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Review]미리 보는 ‘2011 아시아미래포럼’-첫날
기조연설2 >>마틴 자크
미국의 패권은 쇠락하는 징후를 보이고, 유럽통합이란 세기의 프로젝트도 위기에 봉착한 지금의 국제 정치·경제 구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중국 전문가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마틴 자크 칭화대 교환교수는 세계가 좋건 싫건 앞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실감하며 살아야 하고, 지금의 금융위기는 중국의 시대를 한층 앞당길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국민국가 아닌 문명국가로 봐야
마틴 자크는 미리 보내온 강연 요지에서 “서구는 중국이 서양의 어느 나라쯤 되거나 곧 서양처럼 변모할 것이란 자신들의 프리즘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서양이 중국의 굴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애물”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역사와 문화가 다르고, 독특한 중화의식이 있어 서양이 기대하는 그런 나라가 되기 보다는 나름의 방식으로 주위와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얘기다.
마틴 자크는 중국이 본질적으로 서양 근대의 산물인 ‘국민국가’라기보다는 ‘문명국가’(civilization-state)라고 강조한다. 수천년 동안 중국인의 정체성을 규정해 온 문명국가는 우리가 중국이라는 나라와 민족으로서의 중국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쇳말이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아울러 중국은 14억 국민의 90% 이상이 자신이 ‘한족’이라고 생각할 만큼 동질적인 민족의식을 갖고 있다. 이는 중국인이 하나의 나라로 묶이는 원동력이긴 하지만, ‘다름’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갖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기도 하다.
그가 볼 때 중국에서 국가는 문명국가를 방어하고, 보호하며, 강화하는 최상위 제도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국가를 시민사회의 외부자 또는 침입자로 곧잘 간주하는 서양 국가 개념과 많이 다르다. 마틴 자크는 중국의 ‘굴기’로 중국과 주변국의 관계가 이 지역에서 수천년간 이어져 온 조공체제와 비슷한 것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주변국이 중국의 패권에 순응할 때 중국이 시혜를 베푸는 관계가 부활할 것이라는 얘기다. 100여년의 휴지기를 두고 21세기 전반부에 동아시아에서 부활할 조공체제가 과거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르며, 이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어찌될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그는 강조한다.
위안화, 국제결제화폐 가능성도
그는 이번 금융위기로 한층 분명해질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세계 최대 무역대국으로서의 중국, 중국 금융기관의 해외 대출 증가, 국제 결제화폐로서의 중국 위안화, 중국을 비롯한 남반구 경제의 빠른 성장이 특징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마틴 자크(66)는 영국 출신의 언론인이자 학자이며 현재 칭화대 교환교수이다. 최근 저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부키 펴냄)을 통해 국제 헤게모니가 영국에서 미국을 거쳐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세계는 이런 변화를 중국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 좌파 이론지 <마르크시즘 투데이> 편집장,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부편집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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