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08 16:00
수정 : 2012.05.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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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재팬 사토 회장(왼쪽)과 직원들이 2011년 5월 일본 도쿄 본사 식당에서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 농산물 판매 돕기 행사를 펼치고 있다. 손보재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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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리뷰]
해외칼럼 / 일본 손보업계의 사회책임경영
지난해 동일본의 대지진, 타이의 홍수 등 세계 각지에서 자연재해가 이어졌다. 여기에 유럽의 경제위기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2011년은 격동의 해였다. 기후변화나 빈곤 등 글로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문제의 원인은 복잡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광범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산업계, 엔지오(NGO)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합해야 한다. 동일본 대지진 복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일본 산업계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대지진 복구 노력을 통해 얻어진 지식과 경험은 산업계가 나서서 사회 전체가 유연하게 대재앙에 대처하도록 돕는 데 유용한 자산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일본 손해보험업계 2위인 손보재팬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바로 해당 지역의 12개 지사에 비상재난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이른 시간에 보험1금을 지급하기 위해 피해지역 현장에 직원을 파견해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진피해가 발생한 지 석달 만에 보험금의 90%를 지급할 수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보험업계가 지급한 보험금 총액은 1조2천억엔(약 16조5천억원)으로 일본 보험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지진 발생 후 6개월 동안 접수된 보험금 신청 건수는 70만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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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피해 보상 부담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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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석달 만에 보험금 90% 지급
일본의 대규모 지진피해 보상 절차는 지진보험법에 따라 정부와 보험회사가 함께 진행한다. 손해액에 따라 정부와 민간보험사의 부담률이 달라진다. 지진 보험금 지급액이 1150억엔 아래이면 민간 보험사가 전부 부담하고, 1150억~8710억엔일 때는 정부와 민간보험사가 절반씩 맡는다. 8710억~5조5000억엔은 정부가 95%를 부담하고 민간에서 재보험 및 재재보험을 통해 5%를 책임진다. 이러한 일본의 지진보험제도는 민간보험회사들이 조기에 신속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보험금 지급률도 높인다. 세계적으로 대규모 자연재해가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의 지진보험제도는 민간과 공공 부문의 역할분담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좋은 사례이며 다른 나라에도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3월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 지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 지난해 9월 말까지 기업들이 지원한 총액은 1200억엔(1조6550억원)이었고, 18만명 이상의 기업 자원봉사자들이 피해지역 구조활동에 참여했다.
기후변화방지 노력이 절체절명 과제
최근 기후변화 문제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후변화는 자연재해가 점점 더 자주 일어나고 그 정도가 심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경제적 손실이 큰 10대 재해 가운데 9개가 1990년 이후에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2000년 이후 카트리나, 앤드루 같은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엄청난 피해가 생겼다. 보험회사는 과거의 기후 통계에 근거한 확률 계산으로 보험을 설계한다. 자연재해가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하면 보험회사의 경영에 직접 영향을 준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현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일은 보험산업에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당장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피해에 대처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온난화의 강도를 최소화하는 노력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에 투자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손보재팬의 전신인 일본의 최초 화재보험사 도쿄카사이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 소방대를 만들었다. 이는 보험사업이 상호부조의 오래된 전통에 뿌리가 있고, 오늘날에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손보재팬은 정부가 충분히 챙겨주지 못하고, 개인이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문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사회책임경영, 이젠 보험사 핵심사업
손보재팬은 일찍이 1992년 글로벌환경사무국을 설치하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또 ‘창조적 사회책임경영(CSR)’을 핵심사업으로 삼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해왔다. 손보재팬은 지난해 타이 동북부에서 시작한 새 보험상품을 내놓았다. 이 지역 농부들은 잦은 가뭄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과 함께 손보재팬은 타이의 농부들이 가뭄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기후지수보험’을 만들어 판매했다. 타이 기상청이 발표하는 강수량이 정해진 수준 이하에 머물면 보험금을 지급하고 농기구 구매를 위한 대출이자율도 낮춰준다. 그해 말 타이 5개 주에서 농부 6173명이 이 보험에 가입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손보재팬 직원들은 대피소와 피해가구를 직접 찾아다니며 피해상황을 살폈다. 그 결과 많은 고객이 빠른 시간에 보험금을 받아 재난 극복에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직원들의 자부심도 높아졌다. 이런 자부심은 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최선의 판단을 하도록 해준다. 보험업계에서 사회책임경영은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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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마사토시 손보재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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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마사토시 손보재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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