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재 독일 정치재단들
지난 6월13일 서울 주한독일문화원에 60여명의 청중이 모였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한스 자이델 재단,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 등 서울에 사무소를 둔 정치재단 네곳의 책임자들이 ‘독일 정치재단의 한국 활동’을 주제로 원탁토론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독일학술교류처와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 주한독일대사관, 한독협회, 주한독일문화원이 공동주최했다.이날 토론에서는 정치재단의 역할과 특징, 재단들의 한국 내 활동, 북한 대상 사업과 ‘통일’ 관련 프로젝트 등에 대한 설명과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들은 자신들이 독일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정치적 다원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돕는다고 밝혔다. 한국에선 과거 ‘민주화운동’을 지원했으며, 최근에는 주로 ‘통일’에 관한 협력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프 폴만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장은 “대표적 성공사례인 한국의 경험을 세계 다른 곳과 공유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쪽 파트너 겹치지 않게 조정
이들 정치재단들은 관계 맺는 정당에 따라 정치 성향과 추구 이념이 다르므로 한국 내 활동 또한 경쟁적일 것으로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경쟁’보다 ‘협력’을 더 강조한다. 중복지원에 따른 낭비나 무분별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재단들은 해당 국가 선호 파트너와 사업 분야를 나누고 있다.
예를 들어 에버트 재단은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 노조, 학계 등과 주로 협력하고 있고, 아데나워 재단은 정당연구소와 교류가 활발하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도 친하다. 나우만 재단은 ‘탈중앙집권’을 강조하므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중시하고, 자이델 재단 역시 강원도·전라북도 등 지방자치단체 관련 사업이 많다. 폴만 소장은 “우리는 같은 가치를 지향한다는 상호신뢰에 기반해 있다. 따라서 다른 재단들과 직접 경쟁하지 않으며, 정기적 만남을 통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다원주의’를 민주주의의 요체로 생각하기에 각기 다른 다양한 모습과 관계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는 것이다.
대사관과는 독립적 관계 명확히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독일 정부 및 현지 대사관과의 독립적 관계이다. 정치재단의 역할은 다른 기관들과 유사해 보이지만, 서로 명확히 구분된다는 것이 콜린 뒤르코프 아데나워재단 한국사무소장의 설명이다. “정치재단 해외사무소는 독일문화원에서 하는 문화사업 및 독일어 교육은 하지 않고, 독일학술교류처가 하는 학술교류도 하지 않는다. 해외 개발원조는 국제협력협회(GIZ)에서 한다.”
폴만 소장 역시 “대사가 우리에게 어떤 사안에 대해 ‘하지 말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문제될 사안이 있으면 상의해 조정한다”고 말했다. 비록 그들이 각 부처를 통해 예산을 지원받지만 이는 연방의회에서 결정된 것이므로 정부가 정치재단 해외사무소를 직접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외사무소들의 ‘협력적’이고 ‘독립적’인 활동은, 이들이 개별 정당이나 부처, 정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회적 공감과 제도적 뒷받침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취재협조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ADeKo)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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