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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류병윤 센터장, 정선희 이사, 서형수 사회적기업가학교장, 김인선 회장, 이은애 이사장, 이종수 대표가 8월19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좌담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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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관장 좌담 / 사회적기업 지원이 나아갈 방향은
‘실업과 양극화.’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풀어야 할 공통의 과제다. 기업은 고용 기능을, 정부는 재분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이 생겨났다. 최근 정부가 공생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내세우면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사회적기업의 위상과 지원활동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듣기 위해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장들을 모시고 좌담회를 마련했다. 서형수 사회적기업가학교장이 8월19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2시간 좌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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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근 정부 발간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후 4년간의 사회적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장에 계신 분들은 우리 경제사회 생태계에서 사회적기업 위상이 어느 정도이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 보는가? 김인선 지원이 끝난 뒤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사업 자체가 끊임없이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자일 수밖에 없다. 새롭게 인증받는 기업의 종사자 규모도 점차 줄어들고 있어 일자리 창출 등의 면에서 사회적 영향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종수 정부가 주도해 민간 부문에서 도저히 낼 수 없는 실적을 만들어내고 기업들도 참여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가해 상당히 많은 사회적기업이 생겨났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의문이다.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므로 건강하지 않고 지속가능성이 없으면 퇴출될 수도 있고 합해질 수도 있고 또는 컨설팅 과정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사회적기업계 전체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선희 사회적기업들이 단계에 걸맞게 자기변신과 조정,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게 문제다. 따라서 사회적기업 육성에 대한 지원체계 자체가 변화되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시장에 일정 부분 진입해 있는 사회적기업이 성장단계로 갈 수 있도록 지원체계들이 갖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똑같은 수준의 사회적기업만 계속 나올 것이다. 관심 증가가 창업 증가로 이어져야 사회 기업으로서는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했더라도 원래 사회적기업에 기대했던 사회적 가치 창출은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는가? 이은애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기능들에 매료돼 다양한 계층에서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문제는 관심의 증가가 실제 창업 증가나 성공 가능한 기업의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 중심의 교육을 받은 인적자원들이 가치의 변화를 제대로 일궈낼 수 있을지, 그리고 사회적 서비스가 소비될 수 있는 시장개발전략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선희 인증 요건에 맞추다 보니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 자체가 굉장히 경직되어 있고, 다이내믹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비즈니스 모델들을 보면 지역사회에서의 협력과 연대의 가치들이 모델에 녹아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앞으로 사회적 가치를 좀더 유연하고 폭넓게 바라보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대기업서 사업적 관계 맺으면 큰 효과 사회 정부와 현장에서 평가하는 사회적 기업 위상에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것 같다. 그간의 정부나 지자체 또는 기업들의 사회적기업 지원·육성 활동은 어떤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는 어떤 과제가 있는가? 류병윤 정부와 지자체의 사회적기업 육성 활동이 이어지면서 지역의 단체장 및 의원들이 사회적기업에 대해, 그리고 일자리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여전히 과도기에 있다. 지원 종료 후 자립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6월 정책회의 내용처럼 지원제도가 지속가능성에 좀더 중점을 둬야 한다. 정선희 현재 대기업들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자원을 활용해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 측면에서 대기업들이 해줬으면 하는 지원은 공급망 관리(Supply Chain)같이 사회적기업과 사업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사회적기업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데 필요한 부분이다. 