자력의 상업적 사용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때부터 원자력의 르네상스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원자력 사용을 활성화하던 초기에는 실제로 이 에너지원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지금보다 많았다. 1979년에는 세계적으로 233기의 원자로가, 1981년에는 미국에서만 거의 50기의 원자로가 건설되고 있었다. 지금은 세계에서 총 64기의 원자로만 공사중이다.

EU 가동원전 20년새 34기 감소

정말로 세계 곳곳에서 원자력발전소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가? 결코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현재 총 6만2562㎿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6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중이라고 보고했다. 이 프로젝트는 14개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27기), 러시아(11기), 인도(5기), 한국(5기), 우크라이나(2기), 캐나다(2기), 일본(2기), 슬로바키아(2기), 대만(2기)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핀란드, 프랑스, 이란, 미국(이상 각 1기)에서 발전소가 건립중이다.


원자력 기술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원자력발전소가 계획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원자력의 르네상스라는 표현은 단지 이데올로기적인 구호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서구 산업국가에서는 원자력이 오히려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1989년에 177기의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국제원자력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4월 유럽연합 내에서 가동 가능한 발전소는 143기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장기적으로 가동이 중단된 독일의 8개 발전소도 포함된다. 192개 유엔 회원국 중 2011년 5월 현재 30개국에서만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3대 신흥 경제국인 인도, 중국, 브라질은 이미 수십년 전 원자력발전소 건립을 계획하였지만 부분적으로만 실현하여 전체 전력 생산 및 에너지 소비량 대비 원자력발전소 전력 생산 비율은 최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적 재탄생’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한데, 원자력발전소 건설에는 어떤 은행도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비용과 상당히 긴 공사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국가가 재정적 위험부담을 지기도 한다. 게다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복잡한 승인 절차 같은 원전 건설 실무와 관련된 어려움도 결코 평가절하되어서는 안 된다.

설비 생산업체·전문인력 모두 부족 상태

전세계 원자력발전소는 현재 총 37만5000㎿를 생산하며 평균 가동 연수는 26년이다. 전체 발전소 생산량이 지난 몇 년 사이 증가한 것은 새 발전소의 건설 때문이라기보다 증기발생기의 교체 같은 기술적 조처의 결과였다.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40년으로 잡으면 2015년까지 95기, 2025년까지는 192기가 가동을 중단할 것이다. 즉 2025년까지 총 287기의 발전소가 가동 중지될 것이다. 현재 가동중인 전세계 원자력발전소들이 생산하는 총 전력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때까지 지금의 발전소를 모두 새로운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만약 현재 건설중인 모든 발전소까지 가동할 경우, 2015년까지 현재 계획된 발전소 외에 약 18기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며, 2025년까지는 17만5000㎿ 이상을 생산하는 총 191기를 추가로 세워야 한다. 다시 말해 19일마다 새로운 발전소 1기를 새롭게 가동해야 한다. 건설 계획을 수립한 시점부터 상업적 가동을 시작하는 시점까지의 시간인 ‘리드 타임’이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최소 10년이므로 현재의 전력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원자력 산업은 30년 전부터 다양한 문제에 직면했다. 이미 지금도 설비 생산업체와 전문인력이 부족해 원자력발전소 건설 붐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추세는 중단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는 동시에 낡은 시설을 해체하고,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이중 과제를 해결할 만한 엔지니어, 원자력 물리학자, 레이저 보호 전문가 등 전문인력이 이미 고갈된 상태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다른 에너지 기술 분야와 달리 원자력발전소 건설 비용 규모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scale economies).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드는 특별 투자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 비용은 계약서에서 합의한 것보다 훨씬 증가했다.

대표적인 신용정보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 역시 원자력발전소 신설의 경제성에 대해 우려했다. 심지어 원자력에너지연구소(NEI)도 2008년에 “원자력발전소 신설 비용을 추정하는 것은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종합해 볼 때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발전하기 시작한 원자력 기술은 국가 차원의 막대한 지원 없이는 서구 민주주의 산업국가에서 결코 지금까지 유지될 수 없었으며 이제는 핑크빛 미래만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온실가스 배출에서도 장점 없어

전세계에서 인위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 중 27%가 전력 생산으로 발생하며 이는 전세계 온실가스 원인 중 가장 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CO₂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기술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기적의 방법이라고 칭송받았다.

원자력발전소는 대규모 최신 가스발전소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 정도를 배출하고 있다. 전세계 원자력 전력 생산 때 발생하는 CO₂ 배출량을 산출한 최초의 연구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전세계 모든 원자력발전소들이 배출한 CO₂는 1억1400만t CO₂equ(6대 온실가스 혼합물을 CO₂ 값으로 환산)에 달한다. 이는 그리스가 1년간 발생시킨 CO₂ 총량과 맞먹는 양이다. 이 수치는 핵폐기물 처리 때 발생하는 배출량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밖에도 앞으로 수십년 동안은 우라늄 채취에 훨씬 더 많은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되므로 원자력발전소의 CO₂ 간접배출량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원자력발전소는 앞으로 CO₂ 배출량에서 최신 가스발전소보다 더 큰 장점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게다가 원자력발전소를 에너지 효율성 증대나 재생 가능 에너지 이용, 특히 열병합발전과 비교해 보면 원자력발전소는 하등의 장점도 없다.

원자력이 수반하는 핵무기의 위험

원자력의 역사를 살펴보면, 군사 목적으로 원자력을 사용하면서 민간 차원의 원자력 기술이 발전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핵무기와 기타 군사적 사용을 위한 원자력 기술 개발을 우선시했고 원자력 에너지 생산은 일종의 부산물이었다. 그러나 부수적인 영역이 점차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군사적 목적과 민간 차원의 원자력 기술의 경계, 즉 전쟁과 평화라는 목적의 경계는 대부분 모호하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은 민간 차원의 원자력 이용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고, 이란 같은 몇몇 국가들은 이러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사실은 핵폭탄 개발을 쉽게 막을 수는 없으며 미래에는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후쿠시마 사고가 대안고민 앞당겨

원자력의 역사를 살펴본 결과, 다수의 국가에서 원전에 대한 사고의 전환은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사고가 계기였다. 머지않아 전세계적으로 원자력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이라던 수십년 전의 예상은 빗나갔고,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이 장기적으로 주요 에너지원의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오히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독일, 스위스, 중국 그리고 일본 정부도 모두 에너지 전환을 앞당겨 실현하는 등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루츠 메츠 베를린자유대 환경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루츠 메츠 베를린자유대 환경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현재 베를린자유대학교 환경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으로 기후 변화ㆍ에너지 정책 분석이 주 연구분야이다.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정책 분석과 환경 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스칸디나비아 언어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졸업 뒤 연구 기관에서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칼럼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 발간자료를 요약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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