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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25 13:43 수정 : 2012.09.25 13:49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빈을 말리고 있는 가나 쿠아파 코쿠 여성 조합원들 모습. 영국 공정무역재단 제공

[HERI Network]

아름다운가게가 공정무역을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이다. 짧은 기간 한국의 공정무역이 경이로운 성장을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공정무역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도 공정무역 사업에 참여한다고 하니 일부 소비자들은 ‘공정무역도 일종의 마케팅 아니냐’고 의심한다. 공정무역은 과연 저개발국의 농민들을 위한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혜택 골고루 분배…공동체 발전 밑거름

공정무역운동은 근본적으로 빈민운동이며 농민운동이다. 따라서 물질적인 지원 못지않게 지역공동체의 변화가 중요한 목표이다. 공정무역이 단순한 ‘비즈니스’가 되지 않으려면 생산자 조직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협동조합이다.

민주적 협동조합은 공정무역의 혜택이 지역 유지나 토호세력 등에 독점되지 않고 조합원들에게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한다. 품질 관리와 재배 기술이 전파돼 지역공동체가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거점이 되기도 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협동조합을 통해 생산자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농업 노동자가 될 수 있다. 전통사회에서 소외됐던 여성이나 소수 부족도 조합원으로 평등한 참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협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은 힘없는 영세농이 아니라 자신의 생산물에 자부심을 느끼는 농부인 것이다.

가장 모범적인 공정무역 생산지 사례로 꼽히는 ‘쿠아파 코쿠’는 공정무역 운동에서 협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준다. 쿠아파 코쿠 협동조합은 1990년대 초에 탄생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독점적 국영기업의 폐해를 시정한다”며 저개발국에 구조조정을 강요하던 시기였다. 가나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고, 결국 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민간기업들에 국영기업 ‘코코아 보드’의 카카오 수매·수출권을 넘겼다. 민간기업들의 횡포가 더 심해지면서 영세농들의 입지는 더욱 악화되었다.

모범적 결합 사례 꼽히는 ‘쿠아파 코쿠’

당시 영국의 공정무역단체 ‘트윈’과 네덜란드 국제개발단체 ‘에스엔브이’ 등 몇몇 단체들은 협업을 통해 200여 농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수출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때 중요한 구실을 한 것이 ‘코옵 칼리지’, 즉 영국의 협동조합연구소이다. 코옵 칼리지는 농민들에게 협동조합 운영의 기본 정신뿐 아니라, 실질적인 운영 방법론을 교육했다.

오늘날 쿠아파 코쿠 조합원은 5만명에 이른다. 협동조합의 주인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뿐 아니라, 초콜릿 회사의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권리를 행사한다. 이제는 이웃나라 시에라리온에 공정무역 협동조합의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자원과 방법을 제공하기도 한다.

공정무역의 꿈은 저개발국 생산자들을 변화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모든 영역에서 연대와 호혜, 그리고 공정함이 경제의 기본 원리가 되는 날을 꿈꾸는 것이다. 그래서 공정무역은 저개발국 농민들을 협동조합으로 조직하고 장기적 발전 기반을 마련한다.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선진국 소비자들과 생산자들이 더불어 공동체를 이루게 한다.

협동조합운동을 만났을 때 공정무역은 단순한 자선이나 원조가 아닌 사회변혁운동이 될 수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탐욕과 이윤 추구가 아니라 연대와 지속가능성을 원동력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의 탄생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김진환 아름다운가게 공정무역사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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