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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06 10:49 수정 : 2012.03.06 10:49

유엔은 사회발전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다. 유엔 누리집 갈무리

헤리리뷰| HERI WORLD
해외칼럼 / 아시아 협동조합의 과제와 전망

협동조합은 19세기 유럽의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시작해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로 확산됐다. 이후 농업, 어업, 신용, 보험, 의료, 주택, 노동자 등 여러 분야의 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은 현재 92개국에서 약 10억명의 조합원을 아우르는 248개 협동조합이 가입해 있는 세계 최대 국제 비정부기구(NGO)가 되었다.

연맹의 회원 구성은 세계 협동조합의 구조변화를 반영해 변화해 왔다. 지역별로는 유럽으로부터 아시아와 아메리카로, 유형별로는 생협에서 신용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으로 중심이 옮겨갔다. 현재는 조합원의 60%가 아시아인이다. 아시아에는 고유한 협동조합의 모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가로부터의 자립이나 협동조합 원칙에 기반한 운영과 같은 많은 과제가 있다.

세계 조합원의 60%가 아시아인

아시아에서 협동조합이 태동한 시점은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0년의 일본 산업조합법, 1904년 인도 신용조합법을 계기로 정부에 의해 하향식으로 제도화되었다.

아시아의 협동조합은 유럽이나 미국과는 다른 독특한 모델을 만들어냈다. 일본 생협의 주류인 시민생협은 빠른 경제성장의 부작용인 식품첨가물 및 농약의 과다사용, 가격담합, 환경오염 등의 문제에 대항하는 소비자운동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1960년대 주부들이 공동으로 우유를 구입하고 소비자 문제나 환경문제에 열심히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특히 ‘조합원 참여 모델’은 세계에서도 호평을 받는데 이는 조합원이 생협의 출자금을 적립해 생협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며 지역 운영위원회나 대표자회의, 이사회 등의 운영에 참가하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 생협 조합원은 2500만명으로 전체 가구의 40%가 가입해 있다.

인도의 낙농협동조합은 구자라트주 아난드 지역 영세낙농민이 우유제조업체의 착취에 대항하기 위해 1946년 우유생산자조합 ‘아물’(AMUL; Anand Milk Union Limited)을 만든 데서 비롯했다.


아물의 성공은 ‘백색혁명’이라고도 불린다. 농민들은 우유 가공 설비를 갖추고, 지구연합회나 주연합회를 설립했다. 촌락 단계의 조합, 지구연합회, 그리고 주연합회의 3층 구조는 생산 자재 공급에서부터 가공, 판매에 이르는 계통시스템을 제공하고, 조합원들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현재 아물은 인도 최대의 식품브랜드로 농민조합원은 310만명에 이른다. 아물 모델은 정부기관이 하향식으로 조직화를 하지 않더라도 협동조합의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줘, 현재 세계 각지에 보급되고 있다.

아시아 나름의 독특한 협동조합 모델

신용조합은 고리대금의 횡포로부터 자신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조합원이 소유·관리하는 조직이다. 이 조직의 특징은 출자자가 협동조합 방식으로 예금을 하고 대출을 받는 데 있다. 도덕적 해이로 부실경영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직장·교회 등에서 맺은 ‘공통의 인연’을 중시한다. 현재 신용조합은 개발도상국의 빈곤 감소와 자립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융자)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개발도상국에서 저소득층이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소액 무담보 대출을 하는 방식으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이 유명하다. 신용조합은 조합원 스스로가 출자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협동조합이라는 점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제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용조합이나 저축신용조합은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 스리랑카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 발달해 있다.

세계화와 정보화는 협동조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등 시장통합이 진행되고 있어 국경을 넘어선 인수합병, 사업제휴를 통한 강력한 다국적기업과 그룹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거대기업은 포화된 역내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남미나 아시아 등의 미개척 시장에 진출해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한 금융시장도 정보통신혁명에 의해 국경을 초월한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규제완화에 의해 은행, 증권, 보험과 같은 전통적인 업계 구분도 사라져 경쟁이 심해졌다. 협동조합은 이러한 경쟁격화에 대응해 다양한 자본조달의 방법을 개발하는 동시에 협동조합 사이의 합병, 국경을 넘어선 공동구매 그룹의 결성 등으로 대항하고 있다.

