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08 16:07
수정 : 2012.05.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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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학동역 인근의 공유사무실 ‘코업 여럿이 함께’에서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양석원 코업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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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리뷰]
함께 쓰는 공유사무실이 뜬다
영국 의회 본회의장은 좁은 공간에 여야가 마주보고 앉는데, 의원의 명패도 없고 의원 수에 비해 자릿수도 모자란다. 2차대전 뒤 독일 공습으로 파괴된 의사당을 복구할 때, 프랑스 등을 본떠 반원형에 지정석이 있는 구조로 변경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총리인 윈스턴 처칠이 강하게 반대해 원형대로 복원됐다.
처칠은 여야가 상대방의 표정을 볼 수 있어야 의사가 좀더 명확히 전달되며, 정치적 의견이 소속 당과 차이가 있을 때, 소신을 좇아 언제든지 상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널찍한 공간에 듬성듬성 자리한 의원들이 고함을 지르는 우리의 국회와 대비된다.
지식경제시대 새로운 공간활용 방안
이처럼 공간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과 성과에 큰 영향을 준다. 공간이 일하는 사람을 고립시키는가 협업하게 하는가는 생산성과 창의성에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온다. 최근에 확산되고 있는 ‘공유사무실’(코워킹 스페이스)은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일하고 대화하면서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것으로, 아이디어가 가치의 원천인 지식경제시대에 새로운 공간활용 방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공유사무실은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상당히 일반화된 사무공간으로 하루 1만원 등 약간의 이용료만 내면 인터넷, 프린터, 스캐너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작업을 할 수 있다. 최근 원격지 근무를 지원하는 스마트워킹센터나 비즈니스센터 등이 기업과 정부의 지원으로 들어서고 있으나,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의식은 약하다.
같이 밥먹고 고민·지식 함께 나누고
서울 강남구 학동역 인근의 공유사무실 ‘코업’(Co-up)은 2010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등의 작업을 하는 이들이 책상 한두칸씩을 차지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 성북동의 공유사무실 이스트포(EAST4)에서는 건축가, 사진작가, 건축디자이너 등 예술가들이 모여 토론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코업을 운영하는 양석원씨는 “사무실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대화하며 일하고, 점심도 같이 먹으러 가면서 고민하는 문제를 서로 해결해 주기도 하고, 적절한 사람을 소개도 해준다”며 “여기서 좀 더 발전하면 지식을 나누면서 생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함께 창업하는 사례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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