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강대·연세대·홍익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4월18일 서울 신촌에서 신촌·홍대 대학생 주거네트워크 선포식을 열었다. 류우종 기자
|
[헤리리뷰] 사회적 경제, 어떻게 시작할까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2011년 말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세계로 번지면서 망가진 자본주의를 어떻게 고쳐야 하느냐는 고민도 깊어졌다. 해법은 엇갈린다.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 시장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으면 지금의 자본주의 위기는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과 이윤극대화와는 다른 협동과 상생을 지향하는 사회적 경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위기에 빠진 세계경제를 구할 구원투수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 사회적 경제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 것인가? 유엔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관련 정책과 제도, 정보들이 봇물을 이루지만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잘 그려지지 않고 있다. 어느 때보다 상상력의 발휘가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창업을 준비중인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도 “너무 어렵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하소연이다. ‘호혜와 연대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매력적이고 가슴 설레는 말이지만, 숱하게 회자되는 스페인의 몬드라곤처럼 100년 이상 된 ‘전설적인 사례’들만으로는 아무래도 멀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뜻있고 매력적이지만 어떻게 할지 막막
무엇보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는 그동안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실제 협동조합만 보더라도, 유기농 바른 먹거리를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포함해 나름의 역사와 규모가 이미 상당한 편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정책에 눌리고, ‘개별협동조합법’이라는 칸막이에 발목 잡혀 제대로 기지개를 켜지 못했다. 시대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이다.
한편에서는 소셜코머스, 소셜펀딩의 뒤를 이어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사회적 경제 영역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과 더불어 ‘트친’(트위트 친구), ‘페친’(페이스북 친구)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레 이들과 쌓은 신뢰와 협력을 통해 공동체가 형성됐고, 나아가 벤처붐을 타고 함께 경제활동을 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두 영역의 교차점이 바로 우리 시대 사회적 경제의 출발점이자, 적극적인 상상력 발휘가 필요한 임계점이 아닐까 싶다. 실제 두 영역에 몸담고 있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동일한 분야에서 같은 목표를 갖고 활동하는 사례가 많아 놀란다.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 또 한번 놀라곤 한다. 기존의 사회적 경제와 새로운 사회적 경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이들을 서로 잇는다면 분명 어떤 전환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민달팽이 유니온의 주거네트워크 사례
예를 들어보자. 2010년 치솟는 대학 기숙사비, 신촌지역 방값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민달팽이 유니온’이 결성됐다. 연세대 학생들이 중심이 돼 만든 이 주거협동조합 추진 모임은 민박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를 열었고, 순식간에 100명이 넘는 조합원을 모았다.
여기에는 오랜 역사와 안정적인 운영시스템을 갖춘 연세대 학내 생활협동조합이 큰 원동력이 됐다. 연세대 생협은 협동조합 설립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한편, 매년 2천만원을 출연해 민달팽이 기금을 만들어 학생 300명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면서 활동에 힘을 보탰다.
만일 여기에 더해 민달팽이 유니온이 에스엔에스를 통해, 서울시내 대학주거모임, 나아가 전세계 대학주거모임과 ‘페친’을 맺고 주거문제 대안을 함께 고민한다면 어떨까? 이를 바탕으로 공동으로 게스트하우스 임대 사업을 벌여 그 수익금으로 민달팽이 기금을 늘려 나가거나 ‘민달팽이 기숙사 건립’을 추진한다면?
실제 이런 발랄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공유경제 벤처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의 ‘에어비앤비’(airbnb·간이침대와 아침식사)이다. 처음 3개의 간이침대로 시작한 그들의 사업은 불과 5년 만에 200개 나라 사람들이 하루 100만명 이상 찾는 유망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에도 이들을 모델로 삼아 ‘코자자’ ‘돔서핑’ 등 여러 기업이 이미 활동중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현재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 다른 대학들과 함께 ‘서울시 주거네트워크’ 결성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축적한 노하우와 인프라, 새로운 시대과제에 대한 도전정신, 거기에 더해 정보통신 기술이 접목된다면 이런 상상이 그리 먼 미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늘 그렇듯,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이재흥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방콕·홍콩 사회혁신 사례 공유
제3회 아시아 엔지오(NGO) 이노베이션 서밋
|
아시아 최초의 사회혁신 네트워크 ‘아니스’의 2012년 행사가 6월13일 서울에서 열렸다. 희망제작소 제공
|
“80년 만의 최악의 방콕 홍수를 이겨내게 한 것은 정부도, 국제기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 밝힌 빛이었다.” 사회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엔지오 ‘체인지퓨전’의 창립자인 수닛 슈레스타 대표가 6월13~15일 서울 쉐라톤 디큐브시티에서 열린 ‘아시아 엔지오 이노베이션 서밋’(아니스) 아시아 사회혁신투어에서 타이 방콕의 사례를 발표하며 한 말이다.
