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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1일 서울 성북구청 광장에서 열린 성북구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바라봄사진관도 함께했다. 왼쪽부터 나종민 정운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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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인터뷰 / 장애인전문사진관 ‘바라봄’ 나종민 대표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을 연다고 말하니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많았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 열풍에 동네 사진관도 못 버티는 시절이 아닌가. 바라봄사진관(www.baravom.co.kr)의 나종민(50) 대표는 반대로 생각했다.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은 블루오션(무경쟁시장)이 아닐까?” 지난해 5월 뇌병변 장애아 체육대회에 사진촬영 봉사를 간 그에게 한 아이 어머니가 물었다. “혹시 사진관에서 나오셨어요?” “아니요. 저는 취미로 사진 찍는 사람입니다. 동네에 사진관이 없나요?” “비장애인이 다니는 사진관에 가고 싶지 않아서요. 다들 잘해주시겠지만 제가 괜히 위축되네요.” 장비 다를 것 없지만 마음만은 특별그 순간 그는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는 필요하지만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도 제공해주지 않는 서비스를 자신이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희망제작소 행복설계아카데미 수료생이 만든 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렛츠(LETS)에서 함께 사진을 찍던 정운석(61)씨도 의기투합했다. 각자 1000만원씩 출자해서 올해 초 서울 성북구에 사진관을 개업했다.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 드나들기 편하도록 1층에 점포를 구했고, 계단을 경사로로 바꿨을 뿐이다. 1000여만원을 들여 조명기와 배경지 등을 설치했고, 카메라 장비는 각자가 갖고 있던 걸 사용한다. “특별하다면 저희 마음가짐이겠죠. 사진관에 처음 오신 분이 대부분이라 긴장을 풀도록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 밝은 표정을 잡아내기까지 계속 찍을 뿐입니다. 비장애인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이 일이 은퇴자들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연륜 때문인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장애인 가족들에게 공감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고객은 더디게 늘어났다. 개인이나 단체의 후원이 들어와 장애인 가족의 사진을 찍어주려 해도 찍을 사람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정상가격으로 찍는 비장애인 손님 덕에 적자를 면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밤새 수익모델을 고민했다. “지금 수익원 중 가장 큰 몫은 기업이나 기관에서 의뢰하는 야외촬영입니다. 사진관의 취지를 이해하시고 기왕이면 저희한테 맡겨주시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매달 사진교실도 연다. 장애인 가족을 찾는 일은 구청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안면마비가 올 정도로 바쁘게 뛰어다녔다. 지금은 매달 70만~80만원씩 집에 가져갈 정도가 되었다. “은퇴자들이 잘못 생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 조금 일하고 조금 버는 대신 나머지 시간을 자유롭게 살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실 은퇴 뒤엔 더 많이 일하고도 훨씬 적은 수입밖에 얻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거든요.” 저축해둔 원금을 마냥 지키려고 하는 것도 문제다. 생활비를 다 벌려면 위험이 큰 업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목표를 용돈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고, 나머지는 사회적 가치로 보상받으라는 것이다. 이용 편하게 동네마다 세우는 게 꿈
“이 일도 돈벌이라고만 생각하면 못할 일입니다. 한번은 뇌병변장애우센터에서 열세 가족의 사진을 찍었는데, 쉬는 시간 없이 일곱 시간 넘게 1000여장의 사진을 찍어야 했어요. 누군가에게는 두번 다시 못할 일이겠지만, 저는 행복했습니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린 것 같은데, 나 대표는 벌써 다음을 꿈꾸고 있다. 동네마다 이런 사진관이 들어서는 꿈이다. 장애인이야말로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사진관에 장애인의 야외촬영을 의뢰하는 기업이나 기관이 계속 늘고 있어 터무니없을 것 같지도 않다. “어차피 사진사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출장은 한계가 있어요. 저희가 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단골 기관이 생긴다면 한 곳씩 늘려 일감을 나눌 생각입니다. 제가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본적인 틀도 제공하고 싶어요.” 구상대로 된다면 새로운 사진관은 적자를 보지 않을 정도의 벌이를 확보하고 출발하는 셈이다. 수익성 대신 즐거운 일을 원하는 은퇴자들에게 맞춤한 사회적 프랜차이즈, 바라봄사진관의 미래다. 원낙연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toyann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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