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신금산 제공
|
[헤리리뷰] Special Report
현장교사 좌담 / 청소년 경제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경제의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은 경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한겨레경제연구소는 6월18일 초·중·고 교사 4명을 한자리에 모아 청소년의 경제인식, 경제교육 등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살펴보는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 아이들의 경제인식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말씀을 듣고 싶다.
배성호(이하 배) 저는 아이들과 생활 속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번은 골목상권에 대형마트가 진출하는 것을 토론해 봤다. 우리 학교가 있는 지역에는 가게를 하며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아이들은 오히려 대형마트를 선호하며 대단히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0년에 서울지역 6학년 초등학생 300여명에게 “노동자는 ( )다”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결과를 보고 매우 당황했다. 80%가 넘는 학생들이 노동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노동자는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고 버리면 쓸 수 없는 존재라 일회용이라든가, 노동자는 시키는 대로 일해야 하니까 하인이라는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부모는 노동자인데 자녀 시각은 자본가
이금자(이하 이) 아이들에게 경제를 가르치면서 늘 느끼는 것은 아이들의 경제인식에는 학교보다는 가정, 특히 부모의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부모가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경제를 설명하느냐에 따라 아이들도 보수적이 되거나 진보적이 된다. 아이들은 평소에 자기가 들었던 이야기를 반복한다. 우리 학교의 많은 아이들의 부모는 노동자인데, 아이들의 입장이나 관심은 자본가에게 있음을 확실하게 느낀다. 노사 갈등과 관련해 상생하는 노사관계에 대한 토론을 시켜 보면, ‘노동자들이 월급을 자꾸 올려달라고 주장하면 기업은 어떻게 살아’라든지, ‘파업하면 기업도 망하고 나라도 망한다’는 대답이 많다. 그래서 “너희 부모님에게 무엇이 도움이 될까”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대답을 분명하게 하지 못한다. 자신의 부모 직업을 구체적으로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천희완(이하 천) 고등학생들에게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하면서 돈을 적게 버는 것’과 ‘도덕적으로 옳지 않지만 돈을 많이 받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이 좋은가 하고 물어보면 60~70%는 도덕적으로 옳지 않아도 돈 많이 버는 게 낫다고 응답한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돈 버는 데 관심이 많다. 직업도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버는가를 기준으로 관심을 갖는다.
교과서 담긴 지식 지나치게 많고 추상적
사회 현재 학교에서 경제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배 초등학교에서는 사회를 가장 어려워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 많은 지식이 교과서에 담겨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아이들 생활 속의 이야기가 교과서에 녹아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어른들이 보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현재 초등 경제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다. 초등에서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하는데 똑같은 틀에 맞추려 한다. 얼마 전 학급 아이들에게 ‘부모님 손발 씻어드리고 소감문 써오기’ 숙제를 내줬더니 아이들이 달라졌다. 부모 손만 잡아 보면 아이들도 부모가 힘든 일 하는 것을 느끼며 경제를 너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중학생들의 사회 과목에 대한 기초지식 수준은 굉장히 낮다. 사회는 중학교에 오는 순간 가장 무서운 과목이 되어버린다. 무엇보다 배워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 학부모 총회를 하면 사회 과목이 너무 어려워 아이들이 공부하기 힘들다고 엄마들이 난리다.
그런데 사회 과목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사나 정치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2~3단원의 적은 분량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경제지식을 쏟아내 놓으니 아이들이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
사진 신금산 제공
|
천 고등부에서는 학교도 학생도 경제교육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특히 내년부터 수능 사회탐구영역에서 2과목만 선택하면 된다. 수능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할 의향이 있는 학생들 빼고 나머지는 거의 내팽개친다. 얼마 전까지 고1에서 가르쳤던 사회에선 10%가량이 경제였다. 그나마 그 전에는 기본적인 경제 개념 이해, 세계화의 장단점 등 이슈가 되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가르쳤다. 이마저도 지식, 개념, 학문 중심이다 보니 학생들의 생활과 동떨어져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신성호(이하 신) 고등학교 창의체험활동 시간에 진로교육을 한다. 직업인을 초청해 강의를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강사는 소위 잘나가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다. 평범한 아이들이 가지기 어려운 직업들이다. 이보다 부모님의 직업을 체험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실제 겪어보고 글로 써, 발표해 보면 다양한 직업에 대해서 알 수 있고, 직업의 소중함, 자부심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끝으로 경제교육이 균형 있게 이뤄지기 위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을 말씀해 달라.
배 교과서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교과서에 어떤 것들이 담겨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의 균형을 맞췄으면 한다. 교과서를 보는 친구들은 미래 우리 사회를 이끌 아이들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경제교육을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불량식품을 먹이는 것과 같다. 현재 경제교육은 지나치게 경쟁중심적이다. 6학년 경제 단원에 ‘경쟁’이란 단어가 무려 38번 나온다. 경쟁의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함께 아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초등 경제교육에서는 무엇보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 주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 바자회나 시장놀이 등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상상력을 갖고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도 알려줬으면 한다.
이 중학교에서의 경제교육은 실생활에서 필요한 기초개념을 분명하게 알고 생활에서 그것이 활용되는 내면화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희소성과 기회비용을 배울 때 자기의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해본다든가, 신용을 배울 때 건강한 소비생활을 위해서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생활화해야 한다든가,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 비정규직의 실태에 대한 내용을 알고 그들의 권리에 대한 판단의 기준을 갖는다든지 하는 배움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이 이뤄지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은 초등과 마찬가지로 교과서의 균형이다.
어렸을 땐 체험 통해 알아가는 교육 중요
신 경제교육 체계를 고쳐야 한다. 고등 경제 교과서를 보면 경제학 원론의 축소판이다. 초중등 관련 교과 내용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초등에서는 직접 경험을 통해 경제공부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아나바다운동에 스스로 참여한다든지, 부모님 직업을 체험한다든지 하는 경험 교육이 중요하다. 체험을 통해서 노동의 소중함을 느끼고 경제의 기본을 알게 된다. 중학교에서 기초적인 경제지식을 배워야 한다. 게임수업을 통해 지식을 익히게 하고 신문을 읽고 발표하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도록 해야 한다. 직업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진로는 중학교 때 결정한다. 고등학교 가면 쟁점 중심으로 수업을 했으면 한다. 또한 직업체험을 하면서 장래를 준비하는 것도 경제교육의 또다른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사회·정리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부소장
hslee@hani.co.kr
|
교육과정 개정 체제 개선되어야
좌담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교육과정 개정 체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마음대로 고칠 수 있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10여차례 개정되었다. 국가 또는 주 교육과정 개정 체제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교육과정 발의 주체가 교육부 장관이더라도 대부분은 총론을 고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교육부 장관이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체제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또한 교사들은 몇 해 전부터 교육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는 교사, 교육연구 전문단체, 학회, 시민단체, 경제계 단체, 소비자단체, 노동단체 등이 참여하는 교육과정을 위한 범국민적 교육합의기관의 성격을 띤다. 2011년 6개 지역 진보적 시도교육감들이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신설해 교육과정 구성권을 교육주체에 돌려줄 것을 요구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