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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과 상생의 경제로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생활 속에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인천평화의료생협 활동 모습(왼쪽 사진)과 세종대 생협 매장 모습. 인천평화의료생협 제공, 김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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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HERI 협동조합
미리 보는 청년협동조합 콘퍼런스
오는 7월6~7일 청년들에게 협동조합을 알리고 그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2012년 청년 협동조합 콘퍼런스’(coopy.kr)가 성공회대에서 열린다. 이번 콘퍼런스는 성공회대에서 경영학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이다. 협동조합이 생활 속에 있고 청년들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실제 10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 의료, 소비자, 대학 생협의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여한다. 또한 협동조합은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어느 분야에서든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새로운 협동조합인 자립음악생산조합과 주택협동조합도 다룬다. 이들 내용 가운데 일부분을 미리 소개한다.
주민 참여로 예방중심 의료 실현
의료생협이 한국에 처음 만들어진 것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생기기도 훨씬 전인 1994년이다. 치료 중심, 진료실 중심의 한국 보건의료를 넘어서고자 예방과 지역사회, 주민참여를 강조하는 의료생협을 주민과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합원이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고, 경영이 투명하게 공개되며 취약계층을 위한 방문진료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의료생협 조합원들은 지역주민과 함께 ‘시민건강실천단’을 조직해 금연, 절주, 운동, 식습관 개선 등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솔선해야 할 일을 정하고, 서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해 주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각종 건강소모임을 만들어 즐겁게 건강을 유지·증진시켜 나간다. 믿을 수 있는 병원도 만들어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도 제공한다.
의료생협이 성장해 이제 겨우 일차의료의 본모습을 찾기 위한 성과들이 나타날 즈음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바로 ‘유사 의료생협’의 출현으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가지지 않은 그룹들이 ‘무늬만 의료생협’인 의료기관들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최근 200개가 넘는 의료생협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상당수가 유사 의료생협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런 의료생협과 구분해 ‘주민참여형 의료생협’은 의료인과 환자의 신뢰, 병원을 통한 지역주민과의 소통, 믿을 수 있는 병원 등의 해법을 찾고자 전국 15개 의료생협이 한국의료생협연합회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생협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우리나라 의료의 올바른 모습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하며 답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원숙 인천평화의료생협 사무국장
협력과 혁신으로 지속 발전 견인
구로소비자생활협동조합 (구로생협)은 2001년 조합원 4명으로 시작해 2012년 조합원 1321명으로 성장하고 발전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성장 발전한 힘은 무엇일까? 첫째는 ‘협동의 힘’이다. 구로생협은 협동조합 7대 원칙을 준수한 민주적 운영, 활동가들의 열정과 헌신, 조합원의 참여로 발전해 왔다. 마을모임, 마을지기회의, 위원회, 이사회, 총회 등 중층적인 조직체계로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고 있다. 또한 소식지, 마을모임 안건지, 홈페이지 공지 등으로 정보를 일상적으로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해 왔다.
둘째는 협동조합연합체의 지원이다. 구로생협이 10여명일 때 물품공급을 하고 그 이후 10여년 동안 경제적 사업체로서 유지 가능했던 것은 지역조합의 연합조직인 아이쿱생협의 물류집중과 교육·조직활동 지원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과 경쟁하면서 사업체로서의 안정성과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사회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선 경영혁신과 정책 수립, 교육·조직·홍보 등 여러 방면에서 전문적 자원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조합원 외 생산자, 직원의 공생그룹의 힘이다. 생협은 물품대안운동이기도 하다. 그리고 생산자의 품질개선 노력과 관리체계 강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해와 협력, 직원들의 전문적인 정책생산 능력 등이 어우러진 것이다. 이는 생협의 전망에 대한 확신, 조합원 욕구 충족과 사업화, 양적인 확대와 발전으로 귀결된다. 즉 협동조합의 이상은 현실적으로 제반 요소들이 뒷받침될 때 이뤄질 수 있다.
마지막은 조합원들의 지속적인 자기혁신이다. 협동조합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1세대는 3세대를 염두에 둔 교육, 고객이 아닌 조합원으로서 정체성을 강화시켜 오고 있다.
이미연 구로아이쿱소비자생협
경험·지식 쌓으며 생활요구 충족
대학생활협동조합(대학생협)은 대학 구성원의 이해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다. 대학생들이 필요한 것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단을 제공받고 학습을 위해 필요한 문구와 교재, 간식과 음료 등을 좀더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생활을 통해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는 것이다. 이미연
대학생협은 구성원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고, 이익창출보다 구성원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것을 더욱 중요한 가치로 삼을 수 있다.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기업은 구성원들의 소비에만 관심이 있을 뿐, 대학 구성원의 다양한 생활요구들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실례로 5월29일치 세종대 학보를 보면, 생협이 아닌 사기업을 통해 운영되는 세종대 구내식당은 저가의 중국산 식재료나 미국산 식재료를 사용하고 심지어는 원산지 표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유명 편의점 체인은 생협 매장보다 평균 15% 이상 비싸게 팔고 있다.
세종대 생협은 도서관의 사물함이나 무료 휴대전화 충전, 택배 대리수령, 팩스 수발신, 무료 물품대여 등 학내 구성원을 위한 일상적인 생활지원사업과 각종 세미나와 워크숍, 농활 등의 교육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심지어 세종대 생협은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인증관리까지 하고 있다.
현재 세종대 생협은 대학으로부터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학 내 협동조합이 학생들을 위한 사업으로 존재를 증명하기보다, 돈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존재를 증명해야 대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역설이 바로 대학생협이 처한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만큼 대학생협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더 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이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문효규 세종대 대학생협 이사장
연대로 상생·독립 창작환경 구축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음악가들의 연대와 연합으로 스스로 자신들의 음악 창작활동과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2009년 12월 문을 열었다. 자립 음악가들의 조합은 자신들의 음악적 자립을 위한 생산자조합으로 출발하지만, 그들만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하지 않는다. “경쟁이 아닌 상생으로, 분열이 아닌 연대로, 의존이 아닌 자립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이들은 지역, 생활, 민중의 가치를 지향한다.
자립음악 생산자로서 이들이 추구하는 실천은 △기본권으로서의 음악권(자유로운 음악권을 침해하는 모든 압력에서 해방) △음악가들의 노동권(음악가가 고용되었을 때 정당한 처우를 받을 권리를 뜻하며, 조합 주최 공연 때 공연자에게 1인당 최저 1만원씩 급여를 지급) △조합원들의 생활권(조합은 조합원들의 생활권을 지원하기 위함과 동시에 열정의 착취구조를 지양하기 위해 모든 수익금의 3분의 1을 인건비로 지출)을 추구한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상호 연합을 통해서 음악창작의 자립을 선언했지만, 문화적 어소시에이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참여하는 밴드의 수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자립음악생산조합에는 ‘회기동단편선’ 등 10여 팀이 밴드의 형태로 조합에 참여하고 있지만, 더 많은 자립음악 밴드의 참여로 지속가능한 독립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생산자 조합이지만, 그 생산자들을 음악적으로 향유하는 소비자 연합과의 연계 없이는 자립이 어렵다. 마지막으로 자립음악생산조합이 새로운 문화적 어소시에이션으로 현실 사회운동과 문화운동의 현장에서 어떤 실천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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