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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06 10:30 수정 : 2011.09.06 10:30

‘경제-환경-사회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삼는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적합한 예산구조와 재정전략은 무엇인가? 최근 복지국가 논쟁이 확산되면서 복지재원 규모와 마련 방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경제성장과 환경보존까지 연결시켜 복잡한 고차방정식으로 풀어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성장이 해결해준다는 신념 한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참여정부가 2006년에 내놓은 <비전 2030> 보고서를 통해 추산된 적이 있다.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복지를 구현하는 데 향후 1000조원 이상의 추가재원이 든다고 했다. 당연히 엄청난 정치적 논란이 일었고, 증세나 국채 발행과 같은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못한 채 보고서는 사실상 사장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경제와 사회의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 ‘환경’(정책)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것이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의견이었다. 경제-환경-사회의 균형발전이라는 국정운영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재정이 소요된다는 사실만 확인한 셈이다. 결국 선택지는 크게 둘로 나뉜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자체를 수정하거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다”라는 신념으로 버티기는 더이상 어려워졌다. 국민소득은 늘었지만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삶의 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 등 주요국 39곳 가운데 27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구가 온전한 상태가 아님은 이미 온 국민이 실감하고 있다. 옆나라 일본에서 발생한 초대형 지진해일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간의 무력함과 자연의 무서움을 동시에 보여줬다. 더욱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세계 증시의 폭락, 치솟는 물가와 유가 등은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조차 근저부터 위태롭게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스스로 ‘친기업’임을 내세우는 현 정부마저 동반성장과 상생을 앞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이란 새로운 국정운영 목표를 제시했다. 공생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는 절박한 상황인식을 대통령과 현 정부도 공유한 것으로 이해된다. 대통령은 공생발전을 위해 특히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강하게 쏟아냈고, 기업들은 이를 해석하기에 바쁜 모양새이다. 그렇다면 ‘공생발전’을 위해 정부와 국민들은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여기서 다시 돈 문제가 등장한다.


예산·재정 초점은 수치 아닌 가치

“나라살림이 튼튼해야 공생발전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8월22일 라디오 연설에서 2013년까지 ‘균형재정’ 달성 의지를 밝히며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하기 위해선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 누군가는 이익을 얻고,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 철회와 재정 확대는 계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 인상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과 프랑스의 부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추가 과세를 요구했다는 소식과 극명히 비교된다. 이는 ‘써야 할 곳과 거둬야 할 곳’을 둘러싼 입장의 차이, 더 나은 세상의 모습과 이에 도달하는 경로에 대한 의견의 대립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예산과 재정은 그저 수치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우선순위와 세계관의 차이이며, 정치는 이를 조정한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차이를 확연히 드러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도하는 참여예산제는, 세계관의 차이를 인정하고 우선순위의 합의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튼튼한 나라살림을 위한 균형재정도 결국 그것이 ‘어떤 균형’이며,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를 함께 논해야 한다. 줄여야 할 것과 늘려야 할 것에 대한 지혜로운 결정이 절실하다. 무조건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려야 건강한 다이어트라고 한다. 재정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감세를 하면서 수입·지출 균형을 억지로 맞춘다고 재정이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한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환경·사회의 적절한 균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재정건전성을 넘어 ‘재정건강성’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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