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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06 10:11 수정 : 2012.03.06 10:11

[헤리리뷰]
사회적 경제가 여는 새로운 시대

사회적 경제가 꿈틀거린다. 정부가 인증한 사회적기업만 해도 600곳을 넘어섰다. 2012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이고, 오는 12월이면 한국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어 협동조합으로 기업 하기가 쉬워진다. 지역공동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마을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일구는 서울의 새 희망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의 사회적 경제에 씨앗을 뿌린 사람이다. 아름다운가게와 희망제작소 등을 만들어 재활용 가게, 공정무역, 마을기업 등의 개념을 한국에서 처음 들여와 실행했다. 그러다가 서울시장이 되어, 이제 그 사회적 경제가 자라날 밭을 일구는 구실을 하게 됐다. 그는 지금 사회적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실천하고 있을까? 2월21일 박 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전세계 경제에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적 경제 모델을 거론하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자본주의 위기론과 함께 여러 해결책이 시도되고 있다. 박애자본주의, 창조적 자본주의 같은 개념도 나왔다. 사회적 경제는 그 중요한 실험이다. 사회적기업이 영국에서는 이미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존재하던 협동조합은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 모습을 보이며 각광받고 있다. 기업의 사회책임경영도 ISO 26000 등 국제규범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정리되지는 않지만, 이 모든 것이 큰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서울에서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내고, 여기서 사회적 경제가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서울에서 그런 경제가 실현된다면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이 되나? “서울에서의 마을은 이전까지는 베드타운 기능만 했다. 한 곳에 머물러 정주하는 인구도 적었다.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생활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미산 마을처럼) 생산, 소비, 문화활동을 함께 하면서 공동체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이 기반 위에서 함께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도 만들어 갈 수 있고, 이게 바로 사회적 경제가 되는 것이다.”

대도시인 서울에도 마을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지? “서울 상도3동에 성대골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 주민 200여가구가 후원해 어린이도서관을 함께 만들어 운영하면서 공동체가 형성됐다. 그리고 더 나아가 대안학교를 만들고, 원전 줄이기를 위한 에너지 절약 운동을 함께 펼치고 있다. 서울 성미산 마을을 보면 공동육아로 모여 대안학교, 공동극장을 만들고 나서 생활협동조합까지 같이 만들어 생산, 소비, 문화활동을 함께 한다.

한국 사회는 지금 농촌·도시 할 것 없이 모두 공동체가 붕괴된 상태다. 농촌은 사람들이 떠났고, 도시는 모두가 외롭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공동체에 대한 갈증이 있다. 성대골도 성미산도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사회적 경제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은 어떤 것이 될까? “사회적 경제 현상은 사실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어, 공적 영역이 어떻게 돕고 확산시켜 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사실 정부에서 너무 나서도 문제가 있다. 직접지원이 너무 크면 온실 속 꽃처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생적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나올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 가야 한다. 시민들에게 갈증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만 제도를 만들고 자원을 배분해 주면, 또한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는 꿈과 전망을 주면 이른 시일 안에 확산되리라 본다.”

관은 자원, 민은 아이디어로 협력

시민과 정부, 지자체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민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공공기관이 자원은 많이 가지고 있다. 반면 민간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이 둘이 협력해야 의미가 있는 결과가 나온다. 예를 들면 서울시가 공공 자산을 모두 소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성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민간단체나 마을기업 등에 정부 자산을 주고 사업을 위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공공성을 위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다양한 프로젝트가 이런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사회적경제위원회 등을 설치해 본격적으로 사회적 경제 지원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런데 마을공동체에서 출발하는 사회적 경제는 거대한 서울의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너무 작은 변화가 아닐까? ‘자본주의 위기 극복책’이라고까지 할 만한 규모가 될 수 있을까? “시작은 미약하지만 파급력이 커질 것이다. 내가 사회적기업인 아름다운가게를 연 지 10년밖에 안 됐다. 사회적기업이 사람들 입에 본격적으로 오르내린 지는 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정도로 관심을 끄는 것도 매우 빠른 것이다. 한국 사회는 역동적이라고 믿는다. 사회적 경제는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특히 서울이 앞장서서 바뀌면 전국이 바뀔 것이라고 본다.”

자본주의가 근본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는 이제 세계인이 공감하게 됐다. 하지만 대안은 엇갈린다. 국가를 키워 시장을 제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들어 놓은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시장의 질서만 바로잡아도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찌 보면 이미 세계경제를 운용해 온 양대 주체인 국가와 시장의 기능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다른 접근법이다. 시장경제 안에서 움직이지만, 경쟁과 이윤 극대화를 유일한 가치로 삼는 기존 자본주의 경제 패러다임과 대척점에 있는 가치를 지향한다. 공공성 확대를 지향하지만, 국가가 그 역할을 독점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형성된 공동체와 함께 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본주의의 동력이던 탐욕 대신 이타심, 상호성, 협동, 사회적 목적, 명예와 헌신 같은 동기가 이 사회적 경제를 움직인다. 사회적 경제는 세계경제 위기의 소방수가 될 수 있을까?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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