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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사회적기업가학교포럼’에서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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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와 사회적기업’ 포럼
한겨레와 성공회대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가학교(학교장 서형수)는 10월31일 서울 공덕동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위기극복의 길,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기업’ 포럼을 열었다. 200여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포럼에 참가한 발표자와 토론자는 사회적 경제가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며, 시장경제와 사회적 경제가 동반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포럼은 사회적 경제, 사회적 시장, 사회적기업의 성장이 경제는 물론 민주적인 사회발전의 대안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 발표 ‘사회적 경제의 형성과 발전’이란 주제로 첫번째 발표를 맡은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호혜성과 연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경제 영역의 발전을 강조했다. 국가, 시장, 사회경제를 ‘세박자 경제론’이라고 이름붙인 정 원장은 오늘날의 경제위기는 시장의 실패를 통제하지 못한 국가의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위기는 사회경제 부문의 성장을 통해 시장, 국가, 사회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시장·사회경제 3박자 조화를 정태인 원장은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오랜 전통을 가진 유럽의 사회경제 발전 사례로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을 소개했다. 또한 지방정부와 사회경제의 연합체가 의식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사회경제 발전 모델’을 발전시키고 있는 캐나다의 사례도 따라 배울 것을 제안했다. 캐나다 퀘벡 지방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공동체경제발전운동’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형태이면서 동시에 지역공동체 경제를 발전시키는 유력한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태인 원장은 “협동조합법 제정 등과 같은 사회경제의 제도화는 나머지 두 영역(국가와 시장)의 보완성을 중심으로 설계함으로써 공동체, 시장 그리고 국가가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복지국가 건설 운동과도 협력해야 두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영환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부각되고 있는 복지국가 건설운동과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경제 운동의 상호 협력을 강조했다. ‘복지국가와 사회적 경제-복지국가운동에서 왜 사회적 경제가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유럽의 복지국가 사례에 견줘 우리의 복지국가 건설운동과 사회적 경제 발전운동이 교류와 협력보다는 무관심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영환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의 수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원인을 시민사회 및 사회적 경제 운동의 취약성에서 찾았다. 이 교수는 “복지국가 이념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사회연대 의식이 미약하고 사회서비스 영역까지도 시장화가 확대되고 있다”며 “사회적 경제 부문의 발전을 통한 복지국가 건설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적 경제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복지국가 모델링 작업과 수많은 시민단체의 사회적 경제 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이어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정책과 사회적기업’이란 발표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발전을 강조했다. 황덕순 연구위원은 ‘고용 없는 성장’이 사회공동체 전체의 위기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은 정부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의 지원을 받은 인증 사회적기업이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용시장 및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황덕순 연구위원은 사회적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의 역할 분담과 협력, 인증제에서 등록제로의 전환, 사회적 협동조합과 같은 별도의 법적 제도를 제안했다. 또한 개별 사회적기업의 지원만이 아니라 지역 및 업종 차원의 네트워크 육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 토론 토론에 나선 현장 전문가들은 비판적 문제제기와 함께 사회적기업 발전을 위한 각계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김재현 건국대 교수(희망제작소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소장)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기업, 연계기업, 생산자, 대학, 사회단체 등이 상호 협력하는 클러스터형 중간지원조직의 육성을 역설했다. 클러스터형 중간지원조직 육성을 김재현 교수는 각종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의 교류를 조정하는 중간지원조직은 각 지역 현장에서 필요한 자금, 인력, 정보 등을 제공하고 다양한 주체간의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사회적 경제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 현장의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자발성과 창의성을 발양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문국 신안산대 교수는 사회경제의 발전과 복지국가 발전의 상호 정합성에 초점을 맞췄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태동기에 사회적 경제가 발흥했고 복지국가의 발전과 함께 쇠퇴했음을 지적하며 복지국가와 사회적 경제의 변증법적 발전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이영환 교수의 발표 내용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영환 교수는 반론토론에서 좀더 많은 역사적 연구가 보완되어야 하며 한국에서의 복지국가와 사회적 경제의 발전이 모두 주목해야 할 운동이라고 말했다. 고용책임 민간 몫으로 전가는 안 돼 인증 사회적기업 1호인 다솜이재단의 박정희 사무국장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종료된 이후 수익성 제고를 기한다는 명목으로 고용책임을 온전히 민간의 몫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한 사회적기업을 정부는 단순한 고용 창출 기능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산업정책-고용정책-사회정책(복지 교육 등)을 통합한 사회서비스 수요예측 연구조사와 함께 정책의 장기전략 및 구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노력과 함께 시민사회가 그 정책 수행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이 올바른 관점이라고 주문했다. 과도한 기대 경계…시간·노력 필요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최혁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기반조성본부장은 사회적 경제 또는 사회적 기업이 ‘자본주의 위기의 대안’이라는 수식에서 표현되는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사회적 경제의 기반이 미약한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의 성장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의 비영리 협동의 힘’을 신뢰하고 그러한 힘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잘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사회적기업진흥원은 개별 사회적기업의 직접지원에서 벗어나 사회적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회적기업 스스로도 노동자들의 민주적인 경영참가가 곧 경쟁력과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 발표 및 토론자들은 공동체의 민주주의 발전이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 발전의 주요한 동력이자 결과라는 기본 인식을 함께했다. 정태인 원장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경제적 기초가 사회경제인 동시에 사회경제는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말했다. 공동체 발전계획을 주민 스스로 세우고 공동체 내의 자원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일이야말로 지역을 민주주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고, 사회경제의 운영 자체가 민주주의 원리를 따르기 때문에 사회경제는 민주주의의 미시적 실천인 셈이다. 결국 자본주의 경제위기 극복이나 복지국가의 건설은 민주적인 사회적 힘이 밑받침되어야 하고 이러한 힘은 시민들의 정치적 경제적 민주주의의 경험과 실천에서 발전할 수 있다. 박성준 사회적기업가학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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