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31 16:12
수정 : 2011.10.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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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길 녹색성장위원회 공동 위원장. 사진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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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가 만난 사람] 양수길 녹색성장위원회 공동 위원장
2009년 대통령령에 따라 녹색성장위원회가 발족했다. 2050년까지 세계 5대 녹색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위해 국무총리 이하 14개 부처 장관, 36인의 민간위원으로 꾸려진 위원회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에 대해 통합적으로 고민한다. 기존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축소개편하면서 생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과 국가 전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다. 10월6일 양수길 위원장을 만나 녹색성장위원회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물었다.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국가 발전 전략으로서의 녹색성장이란?
“과거엔 환경을 보호하면 성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녹색성장이란 기술을 개발해 자연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제성장도 이루는 것이다. 생태계뿐 아니라 기후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투자→산업→고용→부가가치 발생’의 순환 구조를 이룬다. 이처럼 기술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것이 녹색성장의 기본이다.”
녹색성장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이러한 지구적 흐름에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말해달라.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녹색성장을 지속가능발전과 긴밀하게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외에서 우리의 녹색성장을 지속가능발전의 실행 방법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여기저기 연설과 회담을 하러 다니며 준비해보니 녹색성장만으로는 지속가능발전은 힘들다고 느꼈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는 환경·사회·경제가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녹색성장은 사회적인 기둥이 약하다.
지난 5년간 경제·사회 양적 성장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왔으나 소득분배와 사회적 형평성은 저하했다. 사회적 측면을 보강해 녹색성장과 사회통합적 발전을 이뤄야 한다.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말한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도 이런 고민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본다. 사회적 연대를 중요한 가치로 삼아 서로 도와 함께 성장해야 지속가능하다.”
요즘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중인가?
“내년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인 ‘리우(Rio)+20’을 앞두고 여러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절실한 생존의 문제다. 유엔 차원에서 반기문 사무총장도 재직중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보고 있다. 내년 회담을 위해 어떤 의제를 가지고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의견 수렴을 위한 공식, 비공식 모임이 계속되고 있다. 목표는 있으나 실행안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유엔에서는 우리의 녹색성장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대안이자 전략으로 보고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요청이 많다.”
경제학자로서 그동안 80년대 무역 자유화, 90년대 금융실명제 등 굵직한 정책마다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개인적인 이력이 위원장으로서 활동에 어떤 자양분이 되는가?
“미국에서 학위를 마친 뒤 1978년 귀국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오래 있었고 경제정책화 현장에 개입했다. 요새는 경제개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제 대기업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단계에 올랐고,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보면 기술 있는 벤처기업이 있으면 변호사가 특허도 받아주고, 금융지원도 해주고 하는 기반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반면, 우리 중소기업은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 인프라를 갖춰 주는 것이 오늘의 과제라 본다. 동반성장도 이런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 가능하다. 녹색성장 정책을 잘 활용해 먼저 이 분야의 생태계를 잘 조성해주고 이를 지렛대 삼아 다른 분야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도 지원하도록 넓혀가고 싶다.”
지속가능 발전인가, 성장인가?
“결국 성장이냐 발전이냐 하는 모토는 유권자들의 의사표시에 달렸다. 북유럽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은 먹고살 만하니까 ‘성장 안 하면 어떠냐. 삶의 질이 문제다’라고 말하니 정치가들도 성장을 고집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성장이다. 모두가 돈을 더 벌기를 원하고, 더 잘살고 싶어한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성장과 일자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정치가들이 성장을 말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녹색성장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국민 소득이 아직 2만달러인데, 소득이 4만달러 정도 되어야 성장보다 삶의 질을 우선하는 패러다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때까지는 성장 패러다임이 지배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이나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원자력은 차선책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최대한으로 잡아도 2030년까지 11%다. 전문가들은 이것도 어렵다고 본다. 탈원전은 우리 상황에서 어렵다. 독일이 원자력발전을 중단한다고 해도 유럽연합은 전력시장이 하나니까 결국 부족하면 원전으로 전기를 만드는 프랑스에서 사오는 셈이다. 지금으로서는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과학에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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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길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공동 위원장(68)● 서울대 화학공학 학사 ●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경제학 박사 ●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원장 ●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회장 ● 외교부 주OECD대표부 대사 ● OECD 개발센터 자문이사회 의장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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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정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sood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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