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06 10:47
수정 : 2011.09.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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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비즈니스 우수사례 / 우크라이나 음료회사 ‘비트마르크’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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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사업과 사회책임경영
‘한 컵에 80원짜리 요구르트. 한 켤레에 1600원짜리 운동화. 10리터에 15원짜리 생수.’
방글라데시에 가면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현지의 생수값이 리터당 400~800원, 우유값이 리터당 약 600원이란 것에 견줘 저렴하면서 품질도 우수하다. 환경적인 영향도 고려해 요구르트 컵이나 운동화에는 생분해가 가능한 재료를 사용한다. 기업이 자선사업 차원에서 무료로 나누어 주고자 개발한 제품은 아니다. 방글라데시의 마이크로크레디트로 유명한 그라민은행과 다국적기업인 다농, 아디다스, 비올리아가 세운 합작회사가 수익도 창출하면서 저소득층(BOP)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사회적 미션을 달성하려고 개발한 제품들이다.
단순 소비자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저소득층 사업(BOP비즈니스)은 초기에는 저소득층을 단순히 소비자로만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좀더 포괄적으로 비즈니스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적정한 가격과 품질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저소득층이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 삶의 질이 높아지고,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이 BOP비즈니스의 초기 모델이 지향하는 바였다.
그러나 빈곤 완화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저소득층의 소비 진작은 물론, 고정수입과 개인 역량 강화가 가능한 생태계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BOP비즈니스는 저소득층을 생산자, 유통업자, 공급자 등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가치사슬에 포함하려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2011년도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저소득층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은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로 비트마르크 우크라이나 홀딩스를 꼽는다. 비트마르크는 우크라이나 남쪽 해안 지역의 영세농들에게 생산성 향상과 품질 기준에 대한 무료교육(2008년에 이 기업의 교육 예산은 총 7.5만달러였다)을 꾸준히 실시했다. 생산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한 지역의 영세농가(총 2500곳)를 공급자로 선정하고, 기술력이 향상된 개인(총 2600명)을 자사의 생산공장에 정규직으로 채용하였다.
또한 과일 음료는 고소득층의 사치스러운 기호품이라는 편견을 깨고, 저소득층이 쉽게 사 마실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의 음료도 개발했다. 2010년 비트마르크의 자료를 보면 우크라이나 음료시장에서 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약 28%에 이른다.
삶의 질 개선 도우면서 수익도 창출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의 개발도상국 지원도 증가 추세에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이 개발도상국에서 벌이는 대부분의 CSR 활동은 시설물 건축이나 직원의 단기자원봉사 파견 등 후원적 성격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활동도 이제 양적 발전을 토대로 내실을 기해야 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비트마르크 사례처럼 기업의 핵심역량을 활용해, 빈곤완화라는 사회적 미션과 매출증대라는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CSR의 적극적 실천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적 CSR 실천에 있어, BOP비즈니스는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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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P란?
프라할라드(Prahalrad) 박사와 스튜어트 하트(Stuart L. Hart) 교수는 각자의 저서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와 <새로운 자본주의가 온다>에서 1인당 연간 소득이 3260달러(2005년 구매력 기준) 이하의 ‘저소득층’을 BOP(Bottom of the Pyramid)라고 정의했다. 두 석학은 세계 인구의 70%에 달하는 약 40억명이 속하는 BOP시장에서의 비즈니스를 주장했다. 이들 개개인의 구매력을 합산하면 5조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시장적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바닥(bottom)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Base of the Pyramid’로 순화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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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aimee.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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