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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겨레경제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김만수 부천시장이 사회책임조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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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가 만난 사람 / 김만수 부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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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를 시정에 담아내면서 특히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본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갖춘 인재 육성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기업 설립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은 그다음이다. 이런 점에서 부천은 매우 좋은 토대를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부천 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있는 유한대학이 좋은 예다. 잘 알다시피, 유한대학의 모태인 유한양행은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창업 정신을 내걸었던 유일한 박사가 설립자다. 부천 지역에서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정신적 자양분이 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몇 가지만 꼽아 달라. “먼저, 청년 예비 사회적 기업가의 창업 열기를 지원하기 위해 ‘부천 소셜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6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 연말에 개소하는 것이 목표다. 6개의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을 창업해 50여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100여명의 종사자 재직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시니어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도 하나둘 진행하고 있다. 시니어비즈니스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중기청 사업으로 진행중인데, 2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한 분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사업으로 연계시키는 데 다양한 지원을 하려고 한다.” 사회적 경제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
-청년과 시니어 창업을 구분해 지원하는 이유라도 있나? “창업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떠안고 출발한다. 과거, 1990년대 후반 벤처기업의 성공률이 2~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기업 창업 역시 높은 성공률을 기대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좀더 맞춤화된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청년과 시니어가 생각하는 리스크의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청년들은 실패를 걱정하기보단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등 시장 교두보 확보에 관심을 갖는다. 반면 시니어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각종 경험과 노하우가 바탕이 된 좀더 안정적인 사회적기업 경영을 꿈꾼다.” -사회적기업의 시스템 구축에도 관심이 많은데 어려움은 없나? “2년 전인 2011년부터 부천시청의 시청사 관리사업 입찰 대상을 사회적기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법적인 제한이 많았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안전행정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입찰 시 낙찰자 결정 기준’이 너무 잘 만들어져 그렇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 진행 때부터 기존 지역 중소기업들로부터 역차별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을 도와주거나 우대하기 위해 이 사업을 계획하지 않았다. 오로지 사회적기업에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일이었다. 입찰, 특히 공공기관 입찰은 일정한 품질을 갖추었을 경우, 입찰 업체의 실적, 즉 과거 경험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은 이제 막 태동하거나 운영을 시작한 터라 조달 관련 법률에서 요구하는 관련 사업의 경험, 즉 실적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이것이 부천시 사회책임조달 계획이 담고 있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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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김만수 부천시장은 사회적 기업 행복도시락(주)을 찾았다. 김만수 시장은 사회적기업 대표 및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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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부천 지역 사회적기업이 낙찰받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좀더 나은 제안을 한 외지 사회적기업이 낙찰받았다. 법적으로 부천 지역 사회적기업으로 입찰 대상을 국한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회적기업끼리 자꾸 시장을 쪼개고 영역 다툼을 해선 자멸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지역 이기주의는 사회적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야기하고, 이는 영리기업과의 경쟁은 고사하고, 자율 경쟁 시장 진입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또한 시장을 세분화해 우리 지역 사회적기업을 우대하는 것은 협력과 연대를 강조하는 사회적 경제의 지향점과도 어긋난다. 사실 사회적기업은 아니지만 과거 부천의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을 내부적으로 시도했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그 기업이 똑같은 차별을 받고 있었다.” -사회책임조달을 준비하고 있는 여타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사회적 경제만큼이나 사회책임조달 역시 광의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먼저 전체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사회적 기업가의 몫이다. 지방정부가 해당 지역 사회적기업의 경쟁력을 염려해 시장에서 직접 지원 정책을 편다면 이는 정치적 행동으로 오해를 사기 좋다. 그뿐만 아니라 이는 해당 사회적기업과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하지만 극복 쉽지 않은 분권주의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최근 지자체장들이 모여 사회적경제협의체를 만들었다. 이러한 유대를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자체 사업에 대해 전면 개방이나 확대가 어렵다면 멤버십에 가입한 지자체의 사회적기업에 국한해 입찰의 문을 연다든가 가산점을 주는 등의 단계적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동일한 대우를 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역사는 짧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빠른 속도로 간극을 줄여가고 있다. 그런데 사실 중요하지만 극복이 쉽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분권주의다. 사회적기업의 성공을 위해선 먼저 확고한 정치, 경제, 문화 의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의 자치 의식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문화적 토양에 뿌리를 두고, 당장의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사회적 제도, 즉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해야 하며, 중앙정부의 지원 역시 이러한 시스템 구축에 좀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글·사진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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