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2011 동아시아 30’ 평가 결과
한·중·일 사회책임경영 우수기업 ‘동아시아 30’(East Asia 30)이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선정·발표됐다. 2011년 편입 기업은 ‘통합적 사회책임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특징지어졌다. 평가모델 구축과 최종선정을 진행한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전문가위원회의 주철기 위원장은 “지난해에 견줘 지표를 좀더 구체화했고,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을 강화해 평가했다”며 “편입 기업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반영해, 사회책임경영을 ‘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올해 최종 평가 대상 기업은 한·중·일 모두 306곳(한국 59, 일본 190, 중국 57)이다. 1차 평가 대상인 FTSE전세계지수와 포천 글로벌 500 편입 한·중·일 기업 744곳(한국 110, 일본 480, 중국 154) 가운데 GRI G3 기준으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2010년 1월 이후 낸 기업들이다.
한·중·일 기업 306곳 대상으로 실시
306개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수준을 평가한 결과, 중요 사회책임경영 지표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냈다. 전문가위원회에서 가중치를 높게 준 대부분의 지표에서 영역 평균 점수보다 나은 점수를 보였다. 거버넌스 영역에서 가장 높은 가중치를 할당받은 윤리(100점 만점에 73.53)와 이사회 독립성(61.37) 지표 평균 점수는 영역 평균(48.79)보다 월등히 높았다. 환경 영역에서도 가중치가 높은 환경핵심(54.08), 기후변화(44.04), 친환경제품(46.12) 지표 평균 점수는 영역 평균(42.48)보다 높았다. 사회 영역에서 높은 가중치를 받은 보건 및 안전, 노동이슈, 이해관계자 대화 지표 모두 영역 평균(44.83)을 웃돌았다.
반부패·일자리 창출은 평균치 아래
하지만 거버넌스 영역의 반부패(32.14), 사회 영역의 일자리 창출(40.36) 등의 지표는 가중치가 높게 부여되었지만 평균 점수가 영역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부패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업들의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라별로 비교해 보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성과는 한국과 중국 기업에 견줘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 30’에 일본 기업은 후지필름, 히타치, 야마하 등 20곳이 편입됐고, 영역별로도 ‘동아시아 환경 30’ 17곳, ‘동아시아 사회 30’ 20곳, ‘동아시아 거버넌스 30’ 20곳 등 두루 뛰어난 성과를 나타냈다. 특히 거버넌스 영역의 리더십 지표(100점 만점에 일본 71.32, 한국 34.25, 중국 8.10)와 사회 영역의 노동이슈 지표(100점 만점에 일본 56.05, 중국 32.46, 한국 29.66)에선 한국과 중국 기업에 비해 훨씬 높은 성과를 거뒀다.
일 기업 20곳…한·중은 5곳씩 뽑혀
한국 기업은 아모레퍼시픽, 삼성SDI, 기아차가 ‘동아시아 30’에 2년 연속 편입돼, 국내 사회책임경영 대표주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한층 강화된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검찰 기소, 법원 유죄판결 등)에 따라 일부 기업이 최종 편입에서 빠지기도 했다.(관련기사 <한겨레> 10월24일치)
구체적인 지표에서 평가 대상 한국 기업 59곳은 거버넌스 영역에서 이사회 독립성과 윤리 지표, 사회 영역에선 임직원들의 보건·안전,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활동 지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동아시아 환경 30’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편입 기업은 6곳이었지만, 올해는 2곳이 늘어난 8곳이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체인 하이닉스는 편입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환경 영역에 대한 투자가 어느 정도 결실을 거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편입 한국 기업 8곳 모두 제조업체였으며, 이 가운데 기아자동차는 2007년 이후 매년 170억원 이상을 환경 영역에 투자하고 있다.
‘여성의 이사회 참여’서 중국 기업 높은 점수
중국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았지만, 지난해에 견줘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신설한 ‘여성의 이사회 참여’ 지표에선 일본과 한국 기업에 비해 앞선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는 정치·사회적으로 여성들의 참여가 활발한 중국 사회 전반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아시아 사회 30’에서는 중국 기업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일자리 창출 지표에서 중국 기업들은 한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냈다. 개별 기업 가운데 중국석유화학(China Petroleum & Chemical)은 100점 만점에 56.1을 기록했는데, 이 점수는 편입 기업들의 평균 점수 67.6에 크게 뒤지지 않는 점수다. 비록 사회 영역에 국한되긴 했지만, 상위권에 위치한 중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수준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일 사회책임경영 우수기업 ‘동아시아 30’ 2011년 편입 기업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이슈를 폭넓게 관리하고, 사회책임경영을 기업 경영과 같은 맥락에서 실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환경·사회·거버넌스 등 사회책임경영에 골고루 힘쓰고 있지만, 반부패에서는 낮은 성과를 보여 여전히 반부패 문제가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위원회는 “이번 평가가 한·중·일 기업들이 통합적 관점에서 사회책임경영을 실행하는 데 중요한 좌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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