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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03 10:47 수정 : 2012.07.03 10:47

제프 멀건. 진보적 싱크탱크 데모스 설립, 영국 총리실 정책실장, 영파운데이션 대표, 현재 네스타 대표.

HERI가 만난 사람/제프 멀건 네스타 대표

제프 멀건 영국 네스타 대표(사진)는 독특한 경력을 지닌 사회혁신 전문가다. 통신분야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진보적 민간 싱크탱크를 만들어 이끌었다. 그러다가 영국 총리실 등 정부에서 브레인으로 일을 하며 정책 입안에 관여했다. 정부에서 나온 뒤에는 영파운데이션의 대표를 맡아 사회적기업, 비영리기관, 정부정책 등에서의 혁신을 돕는 일을 했다. 현재는 영국 정부가 조성했지만 독립성을 지닌 기금배분기관인 네스타를 운영하고 있다. 기금 규모 3억5000만파운드(약 7000억원)의 네스타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공익재단이다. 벤처기업과 사회혁신 프로젝트에도 투자하고 지원한다.

기술, 비영리, 사회적기업, 공공부문을 넘나드는 그의 경력은, 부문 사이 벽을 걷어내고 함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을 이루자는 사회혁신의 정신과 잘 어울린다. 희망제작소 등이 연 아시아 엔지오(NGO) 이노베이션 서밋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왜 사회혁신이 중요한가?

“최소한 유럽에서는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함께 사회혁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흐름은 자연스럽다. 과거 혁신은 대부분 하드웨어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제 하드웨어 혁신만 계속하면 위기를 계속 마주할 것이 분명하다. 생산이 늘어도 고용은 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화된 시민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혁신, 그리고 건강 관련 혁신 등이 다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과거 전통적인 정부나 시장 모델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가는 것이 사회혁신이다.”

하드웨어 혁신만으론 위기 계속 맞을 것

-사회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인가?

“핀란드, 중국, 칠레, 인도 등 다양한 국가의 혁신 관련 기관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 다들 사회 혁신에 관심을 많이 기울인다. 우주항공이나 나노텍 등 과학기술에만 관심 갖고 지원하던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경제적으로도 가장 안정되어 있으면서 무탄소 주거지, 새로운 의료보험체계 등을 선보이며 끊임없는 사회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와도 관련이 있는가?

“당신이 어떤 공공정책의 운영자인데 예산이 반으로 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공공서비스를 무턱대고 줄일 수는 없다. 그러니 성과를 높여야 한다. 당연히 모든 것을 처음부터 뜯어고쳐야 하게 된다. 사회혁신의 확산은 유럽 재정위기와 이 대목에서 맞닿는다. 공공서비스 제공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보험, 민주주의도 사회혁신의 결과

-혁신이라고 하면 기업이 먼저 떠오르는데?

“사실 모든 행위에는 혁신이 포함되어 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자전거 공유 시스템을 사용하고, 공원에 가서 운동을 하는 일에서도 혁신을 찾을 수 있다. 의료보험, 민주주의, 페이스북으로 친구와 대화하는 것 등은 모두 사회혁신의 결과다. 단지 어떤 시대에는 사회혁신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어떤 시대에는 기업혁신이 많이 일어난다. 지금 사회혁신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00년대 초반의 국가 예산에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국내총생산의 3~4%를 거의 모든 선진국이 연구개발에 사용한다.”

-사회혁신을 지원한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나?

“예를 들어 우리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줄이는 혁신 방법을 공모해 지원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 ‘중요한 일에 대해 의논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답변한 사람이 1985년 8%에서 2005년 25%로 늘었다. 이 기간 경제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외로움은 분명 경제성장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사회문제인데, 그렇다고 정부도 해결해주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방법을 찾아봤다. 이게 성공한다면 큰 사회혁신이다.”

페이스북 상장 소셜펀딩으로 했더라면

-공모는 사회혁신에 대해 사회적 인정을 해준다는 점에서 동기부여가 되지만, 이런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커지려면 금융이 필요한 것 아닌가?

“금융은 필요하지만 전통적 방식으로는 안 된다. 최근 페이스북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페이스북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해주는 매우 혁신적인 기업이다. 관계를 형성한다는 면에서는 일종의 사회혁신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한 금융은 아주 전형적인 자본주의 금융이다. 혁신적인 일을 하면서 가장 혁신적이지 않은 금융을 선택한 것이다. 상장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소셜펀딩 등 사회혁신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다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됐을 것이다.”

사회혁신 투자 실패확률 벤처보다 낮아

-사람들이 투자할 때는 재무적 수익도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런 새로운 투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

“사실 재무적 투자라고 위험이 작은 것은 아니다. 미국 벤처캐피털을 최근 연구한 자료를 보니 회수율이 1~2%에 그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600만파운드(120억원) 규모의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이라는 투자기관을 만들어 사회적기업과 사회혁신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 목표수익률은 벤처캐피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엄청난 수익률을 내는 사례는 거의 없겠지만, 완전히 파산할 확률은 오히려 영리 벤처기업보다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긍정적 사회적 영향까지 주는 사업들이 되니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훨씬 선호할 만한 투자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이다. 협동조합도 사회혁신과 잘 맞는지?

“협동조합이 처음 결성된 1840년대에는 매우 혁신적인 조직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혁신성을 유지하는 곳들이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협동조합인 몬드라곤그룹은 사회혁신을 많이 지원한다. 스스로도 장애인 고용을 위한 새로운 방법, 새로운 형태의 대학, 새로운 전기차 공정 개발 등 중요한 사회혁신 노력을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공공서비스의 일부를 독립적 협동조합이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힘이 많이 붙었다. 교사들이 교육협동조합을, 의사들이 의료협동조합을,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사회혁신과 연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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