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06 11:08
수정 : 2012.03.0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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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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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HERI BIZ
HERI가 만난 사람 / 사이먼 터커 영파운데이션 대표
미국의 아쇼카처럼 사회혁신을 지원하는 다른 조직도 있는데, 영파운데이션만의 특징이 있는지?
“영파운데이션은 부문간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는 것을 중시한다. 또 기업들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영파운데이션 자체는 사회부문의 비영리 재단이지만, 공공부문이나 기업부문과 함께 일할 때 더 좋은 성과가 난다고 믿는다. 지원 대상 조직들에도 이런 접근법을 강조한다.”
왜 그런 접근법이 필요한가?
“영웅 한 명이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게 우리 철학이다. 어쩌면 미국 사회의 맥락에서는 사회적 기업가 개인의 중요성이 클 수 있다. 또 미국에서라면 정부와 협업하기보다는 민간부문이 독자적으로 일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다를 것이다. 정부와 협업하는 게 효과적이다.”
정부·기업과 함께 일할 때 더 좋은 성과
정부와 협업해 만든 사회혁신 사례 중 성공적이었던 것이 있다면?
“스튜디오 스쿨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기존의 학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교육을 디자인했다.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이었다. 이 교육을 구현하고자 학교를 세우는데,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이 함께 재정 지원을 했다. 학교 60곳이 결과적으로 이 모델을 채택했는데, 이 가운데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고, 민간 기부를 통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재원 마련 방법은 달랐지만, 같은 문제를 같은 철학으로 해결했다. 서로 다른 부문이 협업해 만든 사회혁신 사례다.”
변호사 출신인데, 법 제도나 정부는 대체로 보수적이다. 이들과 사회혁신은 어떻게 만날 수 있나?
“기존 법체계가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기존의 법체계를 바꾸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법 제도를 바꾸는 과정을 통해 사회혁신이 일어나기도 한다.
정부의 역할은 사회혁신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어떤 사회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의 이해관계자들을 한 테이블로 모아서 함께 일하도록 조정하는 일을 정부는 할 수 있다. 정부는 큰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지만, 작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행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민간부문이 끊임없이 사회혁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그 아이디어들을 큰 그림과 잘 맞춰가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 역할은 사회혁신 활동 여건 마련
기업이나 민간 기부금이 정부 프로젝트보다 더 유연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게이츠재단 등 대규모 기부 프로젝트가 많아졌다. 그러나 그 지원 내용은 실험적이지 않다. 어린이 건강문제 등 아주 확실하게 입증됐고 모두가 동의하는 사회문제에만 기부를 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정부 프로젝트는 리스크를 인정한다. 실험적인 사회혁신 노력에도 재원을 투여한다.”
매킨지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하기도 했다. 기업은 사회혁신에서 어떤 구실을 할 수 있는지?
“사회혁신과 기업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점점 더 많은 인재들이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또 건강, 교육, 고령화 등 사회문제와 관련된 비즈니스 기회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기업 효율성 앞서지만 사회 이해 부족
기업은 기부를 통해 사회에 도움을 주려 하는 게 보통인데.
“기부는 기업이 사회에 할 수 있는 기여의 일부일 뿐이다. 기업은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능력은 사회혁신 수요와 잘 결합하면 실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영국 국민의료보험(NHS)에 기술을 팔려는 많은 기업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이 이 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 프로그램을 직접 내놓으려 하지는 않았다. 영파운데이션이 이 기업들과 이야기해 그 기술을 활용한 건강문제 해결 프로그램을 내놓으려는 중이다.”
기업한테 사회혁신은 아직 낯설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사회혁신 관련 단체나 재단 등 중간 지원 조직과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사회혁신을 연구하고 해결 방법을 실험하는 곳들이다. 기업이 효율성은 앞서지만 사회에 대한 이해는 떨어진다. 사회문제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은 재정지출 여력이 낮아지면서 전통적 사회복지 시스템이 후퇴하는 상황인데.
“영파운데이션이 최근 동런던 지역 빈곤층의 삶을 연구한 일이 있다. 50년 전과 5년 전 같은 방법의 연구를 진행했다. 현대적 복지시스템이 들어오기 전이던 50년 전, 이 지역에는 협력과 연대 같은 지역공동체 가치가 살아 있었다. 이 가치가 주민들 사이의 상호부조 형식으로 복지의 일부를 맡아 줬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자발적으로 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 전, 이런 가치는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그 자리를 복지제도로 메우고 있었다. 과거에 있던 공동체적 가치와 연대감을 되살린다면, 복지재정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보공개, 문제해결 아이디어에 도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의 새로운 환경이 사회혁신과 어떤 연관을 맺는지?
“사람들 사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관계를 맺는 손쉬운 방법이 생겼다는 것은 당연히 사회혁신에 좋은 환경이다. 새로운 흐름 가운데 특히 정보공개 운동은 사회혁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과감히 공개하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민간에서 다양한 혁신적 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 및 자본주의 위기가 불거지면서 사회혁신이 더 필요해진 것인지?
“적어도 사람들이 사회혁신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위기 뒤 많은 금융 소비자들이 영리 은행을 떠나 협동조합으로 갔다. 협동조합은 오래된 형태의 사회혁신 모델이다.”
글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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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터커
현 영파운데이션 대표·전 키즈 컴퍼니 최고운영책임자(COO)·전 매킨지 전략컨설턴트/영국 변호사
사이먼 터커 대표는 2011년 6월부터 영파운데이션을 이끌고 있다. 영파운데이션은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영국의 민간 재단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통찰, 혁신, 그리고 기업가 정신을 활용하는 게 사회혁신이다. 이를 위해 소셜 벤처를 지원하는 기금을 운용하고, 더 나은 사회혁신 방법을 연구하며, 정부나 지자체가 혁신할 수 있도록 자문하기도 한다. 영파운데이션은 이런 활동을 50년 이상 했고, 개방대학인 ‘오픈 유니버시티’ 등 다양한 기관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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