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25 15:17
수정 : 2012.09.25 15:17
[헤리리뷰]
‘2012 한국 CSR 30’ 선정 결과 분석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의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전문가위원회’는 매년 한·중·일 대표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그중 우수기업을 추려 ‘동아시아 30’(East Asia 30)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는 ‘동아시아 30’ 평가는 작년 평가 모델을 동일하게 적용하되 최종 편입기업 확정을 위한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을 위원회별로 독립적으로 운영해 각국의 사회·문화적 특징이 평가 결과에 반영되도록 했다.
지난 9월4일 ‘한국 사회책임경영전문가위원회’는 세 나라 중 가장 먼저 네거티브 스크리닝 회의를 열고 ‘2012 동아시아 30’ 편입을 위한 예비군이라 볼 수 있는 ‘2012 한국 CSR 30(Korea CSR 30)’을 확정했다. 중국·일본 사회책임경영전문가위원회도 9월 말까지 각국의 우수기업 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세 나라의 우수기업을 모두 모아놓고 3개국에서 가장 사회책임경영 성과가 뛰어난 ‘2012 동아시아 30’ 리스트를 결정하게 된다. 결과는 10월16~17일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리는 ‘2012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지난 4일 결정된 ‘2012 한국 CSR 30’에 속한 기업들을 살펴봤다. 평가 대상은 영국 ‘에프티에스이 전세계지수’(FTSE ALL World Index)와 미국 ‘포천 글로벌 500’(Fortune Global 500)에 포함된 116곳이다. 이 가운데 2012년 6월30일까지 사회책임경영 성과를 발표한 59곳이 최종 평가대상 기업이 되었다.
순위 들어도 일정 수준 못미치면 제외
평가 결과 에스케이하이닉스, 삼성에스디아이, 삼성전기, 포스코, 기아차 등 26곳이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지금까지 정량·정성 평가 후 상위 30개 기업을 차례로 ‘한국 CSR 30’에 편입시켜왔던 과거의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전문가위원들이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해야만 우수기업군에 들어갈 수 있도록 편입 기준을 강화시켰다. 그 결과 편입기업 수가 지난해보다 4곳이 줄었다. 작년에 편입되었던 케이티앤지, 한화케미칼, 에스티엑스조선해양은 정량평가 결과가 50점 미만을 받아 올해는 제외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요금 짬짜미(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통신사 2곳과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으로 지적을 받았던 건설사 2곳 역시 제외되었다. 또한 지난해에 네거티브 스크리닝 과정에서 탈락한 현대차, 두산인프라코어는 재검토 결과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개선한 것으로 밝혀져 재편입했다.
‘2012 한국 CSR 30’에 속한 26곳 중 17곳이 3년 연속 우수기업으로 편입된 기업들이었다. 기업이 사회책임경영 체계를 제대로 구축해 놓으면 그 성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걸 보여준다.
환경·사회·거버넌스 점수 골고루 상승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008년부터 사회책임경영 성과와 향후 계획을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꾸준히 내면서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하이닉스 협의회’를 통해 협력회사까지 사회책임경영 실천의 범위를 확대시키고 있다. 그 결과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010 한국 CSR 30’에 편입되었고, 2011년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2011 동아시아 30’에 속하면서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올해 역시 한·중·일 세 나라 기업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2012 동아시아 30’의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사회책임경영 수준을 높여가고 있는 모범사례로 볼 수 있다.
2010년 케이비금융그룹은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토대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개선, 다양한 위험과 기회요인 포착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여 지속가능경영 비전과 전략을 재정립 했다. 이후 2011~2012년 ‘한국 CSR 30’에 편입되었다. 올해는 금융업에서 소홀하기 쉬운 환경부문에서 제조업과 나란히 환경우수 5대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2012 한국 CSR 30’에 편입된 기업의 업종별 특성을 살펴보면 케이비금융그룹, 디지비금융지주, 동부화재 등 금융기관 3곳과 대한항공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조업이었다. 평가 대상 기업 59곳 중 19곳(30%)이 비제조업이다. 이는 사회책임경영을 이행하고 그 성과를 보고하는 비제조업에 속한 기업 19곳 중 4곳만이 사회책임경영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금융기관 내에서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기관들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발간하고 있으나 성과 창출과 보고 측면에서는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음을 시사한다.
제조업 쏠림 벗어나 전 분야 확산돼야
‘2012 한국 CSR 30’의 부문별 점수를 전년과 비교해 보면 그 수준이 소폭 상승했다. 거버넌스 영역이 전년보다 5점이 올라 61.7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환경과 사회는 3점이 올라 각각 59.8점과 55.4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동일하게 세 부문 중 사회부문의 평가 결과가 여전히 취약했다. 이는 사회부문을 평가하는 8개 세부지표 중 상대적으로 가중치가 높은 ‘노동 이슈’ 지표와 ‘일자리 창출 및 보장’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었다. 일자리 창출 및 보장은 비정규직 비율, 전년 대비 유기적 고용창출률 등과 같은 항목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노동 이슈는 노조가입률, 단체협약 적용 직원 비율 등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이 도입되고 그 성과를 보고하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수준은 ‘동아시아 30’ 평가 모델이 제시한 요구사항의 절반 정도만 충족시키고 있다. 그리고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이 제조업 중심으로 몰리고 있는 현상도 눈여겨봐야 한다. 사회책임경영은 어느 한 산업, 혹은 어느 한 부문에 한정해서 이행해야 할 사항이 아니다. 모든 기업들은 거버넌스, 환경, 사회적 이슈가 기업에 가져다주는 위기와 기회 요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경영활동에 접목해야 한다.
사회책임경영이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오해와 사업과 연관성이 많은 부문을 우선적으로 이행하는 국내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편식이 사라질 때 한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수준이 진일보할 것이다.
한국 전문가위원회는 한국 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내년 ‘한국 CSR 30’에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존경받는 기업들이 편입되길 기대하고 있다.
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realmirr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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