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7.03 11:19 수정 : 2012.07.03 11:19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최한 2012 CSR 워크숍이 지난 5월21일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렸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제공

사회책임경영(CSR)과 공유가치창조(CSV)

이윤기의 <갈매기>라는 소설에는 갈매기를 잡는 방법이 나온다. 항심(恒心)만 가진 소년에게 갈매기는 머리와 어깨에만 날아왔고, 기심(機心)만 가진 소년에게 그 갈매기는 높은 허공을 맴돌았다. CSR(사회책임경영)도 마찬가지다. 항심만으로는 그 성과를 보장할 수 없고, 기심만으로는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항심과 기심, 이 두 마음의 공존과 균형이 동반되어야 비로소 목표했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 CSR이다.

최근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킨 새로운 CSR개념을 내놓은 이가 있어 화제다. 바로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인공이다. 20011년 초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를 통해 발표한 ‘공유가치창조’(CSV: Creating Shared Value)가 발단이 됐다.

CSV는 특히 한국 기업들로부터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2011년 포터 교수가 한국을 방문한 이후, CSV 바람은 좀더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은 과거 수행해 오던 CSR 프로그램을 CSV 관점에서 재검토하는가 하면, 또다른 기업은 CSV라는 용어를 최대한 활용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포터 교수 소개 뒤 국내 기업 빠른 확산

그렇다면 CSV가 대체 뭐기에 이처럼 빠른 속도로 국내 기업 전반에 확산되는 걸까?

CSV는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사회·환경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활동을 말한다.

포터 교수는 이를 위해 기업은 사회적 가치와 연결된 기업 가치사슬을 재정의하는 한편,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의 지속가능성 기반 강화를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정 기술과 제품을 제공해 사회 수요 충족과 신시장 개척을 이뤄낸 보다폰과 네슬레, 제너럴일렉트릭(GE)의 친환경 사업인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등을 CSV의 대표적인 사례로 내세운다.

책임보다 공유가치로 기업친화적 성격

이런 점에서 포터 교수의 CSV는 분명 기업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CSV는 CSR보다는 확실히 기업친화적이다. 책임보다는 공유가치라는 용어가 경영자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업의 가치사슬 안에서 이루어낼 수 있다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수익 극대화와 사회적 가치 창출 사이에서 고민하던 경영자들의 시름을 덜어준 셈이다.

지난 5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최한 CSV 관련 토론 자리에 참석한 포스코경영연구소 안윤기 실장도 CSV가 갖고 있는 이러한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CSR을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연계해 설명하는 CSV는 새로운 질적 성장의 시대에 산업계가 택할 수 있는 전략적 CSR의 접근 방법”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자원의 효율적 사용 측면에서 바람직한 CSR 활동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중심 사고 매몰돼 노동·인권 외면

일부 CSR 전문가들은 CSV가 무비판적으로 한국 사회에 그리고 기업에 수용되면서 나타나는 부정적 측면에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나치게 수익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CSV의 한계를 지적한다. CSV는 CSR의 주요 이슈지만 기업의 가치사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거버넌스나 노동, 인권 등의 이슈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기업의 생산성과 상관관계가 없거나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CSR 전문가인 레네 슈미트페터 박사는 “기업들은 시장 밖에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타인에 대한 공감이 바탕이 되지 않은 CSV 역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로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CSV에 대한 또다른 비판은 CSV가 CSR의 주체를 이해관계자가 아닌 기업으로 규정하는 점을 지적한다. CSR의 본질은 이해관계자 이슈를 기업들이 관리하고 대처하는 것에서 비롯되는데, CSV는 여전히 기업 중심 사고에 매몰되어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CSR과 CSV의 관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먼저 포터 교수는 사회공헌활동(Philanthropy)에서 CSR, 그리고 CSV라는 도식을 제시했다.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면 독자나 청중의 오해든 CSR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CSV를 소개했다. 하지만 앞서 CSV 개념이 갖고 있는 장점과 한계에 비춰볼 때, CSV와 CSR은 상충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관계로 해석하는 편이 옳다. 한겨레경제연구소 서재교 선임연구원의 주장처럼 CSR이 기업 경영 전반에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자 정책이라면, CSV는 이를 실현시켜 줄 비즈니스의 전략적 도구로서 유용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