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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싱크탱크|싱크탱크계에선 지금
문제는 심각하고 시간은 별로 없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지만, 정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2012년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정치적 선택과 정책적 결정이 국민의 한표에 달린 정치의 해이다. 이 과정에서 얼굴을 붉히는 ‘논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정책논쟁의 ‘과다’가 아니라 ‘과소’가 문제였다. ‘진보’와 ‘보수’, ‘학계’와 ‘싱크탱크’가 그간의 장벽을 넘어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진보 학회 가운데 한곳인 비판사회학회는 4월28일로 예정된 춘계학술대회 구성에 파격을 가미하려 하고 있다. 외교/남북관계, 복지/노동, 재벌/금융, 환경/에너지 정책 등을 다루는 개별세션은 물론 종합세션의 기조발제를 민간 연구소에 맡기고, 학계 연구자들이 토론하는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민주정책연구원과 진보정책연구원 등 정당 연구소도 참여할 예정이다. 학회 학술대회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다.
조형제 비판사회학회 회장(울산대)은 “정책연구에서 실력을 쌓아 온 싱크탱크 소속 연구자들과 그동안 충분한 토론 기회가 없었다”며 “대학과 싱크탱크 사이의 협력 모델을 개발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정책과 이론, 구체적 현안과 중장기 비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란 것이 기획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학술대회를 민간연구소에 개방
학계와 싱크탱크 사이의 경계만 엷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해 온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진보, 보수, 중도 싱크탱크가 폭넓게 참여하는 ‘정책컨벤션’이 8월15일 전후 일정으로 준비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한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겨레경제연구소, 경제개혁연구소, 희망제작소, 자유기업원, 한반도선진화재단, 거버넌스21클럽 등이 초기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미래전략연구원 등도 참여를 검토중이다.
대립각 세우던 싱크탱크들 한자리에
행사기획을 총괄하는 이형용 거버넌스21 상임이사는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의 경쟁과 검증, 협력이 필요하다”며 “정책지식의 생산과 유통을 활성화하고,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민간 싱크탱크 지원재단의 설립까지 염두에 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싱크탱크만이 아니라 정책제안에 관심있는 개인들도 컨벤션에 함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개인과 단체의 장벽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협력의 경험이 일회성 행사의 기획을 넘어 민주적 거버넌스 모델 구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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