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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31 16:19 수정 : 2012.12.31 16:19

시장과 사회는 상충관계가 아니라 시너지를 창출하는 보완관계가 될 수 있다. 사회복지법인 평화의 마을 장애인 근로자들이 수제 소시지를 만들고 있다. 평화의 마을 제공

[헤리리뷰] 사회적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속가능하냐?”는 물음은 사회적기업이 풀어야 할 근본적인 숙제다. 2010년도 인증 사회적기업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전체의 14%, 1인당 매출액은 중소기업 평균의 13% 수준인 3100만원이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2007년 이후 사회적기업당 고용 인원수, 기업당 매출, 당기순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이런 수치는 사회적기업의 실상을 자명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과연 사회적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은가?

그런데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런 ‘상식’은 대부분 잘못된 정보에 근거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사회적기업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저평가돼 있다. 실제로는 훨씬 잘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기업이 등장한 지 이제 5년 남짓한 점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사회적기업들은 초기 개척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 근거로 실제보다 저평가

굳이 평가하자면 많이 실패하고 있으며, 동시에 많은 성공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청년들이 끊임없이 뛰어들고 있으며, 점점 더 준비된 실력자들이 업계에 많이 진입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기업은 배제를 목적으로 한 경쟁이 아니라, 공생과 협동의 원리로도 주식회사를 충분히 잘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장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아가는 청소 노동자들이 일하는 직장을 만들었고,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교육과 보육, 의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조금씩 마련하고 있다. 농협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농업문제에 대한 대안의 씨앗도 조금씩 뿌려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첨단이라고 불리는 금융시장마저 협동조합 방식으로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이 검증되고 있다.

2010년 2억원의 매출로 출발한 딜라이트는 창업 3년 만에 매출액이 20배 성장했고, 아름다운가게는 2011년 285억원 수입을 올린 뒤, 나눔 및 공익사업에 211억원을 지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가로청소사업을 주업으로 하는 우리환경개발이라는 성남의 시민기업은 전체 근로자의 90%가 60살 이상 고령자이고, 이들은 60대 생활필요임금(147만원)의 96% 수준에 이르는 급여를 받는다. 가장 열악하다고 꼽히는 청소업에서 생활필요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에서 청소 불량에 대한 민원은 없으며, 기업 내 재해 건수 역시 전무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초기·쇠퇴단계 기업은 전체 15% 불과

고용노동부 2012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사업취지, 근로조건, 일자리 안정 등을 이유로 사회적기업의 근로자 중 90%가 계속 일할 의사가 있고,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 중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은 각각 96.8%, 92.6%여서 전체 임금근로자가 66.5%, 72.7%인 것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또한 사회적기업 생존율이 중소기업 평균 생존율(7년차 기업의 경우 27%)보다 낮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2010년 기준 영업이익을 내는 사회적기업이 전체의 14%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현재 초기·쇠퇴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은 전체의 15%에 불과하며, 나머지 85%는 정착·성장·성숙단계로 분류된다. 즉 현재 사회적기업은 실패나 성공으로 단정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에 갖는 편견 중 하나는 ‘이윤과 경쟁’으로 운영되는 기존 조직이 ‘가치와 공생’의 원리로 운영되는 사회적기업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농협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손실로 7000억원을 까먹었고, 세계 1위 금융회사와 보험회사인 시티그룹과 에이아이지(AIG)가 부도로 국유화될 때, 네덜란드·스위스·핀란드·독일 등의 협동조합은행의 예금잔고와 자국 내 대출 점유율은 크게는 40% 이상 급증했다.

어려움 닥칠 때 뛰어난 대응능력 발휘

물론 일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듯이 사회적기업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보통 회사가 부도가 나면 직원은 해고당하고 투자자와 채권자는 돈을 받으러 달려온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이들은 종종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대처 방안을 내어놓는다. 성미산의 ‘작은나무’ 카페는 성미산 주민들이 세운 마을기업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마을문화 예술 사랑방, 성미산 학교 교사와 마을주민을 위한 쉼터를 만들기 위해서 설립했다.

‘작은나무’ 역시 두 차례 경영 위기를 겪었는데 그때마다 주민 100여명이 출자를 해서 카페 운영을 정상화시켰다. 주주자본주의 세계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성미산 동네 사람에게는 돈이 아니라 동네 사람을 위한 카페가 필요했던 것이다. 공동육아와 마을극장을 포함한 성미산의 모든 마을기업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사례는 더욱 흥미롭다. 이곳은 조합원이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몬드라곤 중앙조직에서 전문가를 파견해서, 창업 희망자가 사업계획을 최대한 잘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문가 인건비는 전적으로 중앙조직의 부담이다.

관건은 혁신 나설 준비 돼 있느냐는 것

8개월에서 2년의 기간을 걸쳐 수립된 사업계획이 심의를 통과하게 되면 바로 창업을 하게 되며, 기업이 손익분기점에 이를 때까지 전문가는 신생 조직에 계속 나가 도움을 준다. 만약 이 조직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중앙조직은 기업 회생 전문가를 파견해 기업을 정상화시키고, 기업을 원래 창업자에게 다시 돌려준다. 만약 회생이 불가할 경우, 근로자는 본인이 원할 경우 몬드라곤에 있는 다른 협동조합에서 일할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 습득에 교육이 필요할 경우, 교육비 지원과 이 기간 동안 발생되는 일시적 공백기에는 월급의 80% 정도의 실업급여를 받는다. 물론 각종 보험 등은 100% 보장받는다.

영국보다 부와 기술 면에서 월등히 앞섰던 중국, 영국보다 먼저 신항로를 개척해서 대단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산업혁명이 먼저 일어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물질적 부와 기술이 핵심 요소였다면 산업혁명은 이미 16세기 중국이나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먼저 일어났을 것이다.

지금 사회적기업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회적기업의 물질적 성공에 기초한 대세론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지금 사회적기업을 필요로 하는지, 사회적기업이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은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우리 안에 새로움을 향한 긍정의 힘이 있는지 여부이다. (이 글에서는 사회적기업을 인증·예비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썼다.)

조우석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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