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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31 15:47 수정 : 2012.12.31 15:48

사회적기업인 리드릭은 원료 중 40% 이상을 국산 폐지를 사용해 복사지를 만든다. 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중증장애인 생산품 시설’ 인증을 받았고, 친환경 마크도 획득하는 등 질 좋은 제품을 착한 방식으로 생산해 공공기관 등에 납품한다. 리드릭 제공

[헤리리뷰] 사회책임조달에 적용하는 평가틀

브라질 상파울루 지방교육청은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해마다 450여만명의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학용품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청은 2010년 유엔환경계획(UNEP) 권고에 따라 그 가운데 공책을 폐지 재활용품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교육청은 그해에만 고등학생용 재활용 노트 약 2400만달러어치와 중학생용 재활용 노트 2600만달러어치를 구매했다.

그런데 재활용품을 사용한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폐지 수집이 활발해지면서 상파울루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쓰레기 양이 20% 정도나 줄었다. 쓰레기 소각이나 매립에 따른 수질오염이나 토양오염도 줄었다. 또한 폐지 수집이 돈 버는 일이 되면서 지역의 취약계층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실제로 현재 브라질 전체에서 폐지를 모아 생계를 이어가는 인구는 모두 14만여명에 이른다.

최저가 구매하려다 영세상인 원성

이처럼 공공기관이 예산을 활용해 물품을 구매하는 조달은 그 방법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경적 파급효과를 낳게 된다. 지역의 취약계층을 돕되 환경도 보전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사회적 책임 조달 방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조달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책임조달이 항상 좋은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한 공공기관은 취약계층에게 무상으로 지급할 물품을 ‘최저가격’으로 구매하려다 영세 상인들의 원성을 샀다.

2008년 이후 지자체에서 앞다퉈 통과시켰던 ‘사회적기업 판로 지원에 관한 조례안’ 역시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다. 이는 좋은 의도를 갖고 사회책임조달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도구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공고에서부터 선정까지 체계화를

그럼 공공기관이 사회책임조달을 제대로 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하는 도구로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보다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평가의 틀이 있어야 한다. 사회책임조달은 경제적 성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은 사회적 가치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명확하고 구체적인 평가체계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평가체계는 입찰공고에서부터 낙찰업체 선정에 이르기까지 조달의 전 과정을 아울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좋은 평가의 틀은 입찰업체가 평소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고, 입찰하고자 하는 사업 목적에도 잘 부합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수학여행 여행사’를 선정할 때는 지역의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 지역 내 자원 사용 등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가 사회적 책임 구매의 주요 평가항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입찰업체가 갖고 있는 비전과 미션, 객관적인 실적 보고 등을 참고해 평가할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시켜 진행

좋은 평가의 틀은 아울러 지속가능경영의 개념을 적용해 세부 평가지표를 구성해야 한다. 사회책임조달 평가에서 지속가능경영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는 공공조달 시장에서 다양한 가치가 균형 있게 발현하게끔 좀더 통합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고용이나 환경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그 반대의 경우엔 사회 전반으로부터 고립되기 쉽다.

마지막으로 좋은 평가의 틀은 투명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사결정의 투명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먼저, 입찰업체 내부의 투명한 의사결정 기구 유무이다. 이게 있어야 사업 전반의 투명성이 확보된다. 다른 하나는 업체 선정을 위한 투명한 의사결정 기구의 필요성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입찰공고에서부터 최종 낙찰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처럼 공공조달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책임조달을 시행하기 위해선 입찰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다만 잊으면 안 되는 것은 이런 평가틀이 현존하는 법적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한겨레경제연구소와 함께 사회책임조달 증진을 위해 평가지표 개발에 나섰던 서울시교육청 역시 이를 고려해 법적 강제성을 가진 공통지표와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특수지표로 구분해 평가 기준을 수립한 바 있다.

다른 정책과도 조화·균형 갖춰야

이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책임을 졌던 한겨레경제연구소 이현숙 소장은 공공기관의 사회책임조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로 ‘조화’와 ‘균형’을 꼽았다. 그는 “공공조달 시장은 각종 법규와 관행으로 촘촘하게 짜인 그물망 같아서 사회책임조달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이 안착하기가 말처럼 쉽지가 않다”며 “다른 정책과 균형, 조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산해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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