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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03 10:57 수정 : 2012.07.03 10:57

HERI 사회적 기업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의 조건

지난해부터 사회적 일자리 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 이슈가 재조명받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일시적인 재무성과 악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단기 재무성과에 연연한 나머지 중장기 관점에서 수립된 비전과 미션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이해관계자들도 사회성과와 재무성과의 조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먼저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기업의 재무 및 사회 성과를 균형있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경영공시 사업을 추진중이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역시 올해 하반기에 사회적기업 경영 전반의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윤리강령 제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기업의 태동과 함께 제기됐던 핵심 화두다. 다만, 해법은 사뭇 달랐다. 과거 사회적기업 지속가능성 문제의 해법은 주로 재무성과에 국한해 다뤄졌다. 비전과 미션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성과를 도모해야 할 사회성과와 달리 비교적 짧은 지원기간 안에 이뤄내야 할 경제적 자립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 시급한 과제로 인식됐던 탓이다. 사회적기업 초기부터 진행되고 있는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한 경영컨설팅 서비스 지원, 그리고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설과 판로 지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지원 정책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적 자립, 즉 흑자를 기록하는 사회적기업은 여전히 10곳 가운데 한두 곳에 그치고, 이마저도 대기업과 연계해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경영공시·윤리강령 제정 사업 등 추진

그렇다면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좀더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사회적기업이 추구해야 할 두 가지 핵심 가치, 즉 재무성과와 사회성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사회적기업에는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사회성과 역시 중요한 존립근거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개념은 일반 영리기업에선 흔히 상충관계로 인식된다. 돈을 많이 벌어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 하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하진 않는다. 돈을 버는 것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일은 별개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좀 다르다. 이 두 가지를 균형있게 추구해야 한다. 단기적 관점에서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거두기보다는 사회적기업의 비전과 미션 그리고 사회의 점진적 변화를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윤리적 소비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변화 시도가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사회적기업의 자발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부 지원이 종료된 사회적기업은 일부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영리기업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생존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 영리기업에 뒤지지 않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 재무성과 위주의 사회적기업 지속가능성은 이를 외부 경영컨설팅 전문기관에 의존해 해결하고자 했다. 마케팅, 경영전략, 더 나아가 비즈니스모델 수립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기업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까지 모두 외부 전문기관에 의존해 해결하는 구조였다.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저마다 처한 여건이 다른 사회적기업 입장에서 일회성 경영컨설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기업이 자발적으로 자기주도적 학습 메커니즘을 구축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재무성과와 사회성과의 관계를 상호 보완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며, 사회적기업 스스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자기주도적 학습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다솜이재단 등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그렇다면 이런 관점에서 사회적기업 지속가능경영을 체계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없을까?

대표적인 예로 재단법인 다솜이재단과 주식회사 우리가만드는미래를 들 수 있다. 이들 사회적기업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글로벌 표준에 근거해 자사의 지속가능경영을 자발적으로 보고서에 담은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다솜이재단은 2009년 사회적기업 최초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냈다. 설립 초기 수립한 미션을 바탕으로 비전을 재수립하고, 유·무료 간병모델의 재무성과 및 사회성과를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한편, 비전과 미션에 근거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안정적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010년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우리가만드는미래는 현재 비전과 미션을 바탕으로 핵심 사업으로 진행중인 역사교육의 경제 및 사회적 편익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뛰어넘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자존감을 고취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돈을 잘 벌어서도, 또는 우수한 사회성과만을 내세워서도 풀어내기 쉽지 않은 난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와 기업의 이익을 고루 생각하면서 엄혹한 경쟁환경을 극복해가야 한다.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와 기업 모두가 함께 가는 길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자 유일한 길이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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