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5.08 15:44 수정 : 2012.05.08 15:46

연구개발 중심 사회적기업인 글로엔엠은 향후 매출 1000억원 목표달성의 꿈을 갖고 있다. 사진은 글로엔엠 연구원이 연구개발실에서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글로엔엠 제공

[헤리 리뷰]
HERI 케이스 파일
친환경 세제·바이오업체 글로엔엠

지난해 7월 글로엔엠 서정훈 대표는 뜻깊은 자리에 초대받았다.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게 된 것이다. 전라북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지 1년 만의 일이었다. 글로엔엠은 연매출 5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지역의 소기업에서 4년 만에 10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직원 17명 가운데 14명을 지역의 취약계층으로 고용했다. 글로엔엠의 성공 비결은 뭘까?

글로엔엠은 세계화를 의미하는 ‘글로벌’과 자연소재를 의미하는 ‘네이처 머티리얼’(Nature Material)의 합성어다. 친환경 세제와 바이오 제품을 생산하는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이러한 중소기업이 사회적기업이 된 데는 적잖은 사연이 있다. 글로엔엠 서 대표는 한때 잘나가던 대기업 엔지니어였지만, 자녀의 건강 문제로 본의 아니게 회사를 관두고 지역행을 선택했다. 충분한 고민이 있었던 선택이 아니었던지라 사업계획도 소박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3~4명의 연구원이 화학소재와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 중심 중소기업을 계획했다. 하지만 아들의 건강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면서 마음이 조금씩 바뀌었다. “서울에선 1년이면 절반을 병원에 있던 애가 지난 4년간 병원에 있었던 시간은 고작 3일이었어요. 자연스레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찾게 되었어요.”

직원 17명 중 14명을 취약계층에서 고용 먼저, 공장 앞 들녘의 지역주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햇볕에 잔뜩 그을린 지역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연구뿐만 아니라, 생산과 판매를 함께하는 바이오업체로의 변신을 꾀했다. 하지만 농번기에는 회사에 나오지 않는 지역주민이 많았고, 생산성 역시 1인당 월 2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했다. 본래 계획했던 연구직은커녕 생산직으로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서 대표는 흔들림 없이 교육과 훈련을 지속했다. 때로는 대기업에서처럼 외부 전문가에게 교육을 맡기기도 하고, 연수를 보내기도 했다. 글로엔엠이 지향하는 연구 기반 사회적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당당한 연구원으로 지역주민들을 참여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을 보기 시작했다. 취약계층 가운데 연구직 직원이 양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글로엔엠이 채용한 취약계층은 관리직과 연구직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취약계층이 연구개발을 할 수 있을까?’란 질문엔 단호하게 ‘선입견에 불과하다’고 서 대표는 말한다. 사람이 갖고 있는 열정과 잠재력만큼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이런 글로엔엠의 연구개발 역량은 판로 개척이나 제품 다각화에도 핵심 역량으로 작동했다.

글로엔엠은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기보단 제품의 질을 우선시하는 구매자를 파트너로 삼고, 이들과의 관계 강화에 집중한다. 이들이 원하는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개발비 투자는 기꺼이 감수하는 대신, 홍보비나 재고비용 등 영업비용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글로엔엠의 마케팅 전략이다.

제품 다각화도 마찬가지다. 최근 상품화를 시작한 ‘기능성 화장품’ 시장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제품이지만 대기업간 경쟁이 심한 일반 화장품 시장에 비해 영업비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서 대표는 ‘박피제거’ ‘피부재생’ 화장품을 통해 전체 매출액의 20%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는 펑펑…영업비용은 최소 경쟁력 있는 기술로 뭉친 글로엔엠에도 절체절명의 위기는 닥쳐왔다. 지난해 ‘원인불명 폐손상’을 일으키는 제품에 글로엔엠의 가습기 살균제가 포함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글로엔엠의 제품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안전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더 큰 관심거리가 됐다. 시장의 기준을 넘어 정부가 인정할 정도의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든 것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하지만 서 대표는 절망하기보단 경쟁사보다 먼저 제품을 수거하고, 정부의 테스트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새로운 대체물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위기를 극복해냈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중심이 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현재 성과를 이뤄낸 셈이다. 이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투자자나 일부 경영진에게 배당이나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보다, 직원들의 다양한 교육과 훈련에 재투자해 이뤄낸 결과다.

서 대표가 계획하고 있는 글로엔엠의 중장기 목표는 뭘까? “일반적으로 매출 1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은 언제 도산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매우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재무적으로는 이른 시일 안에 매출 1000억원 목표를 채우고 싶고, 사회적으로는 200명을 장애인으로 고용하고 싶습니다. 또 코스닥 등록 1호 사회적기업도 글로엔엠 차지가 됐으면 합니다. 물론 이런 사회적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투자자는 사절입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kse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