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31 16:23
수정 : 2012.12.3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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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충남북부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충청남도 노동분야 사회책임 선언식. 충청남도청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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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정부·지자체의 지속가능경영 실천 사례들
모든 조직의 사회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아이에스오(ISO) 26000’ 제정 이후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직에 지속가능경영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과 자치단체의 지속가능경영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경영은 다른 조직에도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하게 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2007년 지식경제부(옛 산업자원부)가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다음해에 공공기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이 급증한 것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한 국내 정부기관과 자치단체는 많지 않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지속가능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골드코스트시와 국내에서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하는 행정기관들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퀸즐랜드주에 있는 골드코스트시는 시민 참여를 통해 지속가능 도시를 위한 비전을 완성하고, 매년 연차보고서를 활용해 비전의 변화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시는 2007년 1만1천여명의 시민에게 30년 뒤에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지를 물었다. 그 내용을 토대로 도시의 모습을 6가지로 정리하고 ‘볼드 퓨처 비전’이란 청사진을 완성했다. 핵심 내용은 시민들의 삶, 경제, 환경의 질을 높여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 2007년 이후 도시의 발전전략, 정책, 예산은 볼드 퓨처 비전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골드코스트 시의회는 매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이 비전이 어떻게 실천되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고한다. 연차보고서는 2007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기준인 지아르아이(GRI) 기준에 따라 작성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기초지자체 최초로 선언
국내에서는 강동구청이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지속가능경영을 선언하고 현재 세번째 보고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강동구청은 기존의 구정백서에 한계를 느끼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로 지속가능보고서를 선택한 사례다. 강동구청은 ‘지속가능한 행복도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경제·환경·사회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정책을 평가했다. 그 뒤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향후 2020년까지 구정계획을 제시했다. 또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 의견을 보고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충청남도 역시 노동 분야 사회책임경영 수준을 진단하고, 이 분야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를 통해 노동, 일자리 정책 지표개발과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노동 분야 사회책임보고서는 고용, 노사관계, 근로조건 및 사회적 보호, 사회와의 대화, 보건과 안전, 인적 개발 및 훈련, 지역사회 등 7대 의제를 설정하여 현황을 파악한 뒤 도의 계획수립에 반영한다. 이와 더불어 노사민정 100인 원탁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노동 책임 선포식도 했다. 또한 대기업을 대상으로 노동 관련 협약식을 진행함으로써 충청남도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녹색기금 유치 인천은 공감대 조성중
인천시에 있는 시민·기업·행정기관이 참여한 공공행정 연합체 ‘인천의제21 실천협의회’와 인천테크노파크는 ‘지속가능보고서 작성의 필요성’을 주제로 12월 초 포럼을 열었다.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한 인천이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 인천시가 겪고 있는 재정 문제 등을 해결하자는 취지다. 인천시와 인천시에 자리잡은 민간, 공공기관이 지속가능경영을 받아들이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자는 공감대가 이런 포럼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2007년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제정되어 정부 부문에서 지속가능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이행할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2008년 경제·환경·사회의 고른 발전에서 녹색성장으로 추진 목표가 바뀌면서 그 내용이 녹색성장기본법으로 개정되었고, 지속가능경영 실천에 관한 내용이 상당 부분 삭제되었다.
충청남도 지속가능경영 사례에서 본 것과 같이 행정기관의 지속가능경영 실천은 도내의 기업, 기관, 시민단체의 지속가능경영을 이끌어낸다. 그만큼 행정기관의 지속가능경영 실천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한걸음 더 나아가려면 이전에 잘 만들어 놓았던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을 제대로 가동시켜 행정기관부터 지속가능경영의 선두에 세워야 할 것이다.
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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