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25 15:12
수정 : 2012.09.25 15:12
[헤리리뷰]
쟁쟁한 기업들 울린 ‘네거티브 스크리닝’
한·중·일 3개국의 사회책임경영 우수 기업을 선정하는 ‘동아시아 30’이 올해로 3번째 평가를 진행했다. ‘동아시아 30’ 평가는 기업들의 공시 자료와 언론 보도 및 누리집(홈페이지) 등의 공개자료, 정부 및 기관의 발표자료 등을 통해 종합적이고 다각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올해는 한·중·일 각국의 사무국 체제로 전환하면서 나라별 고유의 맥락을 반영하는 정성 평가가 강화되었다. ‘동아시아 30’의 국가별 평가인 ‘한국 CSR 30’도 한국 전문가위원회의 치밀하고 엄정한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통해 최종 결과가 도출되었다.
‘동아시아 30’의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일차적으로 공개자료를 통해 정량 평가를 마친 기업들에 대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비재무적 사건, 사고를 분석하여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사법 당국으로부터 유죄가 확정된 경우 △정부 기관으로부터 벌금 혹은 과징금, 제재를 받은 경우 △기업 운영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난 경우 등의 기준을 중심으로 사안별 세부적 정성 평가가 이루어진다.
통신·건설부문은 짬짜미 물의로 제외
올해 평가의 네거티브 스크리닝 분석 기간은 2011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로, 세가지 특징을 보였다. 첫째,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통해 총 26개 기업만이 남게 되었다. ‘한국 CSR 30’에는 사회책임경영 성과가 우수한 국내 기업 30곳이 선정되는데, 강화된 기준과 심사를 통해 자격이 미달하는 기업들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둘째, 통신과 건설 부문이 짬짜미(담합) 등의 이슈로 모두 배제되었다. 올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에 대해 휴대폰 보조금 지급 관행을 소비자 기만행위로 규정하여 450여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전문가위원회에서는 통신산업의 고질적인 가격 부풀리기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대형 통신사 두 곳을 ‘한국 CSR 30’에서 배제하였다. 건설부문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협의체를 구성하여 지분 배분 등을 사전 모의했다는 공정거래위의 담합 판정을 반영해 건설사 한 곳을 배제하였다.
셋째, 컴플라이언스(법령 등의 준수)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자회사 리스크도 포함하였다. 자회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해 내부 거래를 했다는 법원 판결을 받은 제조업체 한곳을 편입에서 뺐다. 또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금융사 한 곳도 편입에서 제외했다. 이 금융사는 2009년 건설사 자금횡령에 대한 관리책임을 다하지 못해 감봉·견책·주의 등의 징계를 받았다.
체계 갖췄어도 사건·사고 발생 땐 탈락
2012년 ‘동아시아 30’과 ‘한국 CSR 30’은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통해 균형적 평가를 지향하며 한국 사회의 규범과 윤리에 맞는 사회책임경영 우수 기업을 선정하였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에 의해 제외된 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시스템 및 체계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추고 있으나 이를 운영하는 과정의 사건, 사고로 인해 배제된 것이다.
기업들의 사건·사고는 부정적 사안이지만 이를 처리하고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 더 나은 사회책임경영 시스템을 갖출 수도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30’ 평가에서는 부정적 사안으로 배제된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해당 사건에 대한 사후 처리 방법 등을 추적하고 있으며 이를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한편 한국 사회책임경영전문가위원회에서는 평가의 발전을 위해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포함한 정성 평가의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사회 각계에서 우수한 사회책임경영 성과를 내는 기업을 추천받아 심사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이 논의중에 있다. 또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가 정량 평가 결과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나, 실제 운영되는 과정이나 이사회의 독립성을 측정하는 스크리닝 기준이 필요해 이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네거티브 스크리닝의 3가지 대기준 외에 시민사회나 언론 등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잠재적 위험요소의 강도와 해당 위험요소를 처리하는 방식을 조사해 평가에 반영하려 한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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