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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31 16:44 수정 : 2012.12.31 16:44

왼쪽부터 정상곤·오은미·백혜숙·김효근씨(※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헤리리뷰] 문답으로 들여다본 은퇴자 4인의 인생 2막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됐다. 많은 퇴직자들이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은 치열한 자영업으로 뛰어들고 있다. 반면 경제위기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새롭게 인생 2막을 시작한 은퇴자들도 있다. 자원봉사, 사회공헌 일자리 취업, 창업 등 다양한 선택을 한 네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1. 인생 1막에선 어떤 일을 했나?

2. 사회적 경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3. 현재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4. 지금 하는 일의 좋은 점, 가치, 의미는 무엇인가?

5. 지금 하는 일의 아쉬운 점이나 개선점이 있다면?

6. (예비)은퇴자에게 조언이나 당부를 한다면?

자원봉사 정상곤씨
무역·사업·컨설팅 경험 살려
사회적기업가 경영자문 활동

1. ㈜대우 무역부문에서 일하다 퇴직한 뒤, 직원 몇 명과 창업을 3번이나 해보며 열악한 환경에 고생을 많이 했다. 교육컨설팅 분야에서 10년 이상 자문 일을 하기도 했다.

2. 2010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내 경험과 지식으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 지인의 소개로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인 세스넷(www.sesnet.or.kr)을 소개받고, 사회적기업의 목적과 어려운 현실을 알게 되어 프로보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3. 사회적기업을 목표로 창업하는 단체들의 경영자문에 응하고 있으며 (예비)사회적기업 일자리 창출 심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4. 자원봉사를 하면서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같이 일할 수 있어 활력이 생긴다. 그동안 사회의 혜택만 받아왔는데, 이제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쁘다. 최근 프로보노 활동(전문가들이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이 기업과 젊은이들에게까지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남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사회문화에 공헌한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

5. 사회적기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기업경영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고 의욕만 앞서다 보니 도중에 좌절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안쓰럽다. 지원 대상 사회적기업을 선정할 때 심사위원에 교수나 공무원이 많은데, 실제 소기업을 창업해보고 실패와 성공을 경험한 분들이 많이 참여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6.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다 은퇴한 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분들이 많다. 심지어 우울증·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보는데,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면 자신의 정체성과 생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여러분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주위에 많다.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 달라.

사회공헌 일자리 취업 오은미씨
퇴직 후 양육 힘쓰다 봉사 경험
다문화가정자녀 지도교사 변신

1. 금융기관에서 11년간 외환 관련 업무를 하다 외환위기로 명예퇴직했다. 그 뒤론 자녀 양육에만 전념했다.

2. 아이들 때문에 녹색어머니회에서 활동하면서 자원봉사를 처음 경험한 뒤, 봉사활동을 계속 찾아서 했다. 지난해 사회적기업 아시아트레져네트워크(www.atnkorea.com)에서 일하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무료 창의력수업을 도와달라고 해서 보조교사로 참여하게 됐다.

3.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사회공헌 일자리 지원사업이 있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다행히 합격해서 교육을 받은 뒤 사회공헌 일자리로 수업을 도울 수 있었다. 매주 2시간씩 3번 수업을 하는데, 월 40여만원씩 받았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어 지난해 가을 3개월, 올여름 4개월만 받았다.

4.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외국인 어머니가 육아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언어적·문화적 이질감 해소에 약간이나마 기여할 수 있어 기뻤다.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서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인 것 같아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

5. 사회공헌 일자리 교육에 참여해보니 60대가 대부분이었다. 은퇴를 앞둔 남편과 손윗동서도 가진 능력을 사회적기업에서 계속 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회공헌 일자리는 월 활동비가 50만원 미만이라 생계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다. 1년 내내 주는 게 아니라 몇 달씩 기간을 제한하는 것도 다른 분들께 추천을 망설이는 이유다.

