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08 16:12
수정 : 2012.05.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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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삼성SDI(2008), 포스코(2008), 현대자동차(2009), 기아자동차(2010) 지속가능경영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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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보고서 발간 선두기업들 뭐가 다를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최초 발간 이후 10여년간 선두 기업들의 보고서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보고서 발간 선두 기업들은 초기에는 경제·사회·환경의 트리플 보텀 라인(triple bottom line) 구분에 맞춰 기술하는 데 집중했다면, 점차 이해관계자와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로 보고서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사의 사회책임경영에서 어떤 점이 중요한지를 평가해 그 이슈 중심으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사회책임경영을 단순히 재무, 비재무적인 것을 구분하는 단계에서,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와 그 영향력을 인식하고 기업에 영향을 주는 이슈의 기회와 위험 정도를 파악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임직원 공감대 위해 사내 홍보교육
삼성SDI도 보고서 작성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책임경영에 대해 직원들의 인지도가 낮아 실무 부서에서 자료 협조조차 받기가 쉽지 않았다. 임직원의 공감대를 마련하고자 적극적으로 사내 홍보를 시작했고, 여러 차례 온·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했다.
이런 노력으로 이제는 실무 부서에서 새로운 비재무적 성과를 먼저 제시하는 등, 전 직원이 사회책임경영에 대해 상당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가 발간되면 각 부서에서 앞다퉈 받아가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객관성 및 전문성,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중시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를 처음 낸 2003년 유럽은 보고서 검증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때라 검증기관조차 찾기 어려웠지만, 독립적 기관을 찾아 검증을 의뢰함으로써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여왔다. 보고서의 전문성을 위해 2006년에는 보고서 작성 절차, 내용과 수준, 과정 등을 정리한 보고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이해관계자 참여를 위해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중요 사안을 도출하기 위한 평가 틀도 자체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환경경영에서 사회책임경영으로
2000년대 초반 현대자동차는 경영전략실 안에 환경전략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환경경영 측면에서 글로벌 상위 5위 안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국제기준과의 격차를 확인하고 스스로를 진단하고자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이용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사회 부분 성과보고의 중요성을 느끼고 사회책임경영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환경경영에서 출발하였기에 초기 현대자동차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사회 부문이 다소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각 부서들이 나름의 사회책임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이런 자료들이 잘 수집되지 않았고, 전사적으로 총괄하는 조직이 없었던 것이다. 이후 사회문화팀, 복지문화팀 등 사회 부문의 전담 조직이 생기면서 좀더 효율적이고 균형 잡힌 사회책임경영체제를 갖추었다.
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현대자동차가 외국 고객이나 투자자에게 다가가는 데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 생산과정에서의 사회책임경영을 보여주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자동차는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높임으로써, 유럽과 북미 시장 확대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매년 3월 주주총회 시기와 맞물려 나온다. 보고서의 발간 시기 역시 이해관계자와의 약속의 하나로 생각하고 발간 초기부터 이를 이행하고 있다. 주주총회 기간에 발표하는 비재무적 성과들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좀더 많은 정보를 제때 편리하게 제공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기아자동차의 사회책임경영 수준이 한층 높아지는 선순환도 일어난다. 보고서 발간을 위해 비재무적 성과를 실무 부서에 요청하다 보니 비재무적 경영활동들도 주요한 경영활동의 하나라는 것을 직원들이 알게 되어 사회책임경영이 직원들에게 내면화되는 것이다. 또 보고서를 제3자에게 검증하도록 하고, 독자들에게서 오는 피드백을 분석해 사회가 기아자동차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어내고 외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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