페이스북·유튜브로 재난정보 알려
2010년 10~12월 타이는 나라의 대부분이 침수되는 심각한 재난상황에 처해 있었다. 절망에 빠진 타이에 희망의 빛을 밝히기 위해 체인지퓨전이 발벗고 나섰다. 온라인에서는 페이스북 페이지(SiamARsa)를 만들어 1만5000명이 ‘좋아요’를 눌러 소식을 공유했다. 유튜브에 재난대처 방법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올려 조회수가 200만건을 넘었다. 이러한 활동이 기반이 되어 10만명 이상이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청년들은 하루에 1만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오프라인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팀을 이뤄 감전사를 예방할 수 있는 오리 모양의 간이 누전감지기구 ‘플러덕’(Floodduck)을 개발해 수천개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이 기간에 슈레스타 대표는 공개형 재난정보관리 시스템을 신속하게 만들어 배포했다. 구글지도를 통해 날씨나 재난지역 등을 타이 상황에 맞게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이 시스템으로 타이 홍수구호센터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슈레스타 대표는 “시민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발적인 혁신 아이디어와 활동들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회혁신 네트워킹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시재생을 둘러싼 홍콩의 사회혁신 제안 사례도 소개됐다. 홍콩 창의학교 창립자이자, 청년을 위한 사회혁신 플랫폼 ‘매드’(MAD·
make a difference)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다 왕 대표가 발표에 나섰다.
재개발대상 건물을 박물관으로 전환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건물 블루하우스가 있는 완차이는 대표적인 재개발 대상 지역이다. 외벽이 푸른색으로 칠해져 블루하우스로 불리는 이 건물은 동서양 건축양식이 섞여 있고 70년 이상의 역사를 품고 있다. 주민들이 여전히 살고 있고, 이들 중 몇몇은 부엌을 같이 쓰고 있다. 수세식 화장실이 없어 아직도 ‘타오예헝’(매일 밤 배설물을 치워주는 서비스)을 한다.
블루하우스를 철거하는 대신 건물의 기능을 바꿔 보존하기 위해 엔지오 세인트제임스협회가 제안서를 내놓았다. 블루하우스를 주거공간에서 박물관으로 기능을 바꾸는 것이다. 박물관에는 지역의 문화,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오래된 물건 400여점을 주민들한테서 기증받아 전시한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주민들이 직접 기증품에 대해 설명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완차이 지역의 다른 문화 관광지에 대해서도 관광객에게 소개하는 노릇을 한다. 세월의 더께를 그대로 살리고, 지역의 옛 건물이 주민들과 함께 되살아나는 셈이다.
올해로 3번째 열린 아니스는 사회혁신적 관점에서 아시아 엔지오 리더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시아 최초의 사회혁신네트워크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에서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활발하게 정보를 나누는 자리이다. 올해 대회부터는 세계 4000여개 단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사회혁신 네트워크 ‘식스’(SIX·social innovation exchange)와 미국의 록펠러재단이 파트너로 참여해 국제적으로 폭넓게 성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부소장
hslee@hani.co.kr
|
‘사회적 경제’ 현장에선 지금 지역별 협동조합 교육 프로그램 활발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시민사회, 풀뿌리 영역에서의 준비가 활발하다. 우선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 확산 및 기본법 이후의 전망을 모색하기 위한 여러 교육프로그램 및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는 일찍이 ‘협동조합 기본 안내서’를 통해 기본법의 취지를 쉽게 설명하는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매달 집단상담과 기초 교육과정을 열어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 확산 작업을 진행한다.
이밖에 사단법인 마을이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을 접목하여 6월 동안 3주에 걸쳐 협동조합 시민교육을 진행했고, ‘인드라망’에서는 ‘협동의 삶이 대안이다’라는 주제로 지난 6월12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마을학교를 진행하는 등 지역별로 강좌가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자체들도 지역의 건강한 협동조합 설립 및 지원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최근 성북구와 중랑구가 구민들을 대상으로 각각 ‘성북협동조합 마을학교’와 ‘협동조합 교육’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성남시가 7월부터 협동조합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공동체 기반 공유경제 실험 확산
‘공유’의 개념이 기존의 소비중심 경제생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공유하고 함께 사용한다는 뜻으로, 흔히 ‘공유경제, 공유소비, 협력적 소비’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의 신뢰와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공유경제를 실천하는 다양한 실험들이 벌어지고 있다. ‘함께 일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코업(대표 양석원)이 중심이 되어 공유경제가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새로운 공유의 문화를 확산하고 이를 우리 생활과 접목하는 프로젝트들이 진행중이다. 사용하지 않는 개인 물품을 빌려주고 빌려 쓸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원더랜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모두가 함께 만드는 도서관을 표방하는 ‘국민도서관 책꽂이’, 입지 않는 양복을 기증하고 대여하는 ‘열린옷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영국의 사회혁신 기관들은 이미 커뮤니티나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프로젝트, 단체들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지원하고 있다. ‘책 나눔’부터 개인의 재능과 시간을 나누고 공유하는 ‘타임뱅크’까지 분야와 방법도 넓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협력적 소비 허브’(Collaborative Consumption HUB)를 중심으로 정보가 모이고 전파되는 등 여러 시도들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홈스테이 네트워크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는 1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집카(zipcar)는 나스닥에 상장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아영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
|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