6. 오랜 기간 경력 단절이 된 내 입장에서 보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 직업의식을 갖는 게 참 의미 있다.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순수한 장난기들이 오히려 생활의 활력이 되고, 좋은 에너지를 받아 온다. 그들의 밝은 미래는 나에게도 희망이다.

취업·창업 백혜숙씨
아카데미 수강 등 체계적 준비
도시농업용 퇴비 생산업체 설립

1. 유아교육에 관심이 많아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베이비시터협회를 2003년에 설립하고 5년 동안 즐겁게 일을 했다.

2. 협회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고민하다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돼 2008년 한겨레경제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사회적기업가아카데미(1기)를 수강했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기업 흙살림에 참여해 도시농업 관련 일을 했다.

3. 올해 초 도시농업에 뜻이 있는 10명과 함께 에코11을 설립한 뒤, 텃밭 확산을 위해 여러 기업을 설득했다. 한국마사회에 마분(말똥)을 활용한 퇴비 사업을 제안한 게 계기가 돼, 지난 9월 한국마사회와 에코11이 공동출자해 에코그린팜(cafe.daum.net/krafarm)을 설립했다. 연간 1만4천t이나 되는 마분을 활용해 농가용 퇴비나 도시농업용 용토를 생산하게 된다.

4.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고 먹을거리를 내 손으로 키우면서,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생태 감수성을 지닌 생산자로 활기차게 변했다. 도시농업은 도시열섬, 에너지 과소비, 학교폭력, 고독사 등 도시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5. 지금까지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면서 받은 급여는 월 100만원 정도였다. 대신 소비를 줄이고, 다른 강연·강의를 통해 보충했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도 넘칠 큰 사회적 가치가 있었기에 기쁘게 일했다. 이번에 에코그린팜 대표를 맡으면서 월급이 25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6. 기회는 미리 준비한 사람에게 보인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재미난 일을 계속하며 준비하는 게 좋다. 가까운 사람과 신뢰를 쌓으며 함께 준비해야 한다. 신뢰는 작은 기회를 더 큰 기회로 키워주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가아카데미 등에서 공부하는 걸 추천한다.

창업 김효근씨
부동산개발 접고 공유경제 고민
빈방 활용한 도시민박사업 시작

1. 외국계 부동산회사에서 개발·투자자문 업무를 했고, 부동산 개발사업을 직접 수행하기도 했다.

2.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2010년 전후로 새로 짓는 건설프로젝트보다 저성장 시대에 맞게 지어진 부동산을 개선하거나 활용도를 높여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때 희망제작소 박원순 전 상임이사의 권유로 엔지오(NGO)·엔피오(NPO) 등이 모여 시너지를 내는 공간을 제공하는 착한 부동산회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3. 지난해 부동산투자개발회사를 그만두고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공유경제 사업을 준비했다. 많은 이들이 큰 집을 구입했지만, 이자에 힘겨워하면서 팔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빈방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도시민박 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10월에 회사를 설립하고 홍대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몇몇 지방자치단체에는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4. 공유경제는 개인이 기업이나 기존 체제에 기대지 않고도 경제적인 자유를 확보하고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은퇴자들이 무모하게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자신이 가진 자산과 재능을 활용해 안정적인 인생 2막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5. 사회적 경제에 대해 사회 전반의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사업을 설명하기가 참 힘들다. 반면 사회적기업에는 사업 경험이 없는 청년이나 엔지오 출신들이 많다. 능력과 경험이 있는 은퇴자들이 합류한다면 서로 시행착오를 줄일 것 같다.

6. 사회적 경제의 큰 생태계가 지금 막 조성되고 있는 중이다. 작고 소소한 일이라도 본인이 몸과 마음을 움직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력과 연대라는 슬로건 아래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와서 조금씩 만들어가는 성공의 사례가 많이 필요하다. 주류경제 영역에서 많은 성과를 냈던 분들의 경험과 지혜가 접목되길 바란다.

정리 원낙연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toyann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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