위기 때 강한 내구력·회복력 과시

협동조합은 2008년 리먼 쇼크를 계기로 발생한 세계금융위기에 대해서도 놀랄 만한 내구력과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 민간 대형은행이 큰 위험을 떠안고 운영한 투기적 사업은 파탄이 났다. 이들 은행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았는데도 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협동조합 금융기관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위험회피적 사업을 수행해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이 투자자를 위해 단기적 수익을 올릴 필요성이 적으며,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협동조합은행이나 신용조합은 재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실제 많은 예금자가 기존 은행으로부터 신용조합으로 옮겨가고 있다.


또한 식품과 에너지 위기는 빈곤층의 생활에 직격탄을 날렸고 이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분쟁이 심해졌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한 식료품의 생산, 가공, 유통 과정의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세계은행은 2030년까지 세계 인구가 추가로 20억명이 증가하는데도, 개발도상국의 식료품 생산 기반인 농촌경제는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식료품 공급력을 높이는 농협과 어민협동조합의 역할은 전에 없이 중요해지고 있다. 협동조합이 그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재정적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 인도의 아물 낙농업협동조합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관되게 노력해 만들어낸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10만개의 조합이 매일 1200만명의 농가로부터 1650만ℓ의 원유를 모아, 식료품 공급과 농가 소득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2009년 유엔 총회는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언하는 ‘사회발전에서의 협동조합’이라는 제목의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어떤 배경에서 이러한 유엔결의가 이뤄진 것일까?

이 결의는 협동조합이 ●고령자·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다양한 형태로 경제사회발전에 참여하도록 장려하고 ●(뉴질랜드 마우리족 같은) 선주(先住)민족이 경제사회발전의 주요한 요소가 되고 빈곤의 근절에 기여하는 것을 인식하며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 타파에 이바지하고 도시와 농촌의 다양한 사람들의 살림에 도움을 주는 사업체를 조직하고 ●사회적기업으로서의 협동조합의 성장을 촉진하며 ●신흥지역에서 협동조합의 창설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행동을 취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결의는 사회발전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며, 특히 유엔 밀레니엄 개발목표에 협동조합이 잘 대처할 것이란 기대를 담고 있다.

또한 2007년의 세계적인 식량위기나 2008년 이후 금융·경제위기의 시기에 협동조합이 내구력과 회복력을 보여준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유엔 전문가 그룹이나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는 협동조합이 지역의 경제사회에 뿌리내리고 거품과 그 붕괴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막아냈기 때문에 경제시스템에 안정성을 가져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가, 시장 거쳐 이젠 시민사회로

좀더 큰 맥락에서는 국가로부터 시장으로, 또한 시민사회라고 하는 커다란 흐름에 이 결의가 놓여 있다. 1980년대 복지국가의 위기나 국가사회주의 붕괴, 그 후 대규모 규제완화와 시장만능주의의 보편화, 세계금융위기, 경제위기에 따른 시장만능주의의 파탄이라고 하는 커다란 흐름 가운데 21세기는 국가와 시장만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협동에 의한 시민사회를 확립하는 것, 그리고 그것의 유력한 담당자로서 협동조합이나 비영리조직이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협동조합의 해는 정부도, 영리기업도 아닌 독특한 조직, 기업 모델로서의 협동조합이 경제사회의 안정과 지속적인 발전에 공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리모토 아키라 일본 생협총합연구소 이사
1990년 전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시장경제화의 흐름 속에서 아시아 협동조합은 국가로부터의 자립,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에 기반한 운영 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협동조합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하도록 협동조합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협동조합 진영도 지금까지의 정부 의존에서 벗어나, 조합원의 요구에 따르고 조합원이 지지하는 사업과 활동을 해야 한다. 또한 협동조합은 조합원끼리 상부상조를 하기 위한 조직이지만 고용 창출, 환경 보전, 지역사회 재생, 자연재해 복구 등 조합원의 이익추구 차원을 넘어 사회적 공익적 과제를 담아내는 틀로 인식하는 것이 아시아에서의 협동조합의 존재 의의를 높이는 길이다.

구리모토 아키라 일본 생협총합연구소 이사

구리모토 아키라 일본 생협총합연구소 이사

일본 생협총합연구소의 이사이자 로버트오언협회의 상무이사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아시아협력연구포럼 회장, 협동조합연맹 연구위원회 회장을 지냈다. 대표 저서로는 <로버트 오언과 협력의 세계>(1992), <평화와 협력: 일본 소비자 협동조합의 시도 반영, 협동조합과 평화의 추구>(2007), <일본에서 협동조합의 성과의 특성 평가: 사회적 경제의 가치>(2009), <현대 협동조합 연구에 대해: 일본 소비자 협동조합 관점>(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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