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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26 17:37 수정 : 2013.03.26 17:49

주민신용협동조합 이현배 전무(왼쪽)와 온라인 P2P금융업체 팝펀딩 신현욱 대표가 풀뿌리 관계금융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전문가 대담 / 풀뿌리 관계금융의 현실과 미래

최근 크라우드펀딩(대중투자)이나 P2P(개인간)금융 등이 혁신적 금융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 작동하는 근간에는 신용협동조합(신협), 새마을금고 등을 중심으로 수십년간 지역에서 유지돼온 풀뿌리 관계금융의 전통이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그 전통의 맥락을 확인하고 풀뿌리 금융의 온·오프 융합 가능성을 보고자 주민신용협동조합(주민신협) 이현배 전무와 팝펀딩 신현욱 대표와의 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은 3월5일 한겨레경제연구소 회의실에서 2시간가량 이뤄졌다.

대담 참석자
사회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배 주민신용협동조합 전무
신현욱 P2P금융업체 팝펀딩 대표

사회 먼저 풀뿌리 관계금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현배 신협의 기본정신은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다. 1890년대 독일에서 시작돼 한 세기 지속된 정신이다. 지역 또는 직장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서로 대출해주고 갚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조, 자립을 이루어내는 것이 풀뿌리 관계금융이다. 주민신협 역시 이런 생각으로 출발했다.

일인은 만인을,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신현욱 현재 금융기관의 목적 자체가 주주이익 극대화이다 보니 금융기관의 문턱이 높다. 예전의 계나 두레는 동네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었다. P2P금융은 장터만 열어 이용자들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한다. 십시일반 품앗이대출이 풀뿌리 관계금융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풀뿌리 관계금융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오고 있는가?

이현배 주민신협은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의 힘으로 채우는 금융기관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금융을 통해 운영되는 민간 차원의 협동운동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홍익인간 이념처럼 함께 도우며 사는 민족인데 어느 순간 뿔뿔이 흩어졌다. 주민신협은 금융을 통해 무너진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경제민주화에도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1인1표로 이사장과 임원을 선출하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차원에서 민주 시민의식을 높이는 기능을 해왔다.

면책기록 보유자 상환비율 90% ‘훌쩍’

신현욱 풀뿌리 관계금융으로서 P2P금융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리스크를 사회적으로 나누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파산 뒤 면책을 받아도 금융기관에서 대출이나 카드 발급 등이 안 된다. 리스크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팝펀딩에서 면책기록 보유자들의 상환율은 90%를 훌쩍 넘는다.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면 이들이 제도 금융권으로 다시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적기업도 자금을 모으기가 무척 힘들다. 공정무역을 하는 카페 티모르의 경우 커피원두를 사야 하는데 자금이 모자랐다. 그래서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10만원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500g 커피 한 봉지를 이자로 줬더니 판매량이 15% 이상 늘었다. P2P금융의 또다른 장점은 자금시장과 상품판매시장을 연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풀뿌리 관계금융으로 활동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이현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협에 대한 규제가 급격히 강화됐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비슷한 순자본비율을 자본건전성 잣대로 적용했다. 그런데 조합원의 출자금을 자본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 자연스레 신협은 금리 마진으로 이익을 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더불어 자금운용 형태도 달라졌다.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이 도입되면서 신협도 서민 신용대출의 문턱이 높아졌다. 신협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인이 아닌 고객이 되는 상황이다. 신협은 지역의 가계금융이다. 이런 식으로 신협을 규제하니 지역금융, 서민금융 기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신현욱 P2P금융에서도 가장 어려운 점은 규제다. 대부업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대출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는 영리만이 목적이 아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회원가입 때 써넣을 내용이 많으면 사람들이 가입을 꺼린다. P2P금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빌려주는 사람이 대부업 등록을 해야 한다면 사업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자수익의 27.5%를 원천징수 세금으로 낸다. 다른 나라들은 온라인에서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이 직접 돈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저축은행을 중간에 끼고 가야 한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실행을 하려면 규제가 너무 많다.

더 많은 교육 통해 인식 전환 이뤄내야

사회 정부가 신협의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은 상황에서, 신협 외에 풀뿌리 관계금융의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어떤 것이 활용 가능한가?

이현배 원주 갈거리협동조합, 성남 해밀협동조합처럼 자활조직 내에서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한다. 조합원들은 일당을 내 1억원 이상을 모았다. 그리고 필요한 사람에게 100만~200만원 정도 대출을 해주고 있다. 단, 협동조합 내에서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상조처럼 소액으로 믿고 빌려주는 것으로 처리한다. 신협에 대한 규제가 풀리고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신협에 도입되면 관계금융으로서 역할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사회 풀뿌리 관계금융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이현배 내부적으로는 신협이 사회를 바꾸고 사람의 인식을 바꾸어갈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금융수익을 좇다 보니 신협에서 이런 교육이 사라졌다. 조합원, 임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회복해야 한다. 지역 토착적 협동조합 금융기관으로서 신협을 다시 살려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도 아니고 협동조합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이 된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에 대한 정확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외부적으로는 신협에 대한 감독제도의 개선이 있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이 금융감독원에 통합되면서 협동조합 금융과 일반 금융기관을 같이 보게 된 것이다. 협동조합 금융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신현욱 전국에 불법사채업자 수가 5만명도 넘는다. P2P금융이 활성화되면 이런 불법 사채업자들이 사라질 것이다. P2P금융 사이트에서는 투자자 한명이 대출자 한명에게 1천만원을 빌려주지는 않는다. 설령 한도가 1천만원이라 해도 한 번에 절대 빌려주지 않는다. 적은 금액에서부터 시작하니, 피해가 생길 일이 없다. 대부업법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최고이자 한도를 낮추는 데에만 있다. 금융당국은 실질적으로 금융소외계층에 무엇이 도움이 될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P2P금융과 신협이 제휴한다면 금융소외계층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전은 지역사회경제 네트워크 만들기

사회 온·오프 풀뿌리 관계금융 상호간에는 협력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풀뿌리 관계금융의 비전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이현배 신협과 온라인 금융 플랫폼의 융합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다. 서류 접수 없이 바로 온라인으로 대출이 되게 하는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가 갖춰진다면 가능하다. P2P금융은 중개 역할을 하는 것이고 신협은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최소의 수수료를 정하면 된다.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금융이 화두다. 신협이 사회적 금융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 전에는 개인들이 모여 신협을 시작했다면, 지금부터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시민주주기업, 그리고 앞으로 많이 생길 협동조합들에 신협이 사회적 금융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결국 신협이 토대가 되어 지역협동사회경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미래 비전이다.

신현욱 금융이 대형화하면서 금융소외계층이 생겨났다. P2P금융은 수익이 나지 않아 일반 금융기관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개인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결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지역에 있는 환경, 보육, 교육, 문화 관련한 사회적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출자들이 사회적기업을 지정해 대출을 해줄 수 있도록 하는 수준까지 가길 바란다.

정리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풀뿌리 관계금융이란

관계금융(Relationship financing)은 금융기관이 금융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서로 이익이 되는 것을 말한다. 오랜 거래 관계와 현장 방문으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대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이뤄지면 금융기관과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관계금융이 정착한 일본·독일에선 작지만 강한 지역 금융회사들이 많다. 풀뿌리 관계금융은 이러한 관계금융의 특성을 토대로 자조ㆍ자립형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에 중추 기능을 담당하는 조합형이나 온라인 풀뿌리 금융을 말한다. 풀뿌리 관계금융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 서민들을 집중 지원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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