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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03 11:17 수정 : 2012.07.03 11:17

2011년 3월 대지진이 일어난 일본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에서 야마토 택배 운송차가 구호물자를 싣고 피난지역을 돌고 있다. 야마토택배 누리집 갈무리

HERI CSR

글로벌 사회책임경영 체제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던 2003년은 일본에서 ‘사회책임경영 원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후 약 1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사회책임경영은 또 한번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사회책임경영 활동을 기존의 경영활동과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경영 전반의 개념에서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즉 사회책임경영이 기업경영 활동으로 내재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하나는 2010년 사회책임의 국제 가이드라인인 ISO26000의 발효이다. ISO26000은 전세계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원국이 참여하여 조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는 ‘기업행동헌장’을 ISO26000에 맞추어 개정하고 개정된 헌장을 기업이 활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2011년 3월 대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및 범위가 일본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것이다.

ISO26000 발효·동일본대지진이 변화 촉발

지난해 6월 일본 3대 경제단체 중 하나인 경제동우회 발간 보고서 ‘사회이익 공동창조: 기업의 진화’에서는 전세계적인 가치관의 변화와 일본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내재화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단기 이익 창출에서 장기적이고 이해관계자 협력적인 가치 창출로 가치관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지진 이후 나타난 정부의 공공서비스의 한계는 오히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그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이와 더불어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이 사회적 요구에 대한 방어적 대응이라는 ‘수동적 CSR’과 기업 경영 전략의 하나로 접근해야 한다는 ‘전략적 CSR’ 등의 논쟁은 의미 없는 행위이며, 경영 그 자체에 내재화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일례로 음료 및 주류업체인 아사히그룹은 저탄소 사회 구축, 인재의 다양성 추진, 잘못된 음주문화 퇴치, 사회적 과제 해결에 기여하는 상품·서비스의 제공, 법 준수 강화, 지역의 생활 문화 창조에 기여,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CSR 조달 추진 등을 사회책임경영 핵심 전략으로 공표했다. 이러한 전략을 사업에 연계해 접기 쉬운 종이팩을 개발하여 저탄소 사회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가고 있다. 또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제품에 접목한 ‘열기 쉬운 캔’ 등의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품 개발은 사회책임경영 과정임은 물론, 재고 및 비용 절감으로 기업의 수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야마토, 택배 1개당 10엔씩 재건활동에 기부

또한 택배회사인 야마토그룹은 대지진 이후 2011년 4월부터 택배 1개당 10엔을 수산업, 농업, 생활 기반의 재건활동에 대해 기부하는 기부금 조성을 공표했다. 올해 3월까지 1년간 기부 총액은 약 142억3600만엔으로 이는 연간 순이익의 약 40%에 해당한다. 기금 운용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담당하고, 재무성과 협상해 지정 기부금 형식으로 재해지역에 비과세로 기부되었다. 기부금 지원에 대해 주주의 이해를 얻은 점도 특별하다.

6월부터 CSR 기업침투도 측정·평가

기업뿐 아니라 CSR 평가기관도 사회책임경영 내재화를 분석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의 CSR 전문 보도매체인 <오루타나>(Alterna)는 지난 6월부터 요코하마시립대 CSR센터와 함께 ‘CSR 침투도’를 측정 및 평가하고 있다. 사회책임경영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업 경영에 반영하는 사회책임경영의 내재화도 기업의 CSR 전략만큼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평가 방법은 설문조사를 통해 직원과 조직, 전사적으로 사회책임경영이 어느 수준까지 내재화되었는지 분석한다. 그런 뒤 운영 성과와 임직원 인터뷰를 통해 사회책임경영의 내재화 여부를 판단한다. 평가에 참여하는 가게야마 마코야 요코하마시립대 CSR센터장은 “CSR 침투도 평가는 일본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활동 추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오루타나>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각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의 강점과 과제를 알 수 있으며, 해당 기업의 경영 전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일본판 책임투자원칙 발표

투자 부문에서도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2011년 10월일본 환경성은 금융기관들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를 고려한 투자 이니셔티브인 ‘지속가능한 사회 형성을 위한 금융 행동 원칙’을 공표했다. 2006년 발표된 유엔의 책임투자원칙(UN PRI)과 유사한 개념으로 일본판 책임투자원칙이라 할 수 있다. 금융기관 등 25곳이 자발적으로 기초위원회를 조직하고 약 1년간의 논의를 거친 뒤 발표했다.

사회책임경영 내재화를 위한 노력은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를 연동해 보고하는 통합보고서(Integrated Report)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 노력에서도 볼 수 있다. 현재 통합보고서는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를 통해 국제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1월 경제산업성과 금융청, 도쿄증권거래소 등이 도쿄와 오사카에서 통합보고서의 적용과 활용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국제통합보고위원회의 파일럿 프로그램(Pilot Cycle 1)에는 56개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기업·정부·시민사회 함께 변화 도모

일본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내재화의 가장 큰 동력은 기업, 정부, 시민사회 등 사회 주체들이 함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스스로 사회책임경영의 범위를 소극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지역사회와의 공생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 정부 또한 기업의 이러한 활동들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0년대에 환경회계에 대한 국가적 인프라를 구축했다. 일본 사회 각 주체들이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내재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여러 실행 방법들을 내놓고 있는 지금, 10년 뒤 일본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성과가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도쿄/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y.yang@hani.co.kr

국제표준화기구(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전세계 상품 및 용역의 국제적 기준을 표준화하여 교환을 촉진하고, 지적·기술적·경제적 활동분야의 협력 증진을 위한 조직. 2011년 현재 회원국 169곳.

ISO26000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제시한 조직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해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공정운영, 소비자, 지역사회 참여 및 개발 등 7대 핵심주제에 대한 통합적인 국제 표준. 다른 ISO 국제 표준과 달리 인증을 강제하지 않으며, 기업뿐 아니라 정부, 엔지오(NGO) 등 조직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논함. 2010년 11월1일 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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