장기적 포석은 정부보다 민간에서 사회 기업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사회적 자본을 동원하지 않으면 사회적기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생각하기 어렵다. 생산요소 측면에서는 기부나 자원봉사 등으로 비용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윤리적 소비 내지는 착한 소비를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을 좀더 확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종수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이나 자립 기반과 관련해 민간의 역할이 앞으로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성은 장기적인 포석을 얘기하는데, 우리는 정부에 장기적인 포석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모든 정책이 정권이 바뀌면서 변한다. 그래서 민간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재원이다. 기부 등을 통해 확보된 재원을 민간 부문이 지속적으로 원칙과 체계를 갖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이 주체가 되어서 공급을 할 수 있는 ‘소셜파이낸싱’이 필요하다. 경쟁보다 협력 전략이 장점 많아 사회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신뢰와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해야만 사회적 자본도 활용할 수 있다. 소셜파이낸싱 이전 단계의 사회적 자본을 사회적기업 쪽으로 동원하는 고민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이은애 처음 시작하는 사회적기업은 내발적 발전을 토대로 운영되고 사회적기업들 간 네트워크를 강조해야 한다. 우선 지역 내 소비시장을 만들어가고 지역에 재투자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목표들이 통합되어 가는 모범적인 사례들을 만들어, 시민들 안에서 확산될 수 있는 계기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민간에서의 역량 강화와 함께 여러 가지 실험들이 이루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정선희 사회적기업에 있어서는 경쟁 전략보다 협력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에 진입하는 등 협력이 가져다줄 수 있는 선물은 많다. 협력을 위한 문화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여러 각도에서 이뤄져야 한다. 경영 지원 외에 세스넷에서 프로보노사업을 하는 또다른 이유는 누군가가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기업을 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보노는 사회전문가들이 하는 자원봉사이기 때문에 오피니언 리더인 이들이 사회적기업을 알리는 ‘스피커’가 되어줄 수 있다. 이은애 덧붙이고 싶은 것은 주류의 경험을 가진 분들과의 협력이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기업을 키워낼 준비가 된 그룹이 협동조합이다. 농협·축협 등은 사회적기업을 위한 자금이나 기술 지원을 위한 지원체계를 충분히 갖춘 조직이다. 문제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에 대한 것들을 정비하는 가운데 연대의 경제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조직간의 협력을 시도해 봤으면 한다. 김인선 사회적기업의 역량 강화의 핵심은 지역화 전략이다. 지역화의 핵심은 뿌리 내리기이다. 지역에서 역할을 찾아내는 것이다. 개별 사회적기업이 지역화에 성공해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중간 지원조직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천과제 중심으로 조직끼리 만나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정책 시행하는 지자체 공무원 중요 사회 결국 협력에 대한 토양 자체가 마련되는 것이 사회적기업이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인 것 같다. 끝으로 지원 육성과 관련한 당사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 류병윤 기초 시·군·구로 내려가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고용노동부에 사회적 일자리 관련 지침은 있지만 그것을 적용하고 실행하는 것은 지역 공무원의 몫이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들은 기초 시·군·구가 하던 역할의 일부를 대신하는 만큼 공무원 교육을 통해 시민사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사회적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종수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주체마다 장점이 있다. 적절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쪽은 ‘꼭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이런 방식은 기업이 또 하나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회사를 사회적기업을 통해 육성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지양해야 한다. 정선희 사회적기업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새로운 영역의 기부문화를 열어줄 것이다. 사회적 투자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참여라는 것이 전제되지 않고는 선뜻 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자원봉사가 사회적 투자에 전제가 되는 활동이다. 사회적기업 제품을 사고 싶어도, 윤리적 소비를 하고 싶어도 찾을 수 있는 채널들이 없다. 정부가 이런 채널 마련을 지원해야 한다. 이은애 사회적기업가들은 사회적 투자가 행해진 조직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좀더 공유하면서 가능한 방안들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연대의 경제를 얘기하면서 거론되지 않는 좀더 근본적이고 비판적인 시민운동 단체들과도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실업이나 빈곤 등 사회문제를 외면하면서 기술개발과 같은 미시적인 부분만으로는 경제를 지켜낼 수 없다. 