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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31 16:21 수정 : 2012.12.31 16:21

[헤리리뷰] 위기시대의 대안 ‘공유가치성장’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는 위기에 빠져 있다. 201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위기에 봉착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방향과 해법을 묻는 선거였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30년 동안 맹위를 떨쳐온 신자유주의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제4세대 자본주의의 길을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물었다.

진보·보수 모두 새 국정운영 모델 모색

이번 대통령 선거의 두드러진 특징은 진보와 보수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구성해왔던 발전국가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국정운영모델에 대한 모색이 시작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는 제3세대의 ‘경쟁의 시대’를 넘어서 제4세대 ‘협력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발전국가가 국가와 국익, 신자유주의가 시장과 효율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면 새로운 자본주의는 ‘시장과 시민사회, 그리고 정부’가 협력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모델을 찾고 있다.

공유가치성장(shared value growth)은 사회적 변화를 위해 경제적 발전과 사회적 편익을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며, 기업, 정부, 비정부기구(NGO)가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에서 공유된 가치를 기반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성장이다.

이 성장은 기업과 이해관계자가 협력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다. 예컨대 중남미의 영세한 커피농가들은 자금이 모자라고 기술이 부족해서 농업생산량이 생계비 이하인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 다국적 식품회사인 네슬레는 이 농가들에 우선 자금과 기술을 지원해 커피 생산량을 증가시켰다. 그 결과 네슬레는 안정적으로 커피를 공급받게 되고, 커피농가는 소득을 올리게 된다. 새로운 공유가치가 창조된 것이다.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의 커피농장에서 농부들이 수확한 커피의 무게를 재고 있다, 안명규 제공
2008년 금융위기로 경쟁시대 한계 봉착

세계적인 영국의 이동통신사인 보다폰은 수익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케냐에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였다. 보다폰은 저가 휴대전화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현재 케냐에서 일어나는 금융거래의 4분의 1 이상이 이 금융서비스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다폰에는 새로운 수익을, 케냐에는 저소득층이 이용 가능한 금융서비스를 창출하였다.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제3세계 저소득시장(BoP, Bottom of Pyramid)에서 공유가치성장은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다.

기업은 그동안 경제적 가치 증대에 초점을 맞추었고 사회적 가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주주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이해관계자인 노동자·협력업체·지역사회의 이해관계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요소는 비용만 늘리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쟁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가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한 반성이 자본주의의 심장인 다국적기업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관통한 흐름인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대기업의 소유와 독점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는 국민적 저항의 분출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협력,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폐지는 진보와 보수 모두에서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기업 윤리 아닌 가치사슬 바꾸는 것

공유가치성장은 기업에 주주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대안적 성장모델이다.

이 성장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사슬 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이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시민적 신뢰가 생길 때, 기업과 시민사회 그리고 정부의 관계도 갈등이 아니라 좀더 협력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본과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갈등과 대립에서 협력적 관계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공유가치성장은 앞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의 협력적 성장의 대안적 모델로 제안될 수 있을 것이다.

임채원 서울대 서베이조사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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