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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03 11:13 수정 : 2012.07.03 11:13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사진)

[헤리리뷰]
인터뷰 / 최배근 경제사학회 회장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를 만든 애플은 삼성전자보다 연구·개발비는 훨씬 적게 쓰면서도 월등히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가치를 창출하는 원리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사진)는 경쟁보다는 협력, 이기심보다는 호혜성이 혁신과 가치창출의 열쇳말이 되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그는 그래서 교육의 원리도 경쟁에서 협력과 다양성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6월18일 한겨레경제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젠 경쟁보다 협력이 가치창출 열쇳말

경제사학자인 최 교수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제도, 문화, 교육 등이 모두 변했듯이 지금도 그런 것들이 크게 바뀌는 시기”라며 “기업의 경영자는 이런 변화를 (이론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시장의 원리인 경쟁과 사유재산의 엄정함은 지금의 경제 문제에 답을 줄 수 없나?

“시장경제는 ‘희소성’을 전제로 한다. 경쟁은 희소한 자원을 가장 잘 사용하는 사람을 승자로 만들고, 그가 결과물을 배타적으로 소유할 권리를 준다. 즉 사유재산권을 엄격히 해야 희소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시장은 생산력 발전을 가져왔지만, 물질적 투입에 기반한 제조업 중심 사회에 합당한 조직원리였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경제의 탈산업화, 금융화, 네트워크화로 정보와 지식, 아이디어 등 무형재의 가치와 비중이 훨씬 높아지게 됐다. 브랜드 가치가 물건값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만 봐도 알수 있다.”

희소성 아닌 풍부성 원리 따라 움직여

-무형재 중심 경제는 시장경제와 원리가 어떻게 달라지나?

“지식, 정보,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비경합성과 아무리 써도 사라지지 않는 비소모성을 특징으로 한다. ‘희소성의 원리’가 작용하는 실물공간의 유형재와 달리 여럿이 같이 쓸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풍부성의 원리’가 작용한다. 앱스토어나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성공이 그 사례다. 이 때문에 경제주체 사이에 상호협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치 창출의 핵심이 된다. 그래서 모든 경제 영역에서 네트워크화와 호혜성의 확대가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형가치 창출 능력이 있는 기업이란 어떤 곳인가?

“다양한 시장 참여자의 협력과 팀워크, 즉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을 말한다. 기업 내부와 외부를 트고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개방형 협력적 혁신’이나 생필품 기업 피앤지(P&G)처럼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제품 기획과 개선에 활용하는 ‘소셜 매뉴팩처링’ 또는 남을 이롭게 해서 나도 이로워지는 ‘이타자리’(利他自利)형 비즈니스 모델로 공동창조를 할 수 있는 기업을 말한다.”

-무형재 중심의 네트워크 경제에 전형적인 인간상은 어떻게 다른가?

“시장 이론에서 가정하는 인간형인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는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파트너’로 바뀐다. 네트워크 경제의 가치 창출 원리인 협력은 신뢰 구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경쟁의 대상에서 파트너 관계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파트너십 관계는 신뢰의 관계다. 이 파트너형 인간이 호혜경제 또는 네트워크 경제의 인간형이다.”

표준적 지식 대신 자신의 색깔 키워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는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

“산업화 시대는 표준적 지식을 가진 인적자원을 짧은 시간에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기에 주입식 교육도 가능했다. 그런데 이런 인재가 차지하던 중간층 일자리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 프로그램화해서 자동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젠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고, 그런 경제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 협력하는 경제이다.

협력은 다양성과 자율을 전제로 한다. 협력 원리에 기초한 교육은 ‘최고’(Best)보다는 ‘특별함’(Unique)과 ‘차이’를 갖는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다. 아이 한명 한명이 자신의 색깔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차이가 없는 사람들 사이의 협력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공동체의 질서를 해치는 이기심의 과잉은 스스로 억제하도록 해야 한다.”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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