근본적인 개혁을 함께할 수 있는 기관들과 환경 조성을 해나갔으면 한다. 청년들에게는 ‘지금 사회적기업가가 되고자 하는 것은 주류에 진입하지 못해 ‘루저’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일약 스타가 되기 위한 길도 아니다.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인선 협동조합법 제정 추진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걸로 다 모여 보면 어떨까 한다. 법 개정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기업 영역의 확장성이나 협동조합 자체가 갖고 있는 공동체성은 도시에서든 농촌에서든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기업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의 당사자들만 아니라 지원기관, 언론, 시민단체 등이 망라되어 법 제정을 추진해 봤으면 한다. 사회 사회적기업이 현재 우리 경제 생태계의 주류인 자본적 기업의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보완 역할은 맡아야 한다고 본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단순한 보충 기능을 넘어서야 한다. 현실을 보면 어려움이 많이 있지만 물꼬만 터주면 우리 사회가 변화에 능동적인 만큼 가능성은 있다. 여러분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사회적기업 지원기관들의 활동이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지원활동은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사업 위탁기관으로서의 인증이나 경영 지원 등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프로보노 등 사회적 자원을 활용하거나 기업과 연계해 창업을 지원하거나 경영 자문을 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편집자주 좌담 참여기관들의 사회적기업 지원 활동 ■ 마이크로크레디트로 창업 지원 사회연대은행은 2003년부터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주로 해왔고, 최근에는 민간 자원을 확보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으로 취약계층에게 창업에 필요한 점포임대자금, 운영자금 등을 대출지원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해 노동부, 대우증권 등과 연계해 시설운영비 대부사업, 경영컨설팅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산업은행, 케이비(KB) 국민은행 등 금융기관의 출연금 10억을 모아 지속가능한 소셜비즈니스를 육성하기 위한 시범사업으로 소셜파이낸스 파일럿 프로젝트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 찾아가는 프로보노 서비스 확대 세스넷(SESNet)은 전문 자원봉사 네트워크로서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만들어질 때 출범해 사회적기업 인증 및 지원사업을 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회적 자원 활용과 대기업 연계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본격적인 프로보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와 손잡고 ‘찾아가는 프로보노 서비스’로 확산시키고 있다. 기업과 연계해 ‘다문화 사회적기업 창업지원사업’(포스코), ‘청소년 소셜벤처 체험 및 동아리 지원사업’(네오위즈), ‘(예비)사회적기업 자금지원사업’(한국수출입은행) 등을 수행하고 있다. ■ 청년 사회적기업가 양성에 적극 씨즈(seed:s)는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키운다는 목표로 지난해 출범해, 현재 청년 사회적기업가 양성센터 및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민간자원의 사회적 투자 유도로, 성공한 벤처기업가들(NHN 펠로)이 사회환원을 위해 조성한 기금을 기부받아 사회적기업 투자 및 경영자문을 맡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시범 클러스터 성공 사례를 만들어 지역에 확산될 수 있도록 충남 등 지자체에 정책제언과 자문을 하고 있다. 향후에는 국제개발 관련 사회적기업 모델을 만들어 해외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정부에 현장 목소리 앞장서 전달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KCCSE)는 전국 사회적기업 네트워크로서 당사자 조직이면서 스스로를 돕는 지원조직으로 정부 정책 대응과 조직 지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책 부문에서는 신규 육성과 더불어 기존 인증 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공공시장 진입 등 시장문제, 자금시장 조건 개선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로 활동하고 있다. 조직지원은 기반이 취약한 지역협의회가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지역기관과의 연대와 홍보를 도와준다. 올해는 창업에만 치우치지 않고 사회적기업 역량 강화에도 비중을 둔 사회적기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지역 사회적기업 발굴·육성 주력 대구경북사회적기업지원센터는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권역별 지원기관’으로 지역에서 사회적기업을 발굴, 설립 및 육성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기업 설립 후 지역사회와 언론으로부터 관심과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주로 지자체, 지역 상공회의소나 상공회의소 협의회, 기업(대구은행·포스코) 및 일부 대학 등과 연계한 지원사업을 개발하거나 지원 네트워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워크숍과 세미나를 수시로 개최하며 정기적으로 웹진을 발간해 사회적기업의 마케팅과 영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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