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진핑 시대의 사회책임경영 정책
지난해 말 중국은 지도부를 교체했다.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주석을, 리커창은 국무원 총리를 맡았다. 보통 중국의 새 지도자들은 앞으로 몇년 동안 정책의 틀이 될 혁신적 개념을 주창하곤 한다. 시진핑과 리커창의 새 지도부가 내놓는 정책의 방향은 무엇이고, 이는 중국 안에서의 기업활동과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불과 몇달 전에 권좌에 오른 그들이지만 이미 몇가지 혁신적인 개념을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른바 ‘오위일체’(Five-in-One)라 불리는 발전 프레임워크(틀)로 지난해 11월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처음 공표되었다. 오위일체는 중국이 경제뿐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및 환경을 모두 포괄하여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위의 5가지 영역이 균형 잡힌 성장을 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새 발전 프레임으로 ‘5위 일체’ 표방
이런 프레임 아래서 중국의 성장은 맹목적으로 경제적인 발전에 초점을 맞추는 데서 탈피해, 여러 다른 요소들과 긴밀히 연결돼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제18차 당 대표대회에서는 생태학적인 데 초점을 맞춘 ‘생태 문명화’라는 용어가 새롭게 공표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이 경제 성장과 함께 자원을 보존하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새로운 지도부의 사회적 책무를 잘 나타내준다.
게다가 새 지도부는 ‘아름다운 중국’과 ‘차이나드림’이라는 말로 중국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윤곽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중국이란 균형 있게 성장한 중국, 즉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성취한 중국의 미래를 뜻한다.
새 지도부는 또 중국인 모두가 차이나드림을 추구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차이나드림을 “중국의 위대한 부흥”으로 규정한다. 이는 모든 중국인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며,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삶과 환경이 나아지도록 노력하고, 공정성과 정의를 추구하며 이를 성취할 기회가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차이나드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중국인이 열심히 노력하고, 동시에 정부는 부패 척결과 정치적 통합 강화, 국민이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아름다운 중국’과 ‘차이나드림’ 추구
오위일체 개발 프레임워크 및 아름다운 중국이라는 개념 등은 새 지도부의 정치적 의지를 잘 보여준다. 중앙정부의 매우 중요한 정책적 변화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낮추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민정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몇년 동안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떨어지고 성장이 감속하는 것을 용인할 것이다. 2012년에 중국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7.8%로, 지난 13년 사이 가장 낮았다. 이런 모델은 좀더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중국의 바탕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오염·식품안전 과제 가장 시급
또다른 정책적 변화는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무엇에 중점을 둘지 하는 강조점의 변화다. 대표적으로 환경오염과 식품안전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새 정부는 이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환경오염과 식품안전 문제가 중국 대중이 허용할 수 있는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한 예로 올해 초,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극심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초미세먼지(PM 2.5)의 농도 수치가 갑자기 치솟았다. 최고 수위가 800㎍/㎥까지 도달하였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최대치 20의 40배 수준이다. 높은 초미세먼지 농도는 폐 질환과 조기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
더욱이 대도시에서는 가정용 하수와 산업을 통한 오염, 비료 및 농약의 남용으로 50% 이상 저수지가 음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공개 석상에서 “중국은 환경 파괴라는 비용을 지불하며 단기적 경제 성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그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결정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며, 이러한 사항들은 회계 장부에 반영되어야 하고, 일생 동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오염을 방지하기에 법적 제재나 처벌이 충분히 강력하지는 않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선언은 정부가 곧 환경과 관련해 매우 엄격한 정책과 규정을 만들어 낼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법적 제재나 처벌 수위 높아질 듯
식품안전 부분에서는 얼마 전 독극물 우유 사건이 중국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더 심각한데 여우, 밍크, 쥐 따위의 고기를 젤라틴, 붉은 색소와 질산염 등에 담갔다가 양고기로 속여 시중에 판매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사건에 대응해 리커창 총리는 시장을 감시하고 법을 어기는 이들에 대해 엄격히 처벌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가해자들이 감당할 수 없도록 높은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하지 않은 식품 및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대해 중국의 최고 법원도 처벌 지침을 발표했다. 중국 기업은 새 정부 들어서 사뭇 달라진 경영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정리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y.yang@hani.co.kr
법·윤리 준수는 기본…가치 공유 나서야
시진핑 정부 리더십의 핵심은 경제 성장이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에는 균형 있는 발전 모델을 수립하도록 하는 무언의 압력이 될 전망이다. 새 정부에서 달라진 사회적, 정책적 분위기 아래서 오로지 단기적인 이익 증진에만 신경 쓰는 기업들은 경영상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의 관계에서도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이른바 ‘사회적 면허’를 얻기 위해 더 넓은 이해관계자 그룹을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얼마 전 중국의 대표적 석유화학기업인 국영 중국석유화공그룹은 윈난성의 쿤밍시에 정유 사업을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사업 자체로 보면 회사가 이미 대부분의 법적 요구 사항을 충족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역사회 주민들은 새로 공장이 들어서면 부지불식간에 환경 물질이 유출될 것을 염려했다. 주민들은 공장 건설에 반대하기 위해 모여서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중국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즉 지역사회의 안전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 그리고 기업과 이해관계자의 소통의 중요성을 이 시위를 통해 전파한 것이다.
이제부터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이와 비슷한 사회적인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해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촉진하는 중요한 매체인데,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를 포함하여 보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통의 필요성이 증대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은 향후 몇 년 동안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업이 법을 지키는 것은 사회책임경영의 기본이다. 일부 기업들은 사회공헌과 같이 제한된 활동으로 대중을 만나려 했을 뿐 법을 지키는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여러 예에서 확인되듯이 이렇게 행동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법적 위험은 물론이고 명성에서도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이제 중국 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 전략에 변화를 줄 때가 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과 윤리를 준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와 공유하는 가치를 함께 높여가는 것이다.
정리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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